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23일, 화요일, 델리, 맑음

97.1 디젤버스 뒷 이야기
지난주에 있었던 디젤버스 운행금지에 따른 델리의 대혼란.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공무원들은 지난 월,화요일에 절반이나 결석을 했고, 학교도 다 쉬었으니깐.
그런데, 지난 주 목요일부터 다시 디젤버스가 다니고 있다. 사정인 즉,
정부와 버스업체 측에서 협상한 결과,
일단, 버스업체 측에서 벌금을 다른 보증금 형태로 납부를 하기로 했고, 정부에서는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주었다.
즉, 120일(3개월) 안에 디젤버스를 CNG버스로 개조를 하거나, CNG버스로 교체를 하면 그 돈을 돌려받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예기간”이라는 것이 워낙 탄력성 있는 단어라서, 3개월 뒤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자동차제조사가 지난주에 일제히 CNG버스 가격을 올린 것이다. 게다가 CNG개조 회사마져도 그 개조비용을 같이 올렸다고 한다. 이유인 즉, 부품 수입단가가 올랐다나? 갑자기 부품이 때맞추어 가격이 올라? 믿거나 말거나. 돈 좀 벌겠네..
반면에, 버스회사는 돈 좀 들게 생겼다.
23년 전 오늘, 델리는 '디젤 버스 퇴출' 문제로 시끄러웠습니다.
https://gshin.tistory.com/104
정부는 여론에 밀려 슬그머니 120일의 유예기간을 주었고, 버스 업체들은 한숨 돌리는 듯했죠. 그런데 여기서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집니다.
88. 거대한 코끼리는 왜 비틀거리는가? : 인도 정부의 비효율과 헛발질의 역사
2002년 4월7일, 일요일, 델리, 맑음 88.1 6000대 이상의 버스가 어제부터 휴업에 들어감대법원에서의 델리 시내에 디젤버스 운행 금지법안이 시행됨에 따라서 어제 토요일부터 델리 시내의 디젤버스
gshin.tistory.com
<2002년 4월 23일의 일기>
97.1 디젤버스 뒷 이야기 정부에서는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주었다. (중략) 그런데 웃긴 것은, 자동차제조사가 지난주에 일제히 CNG버스 가격을 올린 것이다. 게다가 CNG개조 회사마져도 그 개조비용을 같이 올렸다고 한다. 이유인 즉, 부품 수입단가가 올랐다나? 갑자기 부품이 때맞추어 가격이 올라? 믿거나 말거나. 돈 좀 벌겠네..
정부가 규제를 때리면 기업이 죽는 게 아니라, 그 규제를 이용해 돈을 버는 놈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인도의 비즈니스 생태계입니다.
흔히들 "중국 상인이 무섭다"고 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중국 상인 위에 인도 상인 있다"**는 말이 정설로 통합니다. 오늘은 17년간 법인을 운영하며 제가 직접 겪은,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그들만의 독특한 상술과 계산법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단골(Loyalty)의 역설: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단골'은 우대받는 존재입니다. 서비스를 더 주거나 가격을 깎아주죠. 하지만 인도에서 단골이 되는 순간, 당신은 **'호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 법인장 실전 사례 (사무용품 업체): 제가 법인을 운영할 때, 한 업체와 1년 넘게 거래하며 볼펜과 A4 용지를 꾸준히 구매했습니다. 믿고 맡겼으니 당연히 좋은 가격을 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시장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받고 있었습니다. 따져 물으니 그들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사장님, 가격 깎아달라고 말 안 했잖아요? 그리고 우리 물건이 마음에 드니까 계속 쓴 거 아닙니까? 비싸도 계속 사주는 게 진짜 단골이죠."
- 인도식 해석: 그들에게 '단골'이란, '다른 곳을 알아보기 귀찮아하는 게으른 고객' 혹은 '가격 저항선이 높은 고객'입니다. 그래서 신규 고객에게는 파격 할인을 해주면서도, 기존 고객에게는 야금야금 가격을 올립니다. (Tip: 인도에서는 절대 '충성 고객'이 되지 마십시오. 1년에 두 번은 반드시 경쟁 입찰(Bidding)을 붙여 긴장감을 줘야 합니다.)
2. 타겟 프라이싱(Target Pricing): "물건값이 아니라 내 목표액이 중요하다"
경제학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고 배웠죠? 인도의 길거리 경제학은 다릅니다. 가격은 **'상인의 오늘 목표액'**에 따라 결정됩니다.
- 법인장 실전 사례 (생선 장수): 냉장고가 없는 시장에서 밤 8시까지 생선을 못 판 상인이 있습니다. 다 팔려면 싸게 넘기는 게 상식이죠. 하지만 밤늦게 온 손님에게 그는 오히려 2배, 3배의 가격을 부릅니다. 우리나라라면 반값에 있는 생선을 다 넘기며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버는것이 낫겠지만, 인도인들은 "나는 오늘 집에 갈 때 500루피를 가져가야 해. 그런데 너한테 이 생선을 싸게 팔면 난 500루피를 못 채워. 그리고 이 밤중에 생선을 사러 온 걸 보니 넌 이게 꼭 필요한 사람이야. 그러니 넌 비싸게 사야 해."
- 인도식 해석: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고 처리'가 아니라 '오늘의 현금 확보(Daily Cash Flow)'입니다. 즉 장사의 목적은 생선을 파는게 아니라 생선을 팔면서 돈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사실 너무나도 정확한 상술이긴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절박함(Urgency)'을 간파하는 순간,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칩니다.
3. 기회비용의 달인들: 부동산 불패의 비밀
델리의 핫플레이스 '코넛 플레이스(CP)'나 주요 상권을 보면 텅 빈 가게들이 꽤 많습니다. 불황이면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받아야 할 텐데, 건물주들은 꿈쩍도 안 합니다. 공실로 두면 두지 절대 임대료를 낮추지 않습니다.
- 법인장 실전 사례 (집주인과의 전쟁): 주재원 생활 중 귀임이 6개월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보통 한국인 주재원들은 그래도 그동안의 정이 있으니 편하게 집주인에게 "6개월만 기존 월세로 더 살게 해달라"고 하면, 그들은 어김없이 임대료를 10% 올리겠다고 합니다. "네가 나가서 6개월짜리 단기 월세를 구하려면 중개 수수료 내야지, 이사 비용 들지, 얼마나 골치 아파? 그냥 돈 더 내고 편하게 살아." 그들은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정확히 계산해서, 딱 그만큼(혹은 그 이상)을 뽑아먹습니다.
4. 인도 상인의 전설적인 DNA: 또 다른 사례들
제 경험 외에도 인도 비즈니스계에는 그들의 무시무시한 상술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들이 많습니다.
- 드히루바이 암바니(릴라이언스 창업주)의 은화 차익 거래: 인도 재계의 신화 드히루바이 암바니가 예멘에서 주유소 알바를 하던 시절, 그는 예멘의 은화(리알)에 포함된 '은'의 실제 가치가 동전 액면가보다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동전을 모조리 녹여 은으로 내다 팔아 큰 차익을 남겼습니다. 남들이 '돈'으로 볼 때, 그는 '원자재'를 본 것입니다.
- 마르와리(Marwari) 상인의 '파르타(Parta)' 시스템: 인도 최고의 상인 집단인 마르와리 가문은 매일 밤 그날의 순이익을 계산하는 '파르타' 시스템으로 유명합니다. 매출이 얼마든 상관없습니다. 오늘 내 손에 쥐어진 '순이익'이 마이너스라면 잠을 자지 않습니다. 이 철저한 현금 중심 사고가 인도 기업들을 지탱하는 힘입니다.
- 결혼 시즌의 '다이내믹 프라이싱': 우버(Uber)가 나오기 수백 년 전부터 인도는 '탄력 요금제'를 썼습니다. 결혼하기 좋은 길일(Saya)이 되면 꽃값, 악단 비용, 연회장 비용이 하루아침에 5배, 10배로 뜁니다. "오늘은 신이 허락한 날이니 가격도 신의 뜻대로"라는 논리입니다.
5. 맺음말: 인정하고, 대비하라
2002년 CNG 업체의 가격 인상도, 제 단골 거래처의 배신(?)도 결국은 같은 맥락입니다. "기회가 보이면, 그리고 상대가 약점을 보이면, 주저 없이 이익을 취한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상도덕이 없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이것이 수천 년간 이어온 생존의 지혜이자 비즈니스의 룰입니다.
인도에서 사업을 하신다면 기억하세요. "단골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절박함을 들키지 말며, 항상 대안(Plan B)을 손에 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라." 그것만이 중국 상인도 울고 가는 인도 상인을 상대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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