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1일, 수요일, 델리, 구름(번개)

112.1 결혼에 관련된 그 밖에 이야기들
112.1.1 결혼날짜 잡는 법
인도의 결혼식의 날짜를 잡는 방법은 먼저 결혼이 결정이 되면 신부측의 부모가 먼저 바이샤계급의 힌두사제를 찾아가 날짜를 잡는다.(신부측이 날짜를 잡는 것은 우리나라랑 똑같네요.)
전에 한번 언급한 바 있듯이 인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음력을 가지고 있는데, 결혼식의 날짜를 잡는데는 그 음력을 기준으로 별자리, 생년월일, 그 해의 길흉을 가지고 날짜를 잡는다. 언뜻 들은 이야기인데, 대체로 보름(음력15일쯤)에 길일이 많아서 그때 많은 결혼식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날에는(길일로 보임) 길가다가 치일 정도로 많은 결혼식을 목격할 수 있다. 참고로, 여름보다는 시원한 겨울에 결혼식을 많이 한다.
112.1.2 인도에도 이혼이 있는가?
아직까지 인도에서 이혼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못 들어 봤다. 주위에도 없고, 신문에도 찾을 수 없고, 텔레비전을 봐도 없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아는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실질적으로 이혼은 불가능 하단다.
잘 아시다시피 대부분 배우자의 선택은 거의 모두 부모가 한다. (최근의 연애결혼을 제외하고,,, 하지만 이것도 최종 부모의 결정에 따라야만 한다.)
상대의 재산, 카스트의 직업, 종교 그리고 다우리 등등을 서로 평가하고 부모가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에, 부모가 정해주는 배우자와 성격이 맞지않아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도 상당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성격문제, 성(性)문제, 기타 문제 등등, 하지만 다우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혼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다른 나라 이야기이다. 얼마나 이혼이 힘들면, 아직도 다우리 때문에 시댁 식구들의 구박에 못 이겨 목욕탕에서 분신 자살하는 신부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겠는가? 차라리 이혼이라도 되면 죽는 대신 이혼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112.1.3 결혼식 절차(자세히는 아직 모르지만, 경험에 의하면)
인도의 결혼식 자체는 정말로 화려하다. 지역에 따라서 결혼식 절차가 각각 다르며 결혼식 기간도 틀리다. 뱅갈지역은 2~3일 정도 남부도 2일정도, 북부의 일부지역은 1일에 끝나는 등.
따라서 내가 주위에서 보고 들은 것에 해당하는 결혼식 절차를 쓰겠다.
대부분 밤에 결혼식을 한다. 낮에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못보고, 실제로 낮에 한다고 해도 밤까지 계속 하니깐 밤에 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델리에는 결혼식장이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몇 개 안 되서 대부분 야외결혼식을 한다.
보통 공터에 대단히 큰 천막을 치고, 바닥에는 카페트 같은 것을 백여장 깔아서 하루만에 파티장을 만든다. 물론 그 신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만든다. 정말 부자인 경우에는 집이 운동장 만하기 때문에 집에서 하기도 한다.
참고로 결혼식 날에는 신랑 신부는 금식을 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또, 낮의 행사는 잘 모르겠다.
밤이 되면 하객들이 모인다. 먼저 식장에서 따로 부조를 받는 곳은 없으나, 알아서 신랑, 신부측의 부모에게 부조금을 낸다. 부조금의 경우에는 그 신분의 따라서, 친밀도에 따라서 각각 다르다. 보통 500루피에서 1000루피로 시작해서 많은 경우 10만루피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다음에 옆에 차려진 부페식당에서 하객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신랑신부를 기다린다. 밤 11시가 넘어가면 신부가 팔다리에 메헌디를(손발에 물감으로 그림 그리는 것) 하고, 있는 금붙이 몽땅 몸에 걸치고 들어와서 한쪽에 차려진 의자에 앉아서 신랑을 기다린다. 신랑은 말을 타고, 힌두사원에 먼저 들려서 힌두사제에게 예를 갖추고, 힌두신들에게 차례로 기도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말을 타고 결혼식장으로 향하는데, 목에는 돈으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 머리에는 멋있게 생긴 모자를 쓰고, 밴드에 춤꾼들에, 하여간에 결혼식의 백미 중에 하나가 신랑이 말 타고 가는 행진이다.
신랑이 결혼식장에 들어가는데, 신부 친구들과 친척여자들이 입구를 막고, 신랑이 못들어오게 한다. 의례적인 절차로써 이때 신랑이 돈은 한 뭉치 뿌려주고 들어가면 된다. 들어가서 신부 옆에 나란히 앉아서 하객들과 인사를 하게 되는데, 대충 인사가 끝나면 그 자리 앞에 조그만 모닥불을 피운다.
여기에서 신랑신부가 불을 중심으로 꽃 같은 것을 던지며, 7바퀴를 오른쪽으로 빙빙 돈다. 이 과정의 7바퀴의 의미는 힌두교에서 옛날에, 인생을 7단계로 나누었다고 하는데, 그 과정을 의미하며, 영원히 신부의 인생을 남편과 힌두신에게 종속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전부 돌고 나서 신랑이 빨강물감 같은 것을 신부의 이마에 빨간점을 그어 준다. 이로써 둘의 결혼은 성립한 것이다. 그 빨강물감을 찍어주는 것이 클라이 막스이다. 즉, 넌 이제 내꺼다 라는 뜻이다. 박수치고 난리난다.
여기에 힌두 사제가 나타나서 축복을 해주고 가고, 이제 가족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틈만 나면 사진을 찍고, 신랑신부는 마치 왕처럼 나란히 앉아서 새벽까지 있어야 한다.
새벽이 되면 하객들이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아주 가까운 친척들은 새벽까지도 돌아가지 않는데, 보통 그들은 신부집이나, 다른 파티장에서 계속 즐기고, 다음날 일찍,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신부집을 떠난다.
이로써 결혼식을 끝난다.
참고로 결혼식 비용도 물론 모두 신부측이 100% 낸다. (너무 불공평해)
결혼식 날짜 잡는 날이나, 이혼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이전 결혼식특집에서 다루었고, 이번 글에는 결혼 절차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결혼식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맞습니다. 인도의 결혼식은 하루에 끝나지 않습니다. 최소 3일, 길게는 일주일간 이어지는 대서사시입니다. 힌두 결혼식의 A to Z를 정리해 드립니다.

[1단계: 결혼 전 의식 (Pre-wedding)]
- 로카(Roka) & 사가이(Sagai): 양가 부모가 결혼을 공식화하고 약혼반지를 교환하는 의식입니다.
- 할디(Haldi): 결혼식 당일 오전에 신랑 신부의 얼굴과 몸에 강황(Turmeric) 반죽을 발라주는 의식입니다. 피부를 환하게 하고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메헨디(Mehendi): 신부의 손과 발에 헤나로 화려한 문양을 그립니다. 일기에도 나왔죠? 이 메헨디 색이 진하게 나올수록 시어머니의 사랑을 받는다는 속설이 있어 신부들은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립니다.
- 상기트(Sangeet): 결혼식 전야제입니다. 양가 가족들이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파티로, 춤 연습만 몇 달을 할 정도로 가장 신나는 시간입니다.
[2단계: 결혼식 당일 (Wedding Day)]
- 바라트(Baraat): 앞서 말한 신랑의 화려한 입장 행렬입니다.
- 자이말라(Jaimala/Varmala):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줍니다. 서로를 배우자로 받아들인다는 첫 번째 의식입니다.
- 카냐단(Kanyadaan): "딸을 보낸다"는 뜻으로, 신부 아버지가 딸의 손을 신랑의 손에 쥐여주는 가장 눈물겨운 순간입니다.
- 사트 페레(Saat Phere) & 삽타파디: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타오르는 불(Agni) 주위를 옷자락을 묶고 7바퀴 돕니다. 한 바퀴 돌 때마다 '건강, 자녀, 부, 사랑' 등의 맹세를 합니다. 이 7바퀴를 돌아야만 법적으로, 종교적으로 부부가 됩니다.
- 신두르(Sindoor) & 망갈수트라: 신랑이 신부의 가르마에 붉은 가루(신두르)를 칠해주고, 결혼 목걸이(망갈수트라)를 걸어주면 비로소 결혼식이 완성됩니다.
[3단계: 작별 (Post-wedding)]
- 비다이(Vidaai): 신부가 친정집을 떠나는 의식입니다. 신부는 뒤로 쌀을 던지며(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 통곡을 하고, 가족들도 다 같이 웁니다. 한국의 "잘 살아라" 수준이 아니라, 마치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서럽게 우는 것이 전통입니다.
인도의 결혼식은 단순한 결합이 아닙니다. 별자리부터 시작해 불(Fire)의 증명까지, 신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가장 성스럽고도 복잡한 드라마입니다.
이로써 결혼 특집 1,2,3,4 편을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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