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4일, 토요일, 델리, 맑음
115.1 오늘 파하르간지로 이사 감.
오늘 하루 엄청 바쁘게 보냈다.
이사를 결심하고 아침부터 방 알아보고 저녁에 이사까지 완료했기 때문이다.
전에 살던 집에 문제가 좀 있었다.
첫째, 내가 5월중순까지 델리에 있어야 하는데, 이번달 방값이 문제가 되었다. 나는 반달만 살으니깐 반값만 내겠다고 했는데, 주인아저씨는 보름을 살던, 한달을 살던 한달치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도의 규정이라나…
그래서 나는 그렇게는 못한다고 좀 언쟁이 있었다.
다른데도 좀 알아봤지만, 사실 인도의 방값제도가 그렇다. 렌트의 경우에는 보름만 살아도 한달치를 내야 한다. 그래도 나는 같이 그 동안 산 정(情) 도 있고 해서 어떻게 해줄 줄 알았는데, 안된다고 한다. 정말 치사하다.
두번째, 에어컨 고쳐준다고 해놓고 죽어라고 안 고쳐준다. 도저히 더워서 못견디겠다. 그렇치 않아도 지난달 몸이 좀 상해서 체력이 약해졌는데, 이 더위에 도저히 에어컨 없이는 못 살겠다.
오늘 아침 파하르간지로 방을 알아보러 다녔다. 지난번 계약한 곳이 있었는데 그 방(에어컨 있는방)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바람에 방이 없다고 이메일로 통보가 왔기 때문이다. 지네가 잘못한거라 계약금은 돌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방을 알아봐야 했다.
지난번에 설명했지만, 파하르간지는 뉴델리역 앞에 위치한 시장골목으로 아주 싼 여관이 많아서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다. 비록 안전상의 문제가 있는 곳이나, 가격이 싸기 때문에 배낭여행자들이 많다. 우리나라 배낭여행자들도 여기서 쉽게 볼수 있다. 결정적으로 또 여기 근처에 한국식당이 있다. 옥상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인도에 온 한국 배낭여행자들이 만든 곳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격도 거의 로컬수준이다. 이전에도 여러번 왔었다. 어쨌든 이곳에서 숙박하면서 인도 전국 투어를 시작하기전에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몸을 좀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의 여관은 대부분 에어컨이 없다. 있어도 한 개의 여관에 1개에서 2개 방에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방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전에 계약한 호텔에도 에어컨 있는방이 한개였는데, 어떤 사람이 머무르다 계속 그냥 스테이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마침 지난달에 새로 오픈한 호텔(자기네 말로 호텔, 사실 여기도 여관급처럼 보인다)이 있어서 알아보니, 마침 에어컨 있는 방도 많고, 방을 둘러보니 깨끗하고 좋다. 일단 점찍어두고, 계속 다른 곳도 알아보았다. 역시 이 동네는 싸다. 아까 말한 새로 생긴 호텔이 가장 비싼 것 같다. 하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면, 그 정도의 방에 그 가격으로 숙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후에 계약을 하고, 큰 가방하나 사고 집으로 가서 짐 싸서 바로 이사해버렸다.
지금 에어컨 틀고 빤스 차림으로 일기 쓰고 있다. 아~ 이렇게 행복할 수가…
텔레비전도 잘 나온다. 우와~ 아리랑티비도 나온다… 좋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저녁에는 한국식당(옥상이라고 배낭여행자들이 모여서 만든 조그마한 한국식당이다.) 가서 비빔밥 먹었다. 와~ 맛있다. 맨날 인도식 짜파티만 먹다가 배부르게 밥 먹고 방에 와서 시원하게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물도 잘 나온다. 또 전기 나가면 바로 발전기 돌려서 최소한 팬은 돌아가게 해 준다. 진작 옮길걸… 방값도 하루에 1,500루피 정도로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정도이다. 정말 좋다. 1,500루피×30일=45,000루피. 하지만 15일만 살거니깐, 22500루피이다. 즉, 전에 살던데 한달치 방값의 거의 반값이다.
돈만 따졌으면 차라리 여기서 첨부터 지냈어야 했나?? 하지만 하숙집에서 고생하면서 배운것도 많아서,,,
어쨌든, 여기도 나쁜 점이 있다.
아무래도 싼 지역이다 보니, 근처에 슬럼가가 있고 해서 좀 위험한 지역이다. 작년에서 이스라엘 여행자가 2명 실종되었는데, 최종 목격지가 이곳이고, 또 1명의 외국인이 살해당한 곳도 이 근처란다. 하지만 내가 있는 호텔(여관)은 그나마 메인로드 쪽이라 안전한 지역이고, 제법 입구에서 24시간 통제하는 경비원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 그리고 밖에도 낮에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 밤에도 자기관리만 잘하면 위험하지 않다. 여기서 자기관리라고 함을 마약(마리화나 등)같은 거 안하고 술 취하지 않고 뭐 그런거다. 작년에 있었던 그런 사건들의 희생자들은 모두 마리화나를 상습 복용하는 여행자들이었다.
참고로 여기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마리화나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첫날 우리나라 여관 수준과 제법 비슷한 호텔에서 잠을 잔다.
몇달만에 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2002년 5월 4일, 저는 델리의 살인적인 더위와 "보름만 살아도 한 달 치 월세를 내라"는 집주인의 횡포를 뒤로하고, 배낭여행자들의 성지 **'빠하르간지(Paharganj)'**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빠아르간지 특집편을 참조하세요.
https://gshin.tistory.com/121
105. 델리의 심장, 배낭여행자들의 성지: '빠하르간지
2002년 4월24일, 수요일, 델리, 맑음 105.1 잠시 머무를 호텔을 알아봄이 집이 이번 달 말에 계약이 끝난다. 그런데 나는 델리에 5월 중순까지는 더 있어야 한다. 영국문화원 수업이 남아있고 시험도
gshin.tistory.com
1. 인도 집주인의 셈법 vs 여행자의 생존 본능 당시 하숙집 주인은 "인도의 규정"이라며 반달치 월세 계산을 거부했습니다. 억울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결국 에어컨도 고쳐주지 않는 그 집을 탈출해, 뉴델리 역 앞의 여행자 거리로 뛰어들었습니다.
인도인의 셈법에 다룬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https://gshin.tistory.com/113
97. 중국 상인도 울고 간다는 '인도 상인'의 기가 막힌 셈법
2002년 4월23일, 화요일, 델리, 맑음97.1 디젤버스 뒷 이야기지난주에 있었던 디젤버스 운행금지에 따른 델리의 대혼란.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공무원들은 지난 월,화요일에 절반이
gshin.tistory.com
2. 1,500루피의 행복: "천국이 따로 없다" 제가 구한 방은 당시 시세로 1박에 **1,500루피(약 4만 원)**였습니다. 배낭여행자 치고는 꽤 비싼 '호사'였지만, 그 돈으로 얻은 것은 천국이었습니다.
- 빵빵한 에어컨: 팬티 바람으로 있어도 추울 정도의 시원함!
- 아리랑 TV: 한국 방송이 나오는 TV라니!
- 24시간 발전기: 정전이 일상인 델리에서 발전기가 돌아가는 숙소는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았습니다.
3. 전설의 한식당 '옥상(Oksang)'을 아시나요? 2000년대 초반, 인도를 여행했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그 이름, 바로 **'옥상'**입니다. 이름 그대로 허름한 건물 옥상에 여행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이 식당은, 지친 여행자들에게 김치볶음밥과 비빔밥, 그리고 라면을 제공하던 '영혼의 안식처'였습니다. 인도 향신료에 지친 입맛을 달래주던 그 비빔밥 한 그릇의 맛은 미슐랭 레스토랑보다 훌륭했습니다.

4. 빠하르간지의 두 얼굴: 자유와 타락 사이 하지만 이곳은 **'개미지옥'**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저렴한 물가와 자유분방함 뒤에는 마약(마리화나)과 범죄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 실종과 사건 사고: 일기에도 적었듯, 이스라엘 여행자가 실종되거나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던 우범지대였습니다.
- 자기관리의 중요성: "마약 안 하고, 술 취해 돌아다니지 않는다." 23년 전의 제가 세운 이 원칙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빠하르간지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선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 저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15일간의 '부자 배낭여행자' 모드로 인도 생활의 1막을 정리하려 합니다.
'인도 > 인도 지역전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17. 20년 전엔 '흥정 전쟁', 지금은 '터치 한 번'? 델리 교통수단 A to Z (0) | 2025.12.15 |
|---|---|
| 116. 인도에는 어린이날이 없다? 2002년의 오해와 진실 (0) | 2025.12.15 |
| 113. 인도의 5월, "덥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내 몸이 무너지는 신호 (0) | 2025.12.14 |
| 112. 결혼특집 4/4 : 3일 밤낮의 축제, 인도 결혼식, 그 복잡하고 장대한 절차 완전 분석 (0) | 2025.12.14 |
| 111. 결혼특집 3/4 : "스쿠터를 안 사 왔다고 아내를 태워 죽이다": 다우리(Dowry)의 잔혹사 (0) |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