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28일, 일요일, 델리, 맑음
109.1 화려한 인도의 결혼식
이번주는 지난주에 예고 했듯이, 인도의 결혼 문화를 중심으로 기술하려고 한다.
인도에서의 결혼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한 행사이다.
내가 처음에 인도에 와서 오밤중에 길거리에서 무슨 나팔소리에 꽹과리 북에 난장판이 벌어져 신기해서 넋을 잃고 구경한 적이 있다. 난 처음에 무슨 축제가 벌어졌나 했는데, 사실 아무 축제도 아니고 일개 결혼식에 불과한 행사였다. 밴드가 앞을 걸어가면서 북치고 장구치고, 좌우로는 화려한 전등을 머리에 어깨에 매고 무겁게 걸어가고 있고, 그 사이에서 하객들의 춤판이 벌어진다. 그 바로 뒤에는 신랑이 백마를 타고 있고, 그 뒤에 또 엄청난 하객, 특히 여자들이 따른다. 그 뒤에는 발전기차가 따라온다. 이것만 봐도 엄청난 행사인데, 사실 인도의 결혼의 전체의식에 비하면 한 부분에 불과한 행사이다.
진짜 결혼식장에 들어가면, 최소 수영장만한 크기의 텐트에서 운동장만한 크기까지 파티장을 만들어서 한쪽에는 부페음식에 한쪽에는 댄스장에 먹고 놀자판의 파티가 밤새도록 벌어진다.
인도의 결혼식을 겉에서 보면 이렇듯 화려하고 아름답고, 풍요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 뒷 이야기를 알고 나면, 앞으로 인도인들의 결혼식을 그렇게 좋게 보지 못할 것이다.
그 화려함 뒤에는 신부 가족의 피눈물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돈이 없으면 시집을 못 간다. “다우리” 라고 하는 결혼지참금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다우리는 기본적인 예단과, 생활에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대금을 의미하는게 아니고, 그것들을 제외한 순수하게 신부측에서 신랑측에 바치는 현금이다.
그리고 모든 결혼비용은 신부측이 부담한다.
보통 인도에서 딸하나 시집 보내려면, 인도의 중산층을 기준으로 최소 2,000만원은 들어간다.
인도의 은행공무원들의 초봉이 6,000루피정도니깐 우리나라 돈으로 17만원정도이다. 그걸 감안해 보면 약 10배가 차이가 난다.
여기서 2,000만원이 그리 큰돈이 아닌 것 처럼 보이나, 인도의 중산층의 경우 2,000만원은 우리나라의 2억원정도의 가치이다.
그리고 중산층의 경우에 더 소득이 적다. 일반 노가다들의 하루 일당이 250루피정도이니깐(7,000원).
즉 인도에서 딸 3명 가진 부모는 무조건 거지가 된다. 반면 아들 3가진 부모는 무조건 부자가 된다. 따라서 인도의 남아선호사상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영국문화원에서 영어수업시간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느냐라는 질문에 나는 딸을 낳았을 때 행복했다고 하니깐 인도인들이 전부 이상하게 쳐다볼 정도였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네는 딸 낳으면 온 집안이 침울해 진다나??? 그래서 자기는 딸 낳을 때 하나도 안 기뻤단다.. 참 네….
새로 들어온 아내가 아들을 못 낳으면 집안에서 인간취급을 못 받는 곳이 인도이다.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그 다음부터 공식적으로 집안에서 인정을 하고 허드렛일도 줄어든다. 아들을 못 낳은 게 문제가 아니고, 진짜 문제는 딸을 낳는것이다.
딸을 낳는 것이 죄가 되는 사회가 바로 인도이다.
딸을 가진 부모는 어서 빨리 키워서 빨리 시집을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딸 자체가 걱정거리인 셈이다. 잘 키워도 밑지는 장사, 잘못 키우면 더 방법이 없는 장사 아닌 장사이다. 행여 돈이 준비가 안되어 혼기라도 놓치면 안되니깐…
결국, 딸자식을 가진 부모는 태어났을 때부터 시집을 보낼 때까지 기나긴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저는 옛날에 델리의 밤거리를 메운 결혼식 행렬을 보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23년이 지난 지금, 그 전쟁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인도의 결혼식은 단순한 축복의 자리가 아닙니다. 가문의 '이잣(Izzat, 명예)'을 건 거대한 머니 게임입니다.
1. "이것이 인도의 클래스다": 암바니 가문의 세기의 결혼식 제가 2002년에 봤던 화려함은 예고편에 불과했습니다. 인도 최고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은 전 세계 토픽이 되었습니다.
https://www.indianeagle.com/travelbeats/radhika-anant-ambani-wedding/
Radhika and Anant Ambani to Tie the Knot in Biggest Wedding of the Decade; Mark Zuckerberg & Bill Gates among Invitees - Travel
Big fat Indian weddings are a lot more than band baaja baaraat. When there is a wedding in India’s richest business family, the sky is the limit for extravagance, glamour, grandeur, and fashion. The bell is ringing loudly for the much-awaited wedding of
www.indianeagle.com
- 딸 이샤 암바니 결혼식(2018): 비용만 약 1,600억 원. 힐러리 클린턴이 하객으로 오고, 축가는 무려 **비욘세(Beyoncé)**가 불렀습니다. 하객들의 무료 초청을 위한 전세기가 100대 넘게 떴죠.
- 막내 아들 아난트 암바니(2024): 최근 프리 웨딩 파티에는 리한나가 오고,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가 참석했습니다. 3일간 제공된 요리만 2,500가지였다고 합니다. 부자들은 5성급 호텔을 통째로 빌리거나, 이탈리아의 고성을 대관해서 일주일 내내 파티를 엽니다. 이것이 인도의 '빅 팻 웨딩(Big Fat Indian Wedding)'입니다.
- 굳이 릴라이언스회장까지 아니더라도 좀 이름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5성급 호텔을 통채로 일주일을 빌려 모든 지인과 친척들을 불러 먹여주고 재워구며 결혼식을 진행하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2. 가난해도 '보여주기'는 포기 못 해 그럼 서민들은 소박하게 할까요? 아닙니다. 일용직 노동자나 릭샤 왈라들도 자녀 결혼식에는 평생 모은 돈을 다 털어 넣고, 그것도 모자라 사채까지 씁니다.

- 동네 공원 점거: 호텔을 못 빌리면 동네 공터나 공원을 빌려서 화려한 천막(Pandal)을 칩니다.
- 전 마을의 축제: 하객이 500명, 1,000명 오는 건 기본입니다. 안 부르면 원수지간이 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며칠 밤낮으로 사람들을 먹이고 재웁니다. 폭죽을 터뜨리고 밴드를 불러 동네가 떠나가라 춤을 춥니다.
3. 왜 이렇게까지 할까? 인도인에게 결혼식 비용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이자 '신분 증명'입니다. "우리 집안이 이 정도다"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무시당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불꽃놀이 뒤에는, 결혼식 한 번으로 평생 빚더미에 앉게 되는 수많은 아버지들의 한숨이 섞여 있다는 것, 그것이 인도 결혼식의 빛과 그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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