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24일, 수요일, 델리, 맑음
105.1 잠시 머무를 호텔을 알아봄
이 집이 이번 달 말에 계약이 끝난다. 그런데 나는 델리에 5월 중순까지는 더 있어야 한다. 영국문화원 수업이 남아있고 시험도 봐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도 잠깐 다녀와야 하고. 그런데 집주인이 반달이라고 해도 한달치 월세를 내라고 해서 차라리 그럴바에 저렴한 호텔에 (에어컨 있는데로,, 솔직히 너무 더워 힘들다) 있는게 나을거 같다. 그래서 오늘 5월초에 잠시 머무를 호텔을 알아보러 다녔다.
좀 괜찮은 호텔은 너무 가격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뉴델리스테이션역 앞의 빠하르간지의 싸구려 호텔가격을 알아봤다.
그 쪽 지역은 델리에서 가장 싼 지역으로 작년에도 여행자들이 칼에 찔려죽는 등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 지역이다.
대충 그 쪽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은 만족할 만큼 싸다.
하지만 시설이 정말 꾸지다. 대부분 에어컨이 없다. 에어컨 있는 방을 찾다보니, 겨우 2~3개의 호텔에 에어컨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 제일 좋아 보이는 호텔을 골랐다. 주위에서 알아보니, 거기가 빠하르간지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란다. 방에 가 보았다. 방 크기는 2평반정도 되어 보이고,
방에 에어컨 있고, 아니 이럴 수가… 텔레비전도 있다!(참고로 지금 하숙집은 텔레비젼 없다. 정말 단촐한 방이거든) 와~ 거기에 쓸일을 없겠지만, 화장실에 기저가 달려있어서 더운물도 나온다. 앗.. 전화기도 있네… 정말 좋다. 아니, 사실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하숙방에 비해서는 좋다.
그래도 그 동네에서는 최소 배낭여행자 중에서는 부자들만 오는 곳이다 보니, 안전하고 깨끗해 보인다. 비록 경비원 아저씨는 없지만…
(참고로 인도에서는 조그만 가게도 경비원이 다 있다. 좀 보통 호텔도 경비원들이 다 있다.)
거기 있는 동안에는 부자 배낭여행자처럼 살아야지. 에어컨 빵빵 틀고… 덥다 더워.
5월1일부터 잔다고 통보하고, 계약금을 조금 주었다.
그래도 40불이 조금 넘는다. 비싸다… 쩝.
97. 중국 상인도 울고 간다는 '인도 상인'의 기가 막힌 셈법
2002년 4월23일, 화요일, 델리, 맑음97.1 디젤버스 뒷 이야기지난주에 있었던 디젤버스 운행금지에 따른 델리의 대혼란.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공무원들은 지난 월,화요일에 절반이
gshin.tistory.com
제가 이전에 포스팅한 인도인의 셈법에 바로 제가 당하고 있네요.
4월 말까지 살던 하숙집 계약이 만료되는데, 5월 중순까지 델리에 더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었죠. 집주인은 야박하게도 한 달 치 월세를 다 내라고 해서, 차라리 그 돈으로 호텔을 잡기로 했습니다.
<2002년 4월 24일의 일기>
105.1 잠시 머무를 호텔을 알아봄 뉴델리스테이션역 앞의 빠하르간지의 싸구려 호텔가격을 알아봤다. 그 쪽 지역은 델리에서 가장 싼 지역으로 작년에도 여행자들이 칼에 찔려죽는 등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 지역이다. 에어컨 있는 방을 찾다보니, 겨우 2~3개의 호텔에 에어컨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에 가 보았다. 방 크기는 2평반정도 되어 보이고... 아니 이럴 수가… 텔레비전도 있다! 와~ 거기에 쓸일을 없겠지만, 화장실에 기저가 달려있어서 더운물도 나온다. 앗.. 전화기도 있네… 정말 좋다. 거기 있는 동안에는 부자 배낭여행자처럼 살아야지. 에어컨 빵빵 틀고… 덥다 더워.
에어컨도 없는 하숙방에서 고생하다가 TV와 온수기까지 있는 호텔을 보니 감격스러웠나 봅니다. 짠하네요 ㅎㅎ 1박에 40불이 넘는 비싼 곳이었지만 말이죠.
오늘 이야기할 곳은 바로 제가 머물렀던 델리의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지'**입니다.
1. 빠하르간지는 어떤 곳인가?
만약 당신이 인도 배낭여행을 꿈꾼다면, 빠하르간지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관문이자 베이스캠프입니다. 방콕에 카오산 로드가 있다면, 델리에는 빠하르간지가 있습니다.
- 위치: 뉴델리 기차역(New Delhi Railway Station) 서쪽 출구 바로 맞은편에서 시작되는 긴 시장 거리입니다. 델리의 중심인 코넛 플레이스(CP)에서도 북쪽으로 불과 1km 남짓 거리입니다.
- 교통의 요지: 기차역이 바로 코앞이라 인도 전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하고, 지하철 RK Ashram Marg 역과도 가깝습니다. 공항철도(Airport Express)를 타고 뉴델리 역에 내리면 바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2. 빠하르간지의 매력: 혼돈과 낭만의 '로컬 바이브'
빠하르간지의 첫인상은 '혼돈(Chaos)' 그 자체입니다. 좁은 골목길에 릭샤, 오토바이, 소, 사람이 뒤엉켜 있고, 온갖 소음과 냄새가 오감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 빠하르간지만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습니다.
- 배낭여행자의 베이스캠프: 수백 개의 저렴한 숙소(게스트하우스, 버짓 호텔)가 몰려 있어 300루피(약 5천 원) 짜리 도미토리부터 2002년의 저처럼 에어컨 나오는 호텔까지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 정보의 교차로: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모이는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레(Leh) 가는 버스 티켓은 어디서 끊어?", "바라나시 기차 예매했어?" 같은 최신 여행 정보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 쇼핑 천국: 히피 스타일의 옷, 가방, 가죽 제품, 보석,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흥정만 잘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득템'할 수 있습니다.
- 여행사 골목: 기차표 대행, 버스 티켓 예약, 환전소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이곳에 모여 있습니다. (단, 사설 여행사 사기는 조심해야 합니다.)
3. 빠하르간지를 즐기는 방법: 주재원의 추천
저는 훗날 주재원으로 다시 델리에 왔을 때도 1년에 두어 번은 가족들과 함께 빠하르간지를 찾곤 했습니다. 고급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짜 인도의 날것 그대로의 '로컬 바이브'가 그리웠기 때문이죠.
- 루프탑 카페에서 맥주 한 잔: 빠하르간지 최고의 낭만 포인트입니다. 해 질 녘 루프탑 식당에 올라가 시원한 킹피셔 맥주를 마시며 아래로 펼쳐진 시장 골목의 북새통을 바라보면, 묘한 해방감과 함께 '아, 내가 진짜 인도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납니다.
- 맛집 탐방: 서양 여행자들을 위한 팬케이크, 파스타부터 한국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김치볶음밥, 그리고 정통 인도 커리까지 다양한 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4. 주의사항: 이것만은 조심하자!
2002년 제 일기에도 "여행자가 칼에 찔려 죽는 등 사고가 많은 지역"이라고 썼듯, 치안이 완벽한 곳은 아닙니다.
- 호객꾼과 사기꾼: 역전에서 "빠하르간지 호텔 다 불탔어", "지금 시위 중이라 못 들어가"라고 말하며 비싼 여행사나 호텔로 끌고 가려는 사기꾼들을 절대 믿지 마세요. 그냥 무시하고 걸어가는 게 답입니다.
- 소지품 주의: 사람이 워낙 많고 혼잡하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 밤길 조심: 특히 여성 여행자라면 늦은 밤 혼자 골목길을 다니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빠하르간지는 가장 인도적이면서도 가장 여행자 친화적인, 묘한 매력의 공간입니다. 델리에 가신다면 혼돈을 두려워 말고 이 여행자들의 성지에 발을 담가보세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인도 > 인도 지역전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08. 3층의 악몽: 인도인들은 왜 새벽 3시까지 집에서 파티를 할까? (0) | 2025.12.13 |
|---|---|
| 107. 고장 난 에어컨도 고치는 기적? 인도의 'VVIP 의전'과 하얀 앰배서더 (0) | 2025.12.12 |
| 104. 23년 전, 힌디 시험을 마친 31살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0) | 2025.12.10 |
| 103. 그림 같은 힌디어 글자, 알고 보면 '한글'만큼 과학적이다? (0) | 2025.12.10 |
| 102. 델리에서 20년째 계속되는 물 전쟁 (0) | 2025.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