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16일, 토요일, 델리, 맑음, 33도

66.1 날씨가 정말 더워지기 시작했다. 과연 인도의 여름은 어떨까?
어제부터 날씨가 더욱 더워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드디어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인 33도를 기록했다. 오늘 낮에 밖에 있을 때는 거의 우리나라 여름날씨와 거의 비슷하다. 델리의 기온 변화는 아침 일찍부터 해뜨기 시작해서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12시쯤 되면 거의 다 올라가서 30도정도를 나타내고 대략 오후 4시까지 그 온도가 지속된다.
어제 학교에서 한국인들과 인도의 여름에 대하여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이 하는 말이 델리의 여름을 감히 상상하지 말라고 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3월28일이 홀리축제라고 있는데, 겨울과 봄을 마치고 여름을 축하하는 인도의 최고의 명절이다. 이날은 각양각색의 색깔분말을 서로간에 몸에 던지면서 3일동안의 축제가 벌어진다고 한다.
근데, 웃긴다. 여름을 축하하는 축제…?? 도대체 이들의 여름은 도대체 어떠하길래, 축제까지 벌이나? 홀리 축제도 이제 한 10일 정도 밖에 안 남았다. 그러니 이제부터 서서히 더워지는게 당연한거 같다.
홀리 축제가 지나면 이들에게 있어서 진짜 본격적으로 여름에 들어간다. 이 여름은 4월부터 시작해서 5월중순이 한창 최고로 덥고, 그 더위가 6월까지 가다가 6월말에 우기가 되면 여름은 끝난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교는 4월 중순부터 방학에 들어간다. 우리 학교도 4월말부터 8월중순까지 방학이다.
이 나라의 여름은 보통 온도가 45도를 기본으로 넘어가서 한참 더울 때는 거의 5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습도도 제법 높아서 불쾌지수도 아주 높다고 한다.
그 때 밖에 나가면, 덥다기 보다는 뜨겁다고 한다. 한사람이 표현하기를 한증막안에 있는 느낌이다 라고 하며, 또 한사람은 헤어드라이기를 강풍으로 뜨겁게 얼굴에 데고 있는 걸 상상하면 된다고 한다.
이런 더위가 밤이 되어도 계속 30도 이상을 유지하며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한다.
에어컨이 없이는 도저히 밤에 잠을 잘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여름에 자주 전기가 나가는데, 그런 날에는 너무 더워서 온 가족이 차에 들어가서 에어컨 틀어놓고 밤을 지세우기가 일쑤라고 한다.
아~ 이야기만 들어도 덥다… 과연 도대체 어떻길래 저렇게들 경쟁적으로 마치,
그리고 여름에 술도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낮에 그렇게 햇빛에 뜨겁게 있다가, 저녁에 덥다고 에어컨틀고 맥주병 들이키면, 그냥 바로 간다고 한다. 어떻게 가느냐, 그냥 사람이 맛이 간다고 한다. 한 이틀 잠을 잔단다.
아~ 겁난다. 도대체 40도가 넘어가면 어떤 느낌이지? 열심히 아침운동해서 몸을 튼튼하게 만들고 여름을 맞이 해야 겠다.
참 그러고보면, 지금이 봄이 맞는 건가?. 이게 봄…??
부제: 2002년의 순진함과 인도17년 경험자가 보내는 경고
2002년 3월 16일, 제 낡은 일기장에는 델리의 '더위'에 대한 호들갑이 가득합니다. 이제 막 섭씨 33도를 기록했을 뿐인데, 저는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 다가올 여름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인 33도를 기록했다... 델리의 여름을 감히 상상하지 말라고 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아~ 이야기만 들어도 덥다… 과연 도대체 어떻길래..."
17번의 지독한 인도 여름을 겪고 난 지금, 20여 년 전의 이 글을 보니 웃음부터 나옵니다. 겨우 33도 가지고 저렇게 엄살이라니! 지금 그때의 저를 만날 수 있다면 어깨를 툭 치며 말해주고 싶습니다. "야~ 이 정도는 봄이야. 아주 딱 좋은 봄! 진짜 더워지기 전에 마음껏 즐겨둬!" 라고 말이죠.
제 일기장 다음 페이지들에는 예상대로 '덥다! 덥다!! 덥다!!!'는 아우성이 가득합니다. 그 끔찍했던(?) 경험담을 풀어놓기 전에, 오늘은 먼저 객관적인 숫자로 인도의 여름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맛보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인도의 '진짜' 여름은 언제, 얼마나 더울까?
인도에서 우리가 '여름'이라고 부르는 혹서기는 보통 4월 말에 시작하여 6월 말 몬순(우기)이 오기 전까지입니다. 3월의 더위는 그저 예고편에 불과하죠.
- 기본 온도: 이 기간 동안 북인도와 중부 인도의 주요 도시들은 낮 최고 기온 40°C ~ 45°C를 일상적으로 기록합니다. 네, 매일매일이 재난 수준의 폭염입니다.
- 최고 기록: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라자스탄 사막 지역이나 중부 내륙 지역에서는 50°C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기온이 관측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라자스탄의 팔로디(Phalodi)는 2016년에 인도 역대 최고 기온인 51°C를 기록했습니다.
- 밤에도 계속되는 더위: 더 절망적인 것은 밤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저 기온이 30°C 이상인 '초열대야'가 계속되어 에어컨 없이는 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 '체감' 온도는 훨씬 높다: 단순히 온도계 숫자만 봐서는 안 됩니다. 몬순 직전에는 습도까지 높아져 '체감 온도(Heat Index)'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높게 느껴집니다. 일기장에 적힌 '한증막 안에 있는 느낌',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맞는 느낌'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숫자가 보여주는 위험성
이런 극한의 더위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합니다.
- 열사병(Heatstroke): 매년 여름, 인도에서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특히 냉방 시설이 부족한 빈곤층과 야외 노동자들에게 여름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 물 부족: 극심한 더위는 가뭄과 물 부족 사태를 심화시켜 농업과 식수 확보에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20여 년 전, 33도라는 숫자에 겁먹었던 저는 아직 진짜 인도의 여름을 몰랐습니다. 그저 막연한 두려움만 가졌을 뿐이죠. 오늘 보여드린 이 숫자들은 앞으로 제가 풀어놓을 '여름 이야기'의 배경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입니다. 45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살아낸다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는, 앞으로 이어질 저의 '아우성' 속에서 비로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숫자는 시작일 뿐입니다. 재미있는(끔찍한?) 에피소드를 담은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될 테니까요. 🌡️☀️
'인도 > 인도 지역전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8. 1주일의 기다림'에서 '10분 배송'의 기적까지 (0) | 2025.11.02 |
|---|---|
| 67. 맨발로 볼링 치던 나라, 인도의 화려한 변신 (0) | 2025.10.31 |
| 65. 해 뜨기 전 공원으로: 인도인들의 아침 운동 문화를 엿보다 (0) | 2025.10.28 |
| 64. 2002년, 인도 인터넷과의 사투 (그리고 20년 후) (0) | 2025.10.28 |
| 63. 멈춰선 도시, 멈춰선 일상: 인도의 파업 문화를 말하다 (0) | 2025.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