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14일, 목요일, 델리, 맑음, 31도

64.1 인터넷 때문에 정말 짜증이 난다.
우리 동네 마을회관에 인터넷까페가 생긴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 인터넷까페의 인터넷속도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한페이지 보는데 5분씩 걸린다. 그나마 5분 기다려서 보면 다행인데, 5분 지나서 에러메세지 뜨면 사람 환장한다. 거기에 이멜 적은거 날라가던가, 아니면 보내졌는지 안보내졌는지 확인이 불가능해지면 난감하다.
차라리 20분 걸어서 전에 다니던 데를 가던가 해야지 원,
오늘 인터넷카페에서 무려 1시간 30분동안 한 일이 이멜 5개정도 확인하고 메일 2개 보낸 것이 전부다.
문제다 문제…
64.2 내일부터 운동을 할까 한다.
외롭기도 하고, 담배도 다시 피고 싶어지고 해서,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운동을 해볼까 한다.
또 5월부터 여행을 시작하면 몸이 고생을 하기 때문에, 미리 몸을 좀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30~40분정도 동네 공원에서 조깅을 할까 한다.
날짜는 언제부터? 그야 말 나온 김에 하라고, 내일부터 할려고 한다.
2002년 당시 인터넷과의 끔찍했던 경험을 생생하게 쓰고 있네요. 사실 2004년 인도 뭄바이에 주재원으로 5년간 근무할 때만 해도 인터넷 상태는 정말로 끔찍했었습니다. 가격이라도 싸면 몰라도 가격도 비쌌고, 제공된 인터넷 서비스는 모두 데이타 종량제라 얼마 이상 쓰면 끊기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인터넷으로 고생했었지요. 실제 회사 업무에도 많은 지장이 있었답니다.
20여 년 전 제 낡은 일기장에는, 새로 생긴 동네 사이버카페의 느려터진 인터넷 속도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페이지 보는데 5분씩 걸린다. 그나마 5분 기다려서 보면 다행인데, 5분 지나서 에러메세지 뜨면 사람 환장한다. 거기에 이멜 적은거 날라가던가, 아니면 보내졌는지 안보내졌는지 확인이 불가능해지면 난감하다... 오늘 인터넷카페에서 무려 1시간 30분동안 한 일이 이멜 5개정도 확인하고 메일 2개 보낸 것이 전부다."
지금 보면 웃음이 나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집 근처 3분 거리에 사이버카페가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뻐해야 했던 시절. 한 페이지를 열기 위해 5분을 기다리는 인내심은 기본이었고, 그렇게 기다린 결과가 '에러' 메시지일 때의 허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이메일 하나 보내는 것조차 제대로 보내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2002년 델리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2004년 뭄바이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때까지도 인도의 인터넷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비싼 요금을 내면서도,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정해져 있는 '종량제' 서비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해진 용량을 다 쓰면 인터넷이 끊기거나, 엄청난 추가 요금을 내야 했죠. 회사 업무를 위해 인터넷을 써야 했던 저에게는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습니다. 자료 하나 다운로드 받는데 몇 시간이 걸리고, 화상 회의는 꿈도 꿀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 속도의 혁명: 이제 인도 가정에서는 100Mbps는 기본, 500Mbps, 심지어 1Gbps에 달하는 초고속 광랜(Fiber Optics, FTTH)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년 전, 5분 걸려 한 페이지를 열던 그 인터넷이, 이제는 넷플릭스 4K 영상을 끊김 없이 스트리밍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제가 얼마 전 포스팅했던 'Airtel Xstream Fiber'가 대표적이죠.)
- 데이터 걱정? '무제한'의 시대: 과거 우리를 괴롭혔던 '데이터 종량제'는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용 인터넷 요금제는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한 달에 3.3TB(3,300GB)라는 엄청난 용량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도달 불가능한 수준이죠.
- 모바일 인터넷의 기적, '지오(Jio)' 혁명: 가정용 인터넷뿐만 아니라 모바일 데이터 환경의 변화는 더욱 극적입니다. 2016년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의 등장은 인도 통신 시장에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거의 무료에 가까운 파격적인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순식간에 수억 명의 인도인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인도는 전 세계에서 모바일 데이터 요금이 가장 저렴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부가 서비스의 풍요: 이제 인터넷 서비스는 단순히 연결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넷플릭스', '디즈니+ 핫스타' 같은 다양한 OTT 서비스 구독권까지 함께 제공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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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인도 집 인터넷, 얼마나 빠를까? Airtel Xstream Fiber 속도와 요금제 총정리 (2025년 10월 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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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도의 사회와 경제, 그리고 사람들의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라는 정부의 구호 아래, 이제 온라인 교육, 전자 상거래, 핀테크, 원격 근무가 인도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사람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얻고, 비즈니스를 합니다. 제가 2004년에 겪었던 '인터넷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일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죠.
물론 가끔은 그 느렸던 시절, 인터넷 창 하나 열리는 것을 기다리며 차 한 잔 마시던 그 여유가 그립기도 합니다. 하지만 17년간 이곳에 살면서 제가 목격한 가장 놀라운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이 인터넷 혁명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5분 기다려 에러 메시지를 보던 그 답답한 시절은 이제 정말,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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