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13일, 토요일, 델리, 맑음

94.1 인도인에게 있어서 종교란 무엇인가? – 야채만 먹는 종교 기념일
오늘부터 9일간 나브라뜨라 기간이다.
나브라뜨라 기간에는 전통 힌두이즘들은 야채만을 먹고 이 기간을 지낸다.
이 날은 우리나라 음력으로 3월1일, 인도 달력으로 1월1일부터 시작한다. 전에 적은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음력3월1일이 인도력의 1월1일이다. 올해는 오늘 3월14일이 1월1일이다. 오늘 아침에 농담으로 주인아줌마하고 happy new year!!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오늘은 비슈누신의 화신 중의 하나인 라마의 생일이란다. 그래서 오늘부터 9일간은 신성한 날이라서 땅위에 나는 야채만을 먹는다나?
인도에는 신도 많아서 그런 야채만 먹는 날이 엄격히 따지면 매달 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시바의 생일, 이번달에는 라마생일, 다음달에는 누구생일,, 10월에는 샤끄티생일 등등..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 지키는 사람도 있고 안 지키니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 라마생일이랑, 샤끄띠생일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지킨다고 한다.
오늘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갔었다. 일 보고 나서 자주 가는 옆에 식당에 갔다. 거기서 치킨햄버거를 시켰더니, 주인아저씨 하는 말이, “오늘부터 9일간은 베지터블만 판다.” 그래서 난, “여기 넌베지 식당이잖아요.” 그랬더니, “그래도 안 팔아. 라마 생일이잖아” 별수 없이, 그냥 나왔다.
이렇다. 인도에서 종교는 생활 자체이다. 장사하는 사람이 돈 버는 거보다 종교가 우선이니 어느 정도 인지 대충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인도는 종교를 선택한다기 보다는 종교속에서 태어나서 종교속에서 살다가 종교속에서 죽는다.
모든 생활이 신과 함께 한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가게 펴기 전에 항상 땅에 그리고 문짝에 기도하고 문을 연다. 닫을 때도 문짝에 기도하고 닫는다. 손님에게 돈 받아도 신에게 감사하고 돈을 받는다. 자동차 운전수들은 차에 항상 신을 모시고, 아침에 운전 시작하기 전에 차의 곳곳에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한다. 앞바퀴에 뒷바퀴에, 뒷좌석, 트렁크, 운전석 등, 곳곳을 향을 들고 다니면서 기도를 하고 운전을 시작해서 밤에 운행을 끝날 때도 똑같이 기도하고 끝낸다.
인도의 모든 생활이 그렇다.
다음주에 시간 나면 인도인들의 죽음에 대하여 다루도록 하겠다. 물론 인도인의 종교적 관점에서.
죽음을 위한 여행! 혹시 들어봤는가? 인도의 거지들 중에서도 좀 힘이 있는 거지중에서 죽을 때가 되면 죽음의 여행을 한다. 바라나시로 죽음을 구걸하기 위하여…
어머니의 강, “강가”에서 죽기 위하여 죽음의 구걸을 한다. 강가 화장터에서 자기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강가에 뿌려달라고 구걸을 하며, 그 동안 구걸하면서 모은 돈을 모두 화장터 사람에게 주고, 화장터 옆에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
즉, 종교와 함께 태어나서 종교와 함께 살다가 종교와 함께 죽음을 맞는다.
23년 전 오늘, 저는 델리의 한 식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했습니다. 이유는 황당하게도 '치킨 햄버거'를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잘만 팔던 메뉴였는데 말이죠.
<2002년 4월 13일의 일기>
94.1 인도인에게 있어서 종교란 무엇인가? – 야채만 먹는 종교 기념일 오늘부터 9일간 나브라뜨라(Navaratri) 기간이다. 나브라뜨라 기간에는 전통 힌두이즘들은 야채만을 먹고 이 기간을 지낸다. (중략) 자주 가는 옆에 식당에 갔다. 거기서 치킨햄버거를 시켰더니, 주인아저씨 하는 말이, “오늘부터 9일간은 베지터블만 판다.” 그래서 난, “여기 넌베지 식당이잖아요.” 그랬더니, “그래도 안 팔아. 라마 생일이잖아” 별수 없이, 그냥 나왔다. 이렇다. 인도에서 종교는 생활 자체이다. 장사하는 사람이 돈 버는 거보다 종교가 우선이니 어느 정도 인지 대충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인도는 종교를 선택한다기 보다는 종교속에서 태어나서 종교속에서 살다가 종교속에서 죽는다.
1.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것
한국에서 종교는 '믿느냐, 마느냐'의 선택 문제지만, 인도에서 종교(특히 힌두교)는 공기처럼 태어나면서부터 마시는 것입니다. 20여 년 전 일기 속 식당 주인에게 돈보다 종교적 율법이 중요했듯, 2025년 지금도 인도는 신의 뜻이 인간의 의지보다 우선하는 사회입니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힌두 정체성은 더욱 강화되어 사회 전반을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도인의 삶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16가지의 성사(Samskaras)'**라 불리는 힌두교의 통과의례를 거치며 완성됩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탄생과 결혼 그리고 죽음에 대한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탄생과 성장: 별들이 정해준 운명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가장 먼저 힌두교 제사장이나 점성술사(Pandit)를 찾아갑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짜와 시각, 별자리를 따져 **'자남파트리(Janampatri, 천궁도)'**를 만들고, 그 별의 기운에 맞는 알파벳으로 이름을 짓습니다. 이후 머리카락을 삭발하며 전생의 업을 씻어내는 '문단(Mundan)' 의식을 치르는 등, 성장의 모든 단계가 종교적 의식입니다.
(2) 결혼: 두 우주의 결합
인도에서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기 이전에, 두 가문의 운명이 만나는 종교적 의식입니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신랑 신부의 **'쿤달리(Kundali, 궁합)'**가 맞지 않으면 결혼은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결혼식 날짜와 시간(Muhurat) 역시 철저하게 점성술에 의해 정해집니다. 평일 새벽 3시에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 죽음: 바라나시로 향하는 마지막 여행
일기장 말미에 적었던 '죽음을 구걸하는 거지들의 여행'. 이것은 힌두교의 궁극적 목표인 **'목샤(Moksha, 해탈)'**를 향한 열망입니다.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에서 죽어 화장되어 강물에 뿌려지면, 윤회의 고리를 끊고 신과 합일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죽음이 임박한 노인들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바라나시의 구원 홈(Salvation Home)으로 향합니다.

2.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주하는 '신의 뜻'
이러한 종교적 세계관은 직장 생활과 비즈니스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 "바가완 키 마르지(Bhagwan Ki Marzi)": "신의 뜻입니다." 인도 직원들이 실수하거나 납기를 어겼을 때 종종 하는 변명(?)입니다. 이것은 뻔뻔함이라기보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론적 사고방식(Karma)이 깊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 아유다 푸자(Ayudha Puja): 매년 10월경, 인도 사무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자신의 생계를 돕는 도구에 감사하는 날인데, 공장의 기계는 물론이고 사무실의 노트북, 서버실, 심지어 법인장 차에까지 꽃목걸이를 걸고 티카(붉은 점)를 찍으며 기도를 올립니다.
- 채식과 금식: 회식 날짜를 잡을 때 화요일(하누만 신의 날), 목요일(비슈누 신의 날)을 피해야 하는 직원이 꼭 있습니다. 특정 요일이나 기간(나브라뜨라 등)에 금식하거나 채식하는 것은 그들에게 타협할 수 없는 원칙입니다. 실제로 제가 법인장으로 있던 회사의 구내식당의 메뉴도 5일 중 Non Vegi 3일(월,수,금), Vegi 2일(화요일, 목요일)로 구성되어 있었답니다.
3. 법인장이 갖춰야 할 덕목: 'Respect(존중)'
16년간 인도에서 조직을 이끌며 제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그들의 신을 존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합리적인 시각으로 볼 때, 기계에 기도를 하고, 별자리 때문에 결혼 날짜를 잡고, 제사 때문에 휴가를 쓴다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미신이라 치부하거나 "일이 먼저지"라고 강요하는 순간, 당신은 그 직원의 마음을 영원히 잃게 됩니다.
- 함께 기도하십시오: 디왈리 푸자(기도회) 때 법인장이 인도 전통 복장(쿠르타)을 입고 진심으로 함께 절을 올릴 때, 직원들은 "이 외국인 보스가 우리를 진정으로 존중하는구나"라고 느끼며 마음을 엽니다.
- 이해하십시오: 그들이 운명론적인 태도를 보일 때 화를 내기보다, 그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유도하는 것이 현명한 관리입니다.
인도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섬기는 3억 3천만의 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들의 신앙을 존중할 때, 비로소 그들은 당신을 리더로 인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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