2002년 1월15일 화요일 델리 흐림-폭우-흐림
오늘 영국문화원 강좌를 처음 들었다.
수업시간은 저녁 7시~9시까지 2시간이며 매주 화요일, 금요일이다. 오늘 처음 강의실에 가보니깐 죄다 시꺼먼 인도인들이다. 수업시간도 그렇고, 제목도 비즈니스 컨버세이션 스킬 이다 보니깐, 아무래도 영어를 쓰는 회사에서 일하는 인도인처럼 보였다. 수업시작 직전에 왠 아줌마가 들어온다. 미국인처럼 보이는 백인인데 내 옆에 앉길래, 선생인가 생각했었는데, 나에게, 선생님 아직 안왔냐고 물어보면서 안왔다고 하니깐, 다행이라고 좋아한다.

조금 있다가 선생님이 들어왔다. 이름이 니코, 웃긴 이름이다. 내코도 아니고 니코란다. 푸하하하. 니코 가지고 뭐할라고 이름이 니코일까? 하여간에 영어로 이야기하는데, 완전히 오리지날 영국 사투리 발음이다.
예를 들어,
병원:호스피탈, 의사:독토어, 길:와이, 빠른:파스트, 직업:좁,, 악센트도 매우 강하게 !!
(당시에 한국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저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하는 스피드는 무진장 빠르다. 사용하는 단어는 그다지 어려운 단어는 아닌거 같은데, 거의 우리나라 코메디의 만담 수준이다. 거의 절반정도 밖에 못 알아 들었으니깐.
강의실에는 총 16명이 수강하는데, 그 중 14명이 인도인이고, 나하고 옆에 아줌마만 외국인이다. 14명 인도인 중에는 개인사업2명, 회사원12명인데, 그 중에서 외국회사에서 근무하는 인도인이 6명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하고 아줌마에 항상 이목이 쏠린다. 자꾸 나를 쳐다보는 시선도 느껴진다. 아마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쳐다볼까? 혹시 뭐 이런생각? “외국인이 왜 여기서 영어를 배우지?”
부담을 느끼지만 나보다는 옆에 아줌마가 더 그런 거 같다. 생긴건 완전히 미국인인데, 영어실력은 나 정도 밖에 안된다. 중간에 쉬는 시간에 사정도 비슷한 외국인끼리라고 나하고 아줌마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아줌마도 50%정도 밖에 이해 못했다면서 걱정을 한다. 그래서 나도 그렇다고 하면서, 니코에게 조금 천천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니코는 알았다고 했는데, 2교시에서 그래도 빨랐다. 물론 조금 느려졌지만.
그리고 그 아줌마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 아줌마는 프랑스인인데, 인도내 프랑스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프랑스비자는 받기 쉬울 것 같다. 인도 프랑스 대사관에 가서 그 아줌마에게 부탁하면 되니깐… 푸하하 농담이었다.
그런데, 여기 강의실에 있는 인도인들의 영어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서 그 프랑스아줌마랑 내가 영어를 제일 못하는 거 같다. 그래도 한마디를 해도 발음은 우리가 제일 좋은 거 같은데, 단어 구사능력이나, 대화진행능력은 인도인이 엄청 뛰어나다. 아무래도 제2모국어라서 그런거 같다. 프랑스아줌나나, 나는 솔직히 영어를 공부로써 공부했지 언어로써 공부한 건 아니었지 않은가. 즉, 프랑스아줌마는 나에게 이야기하기를 자기는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모국어 그리고 에스파냐어를 제1외국어로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영어는 제2외국어로 배웠다고 하니, 영어를 잘 못할 수 밖에. 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인도인들은 다르다. 이들은 영어를 제1외국어로도 아니고, 제2모국어로 배운것이다. 이건 매우 큰 차이다. 비록 그들의 영어 발음이 매우 형편 없는 것은 사실이고 많은부분들이 힝글리쉬(콩글리쉬와 같은 뜻도 인도버젼: 힌디+잉글리쉬)를 쓰고는 있지만 그들의 어휘력과 대화진행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인도인들중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고(물론, 역시 발음은 형편없다-힌디와 섞인 발음, 들어보면 안다, 무진장 웃낀다.)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대충 알아듣고, 대충 할 말은 한다. 놀랍지 않은가…
어쨋든 힝글리쉬의 파워를 보았다.
하여간에 여기 강의실에서 나하고 아줌마만 왕따가 된 느낌이다. 무진장 인도인들 영어로 말 잘한다. 니코랑 싸우기까지 한다. 와~
아줌마랑 난 열심히 들었다. 둘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정말 신기하다. 그래도 니코말은 어느정도 알아 듣겠는데, 인도인 말은 거의 못알아 듣겠다. 그런데, 둘끼리는 서로 잘 통하는 거 같다. 재미 있었다. 도움도 많이 된다. 금요일 강의시간에는 나도 말 많이 해야지.
니네가 자꾸 힝글리쉬로 기를 죽이려 한다면, 나도 콩글리쉬가 뭔지 보여주마…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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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인도인은 전체의 3%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인구가 많아 3%라고 해도 4천만명이 되네요.) 하지만, 자유자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소통이 되는 영어를 구사하는 인구는 훨씬 더 많습니다. 그들로부터 영어를 배우기는 어렵겠지만, 그들과 영어로 소통은 가능하겠지요.
해외 파트너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 소통이 가능합니다. 다만 로컬에서 사람을 쓰고 로컬 딜러를 상대하여야 하는 현지 법인에서는 영어만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저는 지난 10년간 인도의 로컬 딜러 약 300여곳을 핸들링했는데, 그 중의 절반 이상을 영어를 못합니다. 딜러 미팅을 할 경우에는 저는 영어로 발표하지만 우리 직원들이 그들 옆에 앉아 통역을 해주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인도 영어 학원에 가면 여전히 지금도 인도인들이 넘쳐납니다. 그들도 영어를 학교에서 배우지만 우리네 마냥 학문으로 배우지 언어로 익히지는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콩글리쉬 마냥 힝글리쉬가 난무합니다.
힝글리쉬의 특징은 첫째 인토네이션이 없습니다. 인도식 억양입니다. 즉 모노톤으로 플랫하게 주욱 이어집니다. 힌디가 그렇거든요. 두번째는 안쓰는 굉장히 오래된 단어, 표현들을 영국식 발음으로 합니다. 아무래도 2~300년 전에 영국인들이 가르쳐주고 간 영어가 그대로 이어지는 탓일듯합니다. 세째 이상하게 어려운 단어를 많이 섞어 씁니다. 그래야 좀 고급스럽게 간주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힌디와 영어가 섞어서 말을 합니다. 분명히 영어를 쓰는데 중간 중간에 힌디가 섞입니다. 약간의 힌디 지식이 있다면 금새 캐치하는데, 첨 접하게 되면 상당히 소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저 사진 속 친구들하고 두세달 영어수업을 함께 들으며 많이 친해졌는데, 다들 지금 뭐하고 사는지 궁금해지네요. 다들 이제 나이도 50대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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