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15일, 금요일, 델리, 맑음, 31도

65.1 오늘부터 아침운동을 시작하다.
어제 예고를 했듯이, 드디어 오늘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5시50분에 일어나서 동네 뒤쪽에 있는 공원에서 달리기를 했다. 공원이 굉장히 커서 한바퀴 달리기로 도는데, 약 7~8분이 걸릴 만큼 크다. 축구장3개는 붙여놓은 크기다.
공기가 나쁠까봐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공원안의 공기는 나쁘지는 않다. 공원구석에는 상쾌한 공기도 있다.
아침에 6시쯤 나오니, 아직 깜깜하다. 운동장 한바퀴 도니깐 날이 밝아오기 시작해서 6시40분쯤 끝날 때 되니깐 거의 다 환해진다.
아침에 제법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뚱뚱한 아줌마들도 있고, 아저씨들도 있고, 주로 걷기를 한다. 이들에게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 아~ 딱 한사람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은 걷기 운동인거 같다.
가운데 잔디가 조금 있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요가 비슷한 걸 하는 사람들도 5~6명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도인들이 아침 일찍 운동을 하는것 같다. (그런데 왜 이렇게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건가?)
약 30분동안 한참 달리기로 돌았다. 5바퀴정도 돌은 거 같다. 다 돌고 나서 팔굽혀펴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했다.
처음 하는 운동이라서 그런지 제법 힘이 들고 땀도 제법 흘렸다. 다리 허벅지 근육도 조금 아펐다. 그리고 많이 간지러워 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치고 돌아오는 기분은 아주 상쾌하다. 돌아오면서 매일 운동을 해야 겠다고 다짐을 했다.
65.2 영국문화원 강좌 끝나고 새로 등록
지난 두달간의 Business Communication Skill과정을 마치고, 오늘 결과를 받았다.
결과는 그 동안의 숙제 한거하고, 출석율하고, 수업태도, 시험결과로 평가를 했는데, 통과했다.
자격증처럼 인증서도 받았다. 멋있다. 내 이름도 적혀있고, 멋지게 이 과정을 마친거로 적혀있다. 그리고 성적표도 같이 받았다.
그리고 그 성적표하고 인증서로 레벨테스트 없이, 바로 General English Intermediate 3에 새로 등록했다. 이 과정은 중급에서 가장 높은 단계로 고급 바로 전 단계이다.
등록을 하긴 했지만, 사실 걱정이다. 내가 따라 갈 수 있을지… 정말 여기 인도인들은 영어를 잘하는 거 같다. (잘하는 건지 아니면 잘하는 척 하는 건지, 말만 빨리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부제: 2002년, 나의 첫 조깅에서 발견한 놀라운 풍경
2002년 3월 15일, 제 낡은 일기장에는 새로운 다짐의 시작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다가올 여행을 위해 체력을 기르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아침 운동을 시작한 날이었죠.
"아침 5시50분에 일어나서 동네 뒤쪽에 있는 공원에서 달리기를 했다... 아침에 제법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뚱뚱한 아줌마들도 있고, 아저씨들도 있고, 주로 걷기를 한다... 가운데 잔디가 조금 있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요가 비슷한 걸 하는 사람들도 5~6명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도인들이 아침 일찍 운동을 하는것 같다."
20여 년 전, 델리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공원을 달렸던 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도인들이 공원에 나와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요가를 하는 무리도 보였습니다.
그날의 풍경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인도 도시인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이었습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저는 그 모습이 델리뿐만 아니라 인도 전역의 도시 공원에서 매일 아침 펼쳐지는 보편적인 문화임을 압니다.
1. 새벽 공원의 주인공들: 누가, 왜 모이는가?
인도의 공원은 해가 뜨기 전후, 동네 주민들의 활기로 가득 찹니다.
- 주요 참여층: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젊은 층과 아이들도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이 많습니다. (생계가 급급한 하층민들에게 새벽 운동은 사치일 수 있습니다.)
- 왜 이른 아침인가?:
- 날씨: 인도, 특히 북인도의 경우 낮에는 기온이 너무 높기 때문에, 해가 뜨기 전후의 서늘한 시간이 야외 운동을 위한 거의 유일한 '골든 타임'입니다.
- 공기 (상대적으로): 하루 중 그나마 공기가 덜 오염된 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나쁠 때가 많지만요.)
- 문화: 인도 문화권에서는 '브라마 무후르타(Brahma Muhurta)'라 불리는 해 뜨기 전 새벽 시간을 영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며 일찍 일어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2. 무엇을 하는가? 공원 활용 백서
공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생각보다 다채롭습니다.
- 압도적인 대세, '걷기(Walking)':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는 운동입니다. 친구나 이웃끼리 삼삼오오 모여 빠른 걸음으로 공원 트랙을 돌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중요한 사교 활동의 장이기도 합니다.

- 조깅과 달리기 (Jogging/Running): 걷는 사람들에 비하면 소수이지만, 꾸준히 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말 새벽에는 마라톤 동호회 사람들이 단체로 훈련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 요가와 명상 (Yoga & Meditation): 공원 한쪽 잔디밭에서는 요가 강사의 지도 아래 단체로 아사나를 수련하거나, 조용히 앉아 명상에 잠긴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인도인들에게 요가는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닌, 삶의 일부입니다.

- '웃음 요가 (Laughter Yoga)': 인도에서 시작된 독특한 운동법. 여러 사람이 모여 특별한 이유 없이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웃는 그룹을 본다면 바로 이 '웃음 요가' 그룹입니다.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인기가 많습니다.
- 간단한 체조와 스트레칭: 공원에 설치된 간단한 야외 운동기구를 이용하거나, 맨손 체조,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3. 공원의 의미: 단순한 녹지를 넘어서
인도 도시에서 공원은 단순한 녹지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 부족한 인프라의 대안: 안전하게 걷거나 뛸 수 있는 보행로나 자전거 도로가 부족한 도시 환경에서, 공원은 거의 유일하게 안전하고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비싼 회원권이 필요한 헬스클럽의 대안이기도 하죠.
- 커뮤니티의 구심점: 아침 운동 시간은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소식을 나누는 중요한 커뮤니티 활동의 장입니다.
- 자연과의 연결 통로: 삭막한 도시 환경 속에서 잠시나마 자연을 느끼고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4. 운동하는데 왜 뚱뚱할까? (2002년의 질문에 답하다)
20여 년 전 일기장에서 제가 던졌던 질문, "운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이렇게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 건가?"에 대한 답은 이제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아침 운동 문화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더 큰 문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름지고 단 음식을 선호하는 식습관, 부족한 신체 활동량(특히 도시 직장인), 당뇨병에 취약한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아침 운동은 건강을 위한 좋은 노력 중 하나이지만, 인도 사회 전체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죠.
2002년 3월,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아침 운동. 그 속에서 저는 인도 사람들의 또 다른 일상과 문화를 발견했습니다. 해 뜨기 전 공원을 가득 메운 그들의 활기는, 치열하고 때로는 고단한 인도의 삶 속에서도 건강과 공동체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일 것입니다.
혹시 인도에 머물 기회가 있다면, 하루쯤은 새벽잠을 조금 줄이고 가까운 공원에 나가보세요. 그곳에서 당신은 관광지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살아 숨 쉬는 인도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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