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India ^^
  • Welcome to India ^^
인도/인도 지역전문가

135. [인도 여행 가이드] 델리 교민들의 주말 놀이터, '핑크 시티' 자이푸르(Jaipur) 재발견

by 인도 전문가 2025. 12. 24.

2002년 5월24일, 금요일, 자이푸르, 맑음(몇달째 진짜 매일 맑음임)

 

135.1 분홍빛 도시 자이푸르

델리 근처와 다른 인도 지역을 여행하다가 자이푸르에 오면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왜냐하면 자이푸르는 라자스탄주의 입구역활을 하는 도시로써 사막의 냄새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자스탄의 사막은 이곳 자이푸르에서 사막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해서 조디푸르는 사막의 시작, 자이살메르는 사막의 중심에 가있기 때문이다.

자이푸르는 분홍빛 시티펠리스와, 하와펠리스(바람의 궁전)을 중심으로 하는 구시가지와 고급 호텔들과 각종 공공 건물들이 있는 신시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구 시가지의 건물들은 대부분 400년 이상 오래된 건물들로써 조상들이 지어놓은 건물들에 모두 사람이 살고 있다. 조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구시가지의 중심에 시티펠리스와 바람의 궁전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람의 궁전은 우리나라 경복궁의 광화문 같은 역할로서 자이푸르의 중앙메인로드(사실 지금은 시장 골목 같지만)에 있다. 창문들이 자그마하게 수없이 뚫려 있고, 그 옆에 시티펠리스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옛날에 이 바람의 궁전 앞길에서 모든 행사를 했다고 하는데, 궁궐 내 궁녀들이 이 작은 창문들을 통해서 그 행사들을 구경했다고 한다.

바람의 궁전
바람의 궁전

 

시티펠리스에 들어가면 인도에 흔하디 흔한 보통 궁전이 있는데, 사실 오늘 보면서 별로 멋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어제 타즈마할을 봐서일까?

인도에는 너무 궁전이 많다. 신전도 많다.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멋있는 것을 봐도 멋있지가 않다. 더위에 치쳐서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배가 아파서일까?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하여간에 책에는 좋다고 쓰여져 있는데, 내가 본 시티펠리스와 바람의 궁전은 그저그런 궁궐이었다.

 

135.2 암베르궁전에서 코끼리택시를 탔다.

오늘 가 본 곳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었고 진짜 멋있었던 곳이 한군데 있다. 자이푸르시내에서 11KM떨어진 곳인데, 산 정상에 있는 성이다.

암베르포트
암베르포트

자이푸르에 오는 거의 모든 여행자들이 들르는 코스로써, 요즘이 비수기임에도 많은 일본인들과 서양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름이 암베르 궁전인데, 2개 사이에 계곡을 끼고 양쪽 산 정상에 쌓은 성과 궁전이다. 거기에 올라가려면, 걸어서 한참 올라가던가 아니면, 밑에서 주에서 운영하는 코끼리택시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자이푸르에서 암베르궁전까지 가는 길 중에 사원과 궁전들이 수도 없이 많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봐서 옛날에 이 지역이 매우 중요한 지역임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이제는 웬만한 성을 봐도 눈에 안차는데, 암베르궁전에 도착하는 순간 그 위엄에 놀랄 정도다.

지금은 물이 말라서 가운데 계곡이 별로 볼 것은 없으나, 여름 외에는 계곡에 강이 형성되어 정말 아름다운 궁전이 된다고 한다.

 

135.3 비행기의 딜레이로 밤 늦게 우다이푸르에 도착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비행기의 딜레이로 무려 2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인도에 비행기들은 어쩔때는 동네 시내버스 마냥 시간을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

보통 시간이 되면 손님이 안타도 그냥 출발해야 하는게 정상이지만, 인도에서는 보통 승객리스트에 있는 손님 중에 1명이라도 안타면 기다리다가 출발하는게 일상적이다. 많이 틀리다.


2002년 5월 24일, 자이푸르. 맑음 (체감 45도).

타즈마할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도착한 곳은 라자스탄의 관문, '자이푸르'였습니다. 하지만 2002년의 배낭 여행자였던 저는 이곳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2002년 5월 24일의 일기>

인도에는 너무 궁전이 많다.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멋있는 것을 봐도 멋있지가 않다. 시티 팰리스와 바람의 궁전은 그저 그런 궁궐이었다. 어제 타즈마할을 봐서일까? 더위에 지쳐서일까?

유적지 피로감(Ruins Fatigue)에 시달렸던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훗날 이곳을 제 집 드나들듯 오게 될 줄은요.

오늘은 타즈마할에 가려 저평가(?) 받았던, 하지만 델리 거주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보석 같은 도시 자이푸르를 제대로 파헤쳐 봅니다.


1. 자이푸르: 사막으로 가는 '분홍색' 관문

자이푸르는 도시 전체가 붉은 사암과 핑크색으로 칠해져 있어 **'핑크 시티(Pink City)'**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1876년 영국 왕세자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핑크색으로 칠한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 사막의 시작: 델리에서 남서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어느 순간 소달구지 대신 낙타가 보이고 남성들의 터번이 화려해집니다. 바로 라자스탄 사막 문화권에 진입했다는 신호입니다.

2. 2002년엔 '그저 그랬던' 시내 명소들, 다시 보니?

일기 속 청년은 "별로였다"고 혹평했지만, 사실 자이푸르 시내 유적들은 사진발(?)이 가장 잘 받는 곳들입니다.

  • 하와 마할 (Hawa Mahal - 바람의 궁전):
    • 953개의 작은 창문이 벌집처럼 뚫려 있는 독특한 건물입니다.
    • 숨겨진 의미: 왕실의 여인들이 바깥출입을 할 수 없으니, 이 창문을 통해서라도 세상 구경(축제, 행렬)을 하라고 만든 **'여성 전용 전망대'**였습니다. 알고 보면 좀 짠한 건물이죠.
  • 시티 팰리스 (City Palace):
    • 현재도 자이푸르의 왕족(마하라자) 후손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궁전입니다.
    • 박물관에는 왕들이 입던 거대한 옷과 무기가 전시되어 있어, 당시 마하라자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3. 암베르 포트 (Amber Fort): 반박 불가 'No.1'

2002년의 저도 유일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곳입니다.

<2002년 5월 24일의 일기>

오늘 가 본 곳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었고 진짜 멋있었던 곳. 암베르 궁전에 도착하는 순간 그 위엄에 놀랄 정도다.

  • 코끼리 택시: 산 위에 있는 성까지 코끼리를 타고 올라가는 체험은 자이푸르의 시그니처입니다. (요즘은 동물 보호 이슈로 지프차를 타고 올라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 쉬시 마할 (Sheesh Mahal): 성 내부의 '거울 궁전'. 촛불 하나만 켜도 수천 개의 거울 조각에 반사되어 별이 쏟아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합니다.

4. [Expat Life] 델리 주재원의 '최애' 주말 여행지

2002년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였지만, 훗날 델리 주재원으로 살면서 자이푸르는 제게 '제2의 고향' 같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곳을 5번 넘게 재방문했습니다.

  • 가족 여행의 정석: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님이 오셨을 때 가장 만만하고 확실한 코스가 바로 자이푸르였습니다. 타즈마할은 당일치기로 힘들지만, 자이푸르는 1박 2일로 다녀오기 딱 좋거든요.
  • 회사 워크숍의 성지: 직원들과 함께 **'초키 다니(Chokhi Dhani - 민속촌)'**에 가서 라자스탄 전통 탈춤 보고, 낙타 타고, 바닥에 앉아 손으로 전통식(Thali)을 먹으며 팀워크를 다졌던 기억이 납니다.
  • 도로의 혁명: 예전엔 국도가 험해서 6~7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델리-뭄바이 고속도로(NE4) 일부 구간이 개통되면서 델리(구르가온)에서 3시간 반~4시간이면 주파 가능합니다. 주말에 "자이푸르 가서 점심 먹고 올까?"가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죠.

5. 인도 국내선: "버스가 아니무니다"

일기 마지막에 등장하는 '2시간 연착' 에피소드. 2002년 인도의 국내선 비행기는 시골 버스 같았습니다. 승객이 다 안 오면 기다려주고, 기체 결함으로 밥 먹듯이 연착됐죠. (지금 인디고, 비스타라 항공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정시율이 좋아졌으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맺음말: 볼수록 매력적인 '핑크빛'

첫눈에 반하는 건 타즈마할이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건 자이푸르입니다. 화려한 핑크빛 색감, 웅장한 산성, 그리고 낙타가 거니는 이국적인 풍경.

물론 델리에서 당일치기로는 역시 아그라 타즈마할이긴 하지만, 아그라 포트와 타즈마할을 빼고 나면 별거 없는 도시가 아그라이거든요. 반면, 자이뿌르는 가는길에도 님라라포트도 좋고, 음식도 좋고, 볼게 더 많습니다.

혹시 델리에 사시거나 출장을 오셨나요? 이번 주말,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려 자이푸르에서 왕(Maharaja)이 된 기분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