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7일, 화요일, 델리, 맑음

118.1 정말 지저분한 인도 거리
인도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정말 지저분하다는 것을 쉽게 느낀다.
온갖 쓰레기에 갖가지 종류의 똥(나는 이제 심지어 모양을 잘 보면 소똥, 개똥, 돼지똥, 사람똥을 구분해 낼 수 있다.)과, 오물등이 길거리에 쫘~악 깔려있다. 특히 똥이 많은 거리에 가면 파리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많이 있다.
정말 지저분하다. 지저분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첫째, 쓰레기통이 없다. 아무리 길거리를 다녀도 쓰레기통이 없다. 정말 아주 가끔씩 쓰레기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정작 쓰레기통은 깨끗하다.
둘째, 인도인들은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담배를 피고 나서 꽁초나, 아니면 다른 것 먹고, 바나나 껍데기 같은 거 들고서 망설이고 있으면 얼렁 인도인이 뺏아서 확 던져버린다. 그러면서 “뭘 망설이고 있느냐? 그냥 버려라.” 라고 이야기 한다. 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차창 밖으로 버리면 모든게 해결 된다. 아, 여기서 또 한가지 인도 차의 창문으로 온갖 생활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델리에서 노이다 가는 중간에 야무나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많은 차들이 다리 중간에서 서서 창문밖으로 기상천외한 쓰레기들이 투척된다. 심지어 고장난 티비를 던지는 것도 봤다. 오죽하면 마누라 빼고 자동차 창문으로 다 버린다라는 말이 있을까?
그러다 보니 온천지가 쓰레기 천지이다.
어떤이들은 이러한 인도인의 쓰레기를 버리는 습관을 역사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인도인들은 동물을 묶어서 기르지 않고 길거리에 방목하는 것을 더 선호했는데, 그러다 보니 과거의 생활쓰레기가 그런 동물들의 먹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즉,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먹이를 주는 것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런 습관이 지금 내려오고 있다나…?
최근 학교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오랜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참고로, 쓰레기만 그런 게 아니고, 침을 또 무진장 많이 뱉는다. 정말 지저분하다.(물론 모든 인도인이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이틀전 저는 델리의 부촌을 떠나 배낭여행자들의 거리 '빠하르간지'로 이사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도의 진짜 얼굴, **'압도적인 더러움'**을 마주했습니다.
2002년 5월 7일의 일기, 정말 적나라하고 솔직합니다. "마누라 빼고 차 창문으로 다 던진다"는 말은 인도 교민 사회에서 아주 유명한 농담이자 슬픈 현실이죠.
<2002년 5월 7일의 일기>
118.1 정말 지저분한 인도 거리 쓰레기통이 없다. 정말 아주 가끔씩 쓰레기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정작 쓰레기통은 깨끗하다. 인도 차의 창문으로 온갖 생활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야무나강을 건너는 다리 중간에서 서서 창문 밖으로 기상천외한 쓰레기들이 투척된다. 심지어 고장 난 티비를 던지는 것도 봤다. 오죽하면 마누라 빼고 자동차 창문으로 다 버린다라는 말이 있을까?
당시 저는 이것을 "동물에게 먹이를 주던 역사적 습관"이라고 이해하려 애썼지만, 2025년인 지금도 이 문제는 인도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남아있습니다.
1. 모디의 승부수: '스와치 바라트(Swachh Bharat)'는 성공했나?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간디의 안경을 로고로 내세우며 '스와치 바라트(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청소하는 사진이 매일 신문에 실렸고, 화장실 1억 개 짓기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성과는 분명 있습니다.
- 공항, 지하철역, 호텔 등 주요 시설은 선진국만큼 깨끗해졌습니다.
- 노상 방뇨가 눈에 띄게 줄었고, 적어도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은 심어졌습니다.
하지만, 거리는 여전히 더럽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캠페인은 '보여주기식(Performative)' 성격이 강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카메라 앞에서만 빗자루질을 했고, 행사가 끝나면 그 쓰레기는 다시 구석으로 밀려났습니다.
2. 인도가 깨끗해지지 않는 3가지 이유 (심층 분석)
왜 10년 넘게 국가적 캠페인을 벌여도 델리의 뒷골목은 여전히 쓰레기장일까요?
① "내 집은 신전, 밖은 쓰레기통" (NIMBY) 인도인들의 집에 초대받아 가보면 깜짝 놀랍니다. 바닥에서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하거든요. 문제는 **'경계선'**입니다. 그들은 내 집 문지방만 넘어가면 그곳이 곧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집만 깨끗하면 된다"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공공의식의 부재가, 차 창문 밖으로 TV를 던지는 기행을 낳았습니다.
② 카스트 제도의 잔재: "청소는 내 일이 아니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인도에서 오물을 치우고 청소하는 일은 특정 하위 카스트(달리트 등)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산층이나 상위 카스트에게는 **"청소를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무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빗자루를 드는 것 자체가 자신의 신분을 낮추는 행위라고 여기기 때문에, 자발적인 시민 청소 문화가 정착하기 어렵습니다.
③ 시스템의 부재: 치우면 뭐하나, 갈 곳이 없는데 일기에서 "쓰레기통이 없다"고 했죠? 지금도 부족합니다. 더 큰 문제는 **'수거 이후'**입니다. 델리 외곽에는 **'가지푸르(Ghazipur)'**라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 있습니다. 아파트 20층 높이의 이 쓰레기 산은 델리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붕괴 직전임을 보여줍니다. 분리수거 없이 몽땅 섞어서 갖다 버리니, 처리는 불가능하고 악취와 메탄가스만 뿜어져 나옵니다. 관리 통제에서 벗어나기 직전이다 보니, 화재도 빈번합니다.
3. 맺음말
2002년, 빠하르간지의 소똥과 쓰레기 더미를 피해 걸으며 충격을 받았던 저는, 17년 뒤에도 여전히 골목길의 쓰레기를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모디 총리의 '스와치 바라트'는 분명 의미 있는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천 년간 이어온 **'카스트적 직업관'**과 **'공공의식의 부재'**가 바뀌지 않는 한, 인도의 거리가 싱가포르처럼 깨끗해지는 날은 요원해 보입니다.
인도가 진정으로 '샤이닝 인디아(Shining India)'가 되려면, 보여주기식 빗자루질이 아니라 "내 쓰레기는 내가 치운다"는 마음의 혁명이 먼저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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