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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63. 멈춰선 도시, 멈춰선 일상: 인도의 파업 문화를 말하다

by 인도 전문가 2025. 10. 26.

63. 2002년 3월13일, 수요일, 델리, 맑음, 30도

 

63.1 오늘은 시험의 날이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시험만 본 날이었다.

오늘 힌디학교에서 중간고사를 봤다. 전부터 사실 예고가 되어 있었는데,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학교를 가니, 시험을 보지 않겠는가? 아차~ 오늘 시험이었구나 속으로 참 우연도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오늘 영어시험도 있는 날인데

 

오늘 힌디 시험은 다음과 같았다.

1. 10개의 주어진 단어를 가지고 각각 문장을 만들기. 1

2. 과일 이름 아는데로 적기. 적는데로 1점씩

3. 야채 이름 아는데로 적기. 적는데로 1점씩

4. 색깔 이름 아는데로 적기. 적는데로 1점씩

5. 시계 읽는 법 : 10개의 주어진 시간을 힌디로 적기 각 1

6. 20 ~ 40까지 힌디로 적기 : 1

7. 나의 나라에 대하여 10문장 이상 글짓기. 10

8. 나의 가족에 대하여 10문장 이상 글짓기. 10

이상이다. 만점이 100점쯤 될 것 같다. 하지만 100점은 거의 나오기 힘든 점수 같다. 왜냐면 2,3,4문제만 가지고 40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글로 적어도 40개 적기 힘드니깐.

 

나는 약 50점 정도 나올 거 같다.

1, 7, 810문장씩 다 적었고, 시계 읽는 법도 반은 맞은거 같고, 숫자적기에서 7개정도 맞았고, 과일, 야채, 색깔도 합쳐서 15개 정도 적었다. 문장에서 조금씩 틀렸을 테니깐 그거 감안하면 약 50점 정도 되지 않을까?

오늘 오전은 이렇게 시험을 봤고, 오후 수업은 이상없이 진행됐다. 내일은 회화시험이 있다. 이렇게 중간고사도 이틀에 걸쳐서 본다. 듣기로는 다음달에 있는 정식 힌디시험도 이틀에 걸쳐서 본다고 한다. 이번 시험은 비록 중간점검정도 밖에 안되지만, 다음달 시험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사전연습으로도 생각할 수도 있다.

 

저녁에 영국문화원에서도 최종 레벨통과 테스트가 있었다.

Listening, Grammar, Writing, Presentation 이렇게 4단계로 이루어진 시험이었는데, 의외로 시험은 쉽게 느껴졌다. Listening은 거의 다 맞은거 같고, Grammar도 거의 다 맞은거 같다. Writing은 자사제품의 정보에 대한 문의에 대한 답변편지를 영작하는 것이었고, 소신껏 잘 적었다. 마지막으로 Presentation3분동안 적절하게 무리없이 잘 해낸 것 같다.

결과는 금요일 나오는데, 아무래도 통과할 것 같다.

그런데, 통과해도 걱정이다. 사실 전에도 적었지만, 우리반에서 내가 영어를 제일 못한다. 솔직히 한단계 낮추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한단계 또 올라가 버리면 더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번주 금요일에 결과에 따라서 새로 등록해야 하는데, 선생님하고 상의를 해서 레벨을 맞추는 방향으로 해야 겠다. 오늘 생각한 건데, 역시 난 시험에 강하다. 별로 자랑할만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강한건 좋은거다.

밤에 집에 오니 1040분이다. 오늘 릭샤 잡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늘 릭샤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길거리에 다니는 릭샤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겨우 잡고, 어쩔 수 없이 바가지 쓰고 왔다.

피곤하다.


부제: 2002년, 바가지 쓴 릭샤에서 시작된 인도에서의 17년의 경험

2002년 3월 13일, 제 낡은 일기장의 마지막 줄은 피곤함과 짜증으로 마무리됩니다. 하루 종일 시험에 시달린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죠.

"밤에 집에 오니 10시 40분이다. 오늘 릭샤 잡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늘 릭샤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길거리에 다니는 릭샤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겨우 잡고, 어쩔 수 없이 바가지 쓰고 왔다. 피곤하다."

그날 밤, 저는 그저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7년이라는 시간을 인도에서 보내고 난 지금, 저는 압니다. 그날의 경험이 결코 특별하거나 운 나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것은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주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지극히 '인도적인' 일상의 한 단면이었을 뿐입니다. 바로 **'파업(Strike)' 또는 '하르탈(Hartal)', '반드(Bandh)'**라고 불리는, 도시 전체를 멈춰 세우는 그들만의 시위 방식 말입니다.

1. 단순한 파업이 아니다: '하르탈'과 '반드'의 의미

인도에서 '파업'은 단순히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는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하르탈(Hartal): 주로 상점, 학교, 사무실 등이 자발적(때로는 강압적)으로 문을 닫는 형태의 시위입니다. 특정 정책에 항의하거나 애도를 표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선포됩니다.
  • 반드(Bandh): '하르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형태로, 도시나 지역 전체의 모든 경제 활동과 교통을 '강제로' 마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정당이나 강력한 노조, 사회단체 등이 주도하며, 참여하지 않는 상점이나 차량이 공격받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도시 전체가 셧다운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andh
 

Bandh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General strike A bandh organized by the Garo National Council in Goalpara, 2013 A bandh in Nepal, organized protest against a rise in fuel prices Bandh (Hindi: बंध, बंद, romanized: bandh, band, lit. 'clo

en.wikipedia.org

 

2002년의 제가 겪었던 릭샤 파업은 비교적 작은 규모였지만, 지난 17년간 저는 은행 파업, 택시 파업, 버스 파업, 지하철 노조 파업, 철도 파업, 심지어 전국적인 트럭 운전사 파업까지 수많은 '멈춤'의 순간들을 겪어왔습니다.

트럭 파업중입니다.

2. 왜 멈추는가? 파업의 이유들

인도에서 파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 경제적 요구: 임금 인상, 근무 조건 개선, 유가 인상 반대 등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요구가 가장 흔합니다.
  • 정부 정책 반대: 새로운 노동법 개정안, 농업 정책, 특정 세금 도입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파업이 조직됩니다.
  • 정치적 시위: 특정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반대파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업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 사회적 이슈: 카스트 차별 문제, 종교 갈등, 특정 사건에 대한 항의 등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해결을 압박하기 위해 파업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3. 멈춰선 도시의 풍경: 시민들의 고통

파업이 선포되면, 특히 대중교통이나 운송 관련 파업일 경우, 도시 전체가 마비됩니다.

  • 교통 대란: 버스, 택시, 릭샤가 멈춰 서면 출퇴근길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수많은 서민들의 발이 묶이고, 어쩌다 운행하는 소수의 교통수단은 부르는 게 값이 됩니다. (2002년의 제가 바가지를 썼던 것처럼 말이죠.)
  • 경제적 손실: 상점과 회사가 문을 닫고 물류 운송이 중단되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합니다.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 일상의 마비: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며, 생필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 전체가 큰 불편을 겪게 됩니다.

4. 혼돈 속의 질서?: 파업을 대하는 인도의 방식

그렇다면 인도 사람들은 왜 이런 극심한 불편을 감수하는 걸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 체념과 적응: 워낙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파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합니다. 파업 예고가 있으면 미리 생필품을 사재기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식이죠.
  • 민주적 권리?: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강력한 수단으로 파업을 인식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비록 불편하지만, 노동자나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여기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 집단의 힘: 개인의 목소리보다는 집단의 힘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파업은 특정 집단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파업중입니다.

 


20여 년 전, 델리의 밤거리에서 릭샤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그날 밤. 저는 그저 개인적인 불편함으로만 느꼈던 그 사건이, 사실은 인도 사회의 복잡한 역학 관계와 뿌리 깊은 문화가 응축된 현상이었음을 이제는 압니다.

파업은 분명 도시를 마비시키고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비효율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거대한 국가 시스템 속에서 소외된 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마지막 수단이기도 합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인도에서 파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인도의 민주주의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