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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92. 내 방은 야생이다: 인도 집에서 마주치는 '벌레와 동물' 생존 도감

by 인도 전문가 2025. 12. 2.

2002년 4월11일, 목요일, 델리, 맑음

 

92.1 자다가 벌에 쏘였다.- 아이~

오늘 새벽에 벌에 쏘이고 잠도 못자고 (겨우 2시간반 잤음), 오늘 컨디션 완전히 망쳤다.

요즘 보통 공부한다고 새벽 2시반이나, 3시에 잠자리에 든다. 다음주가 힌디 시험이 있어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밤에도 평소와 같이 공부 하다가 3시쯤에 잠이 들었는데, 잠이 살짝 들었을 무렵, 뭔가 파라락~소리를 내며 내 오른쪽 눈에 앉았다. 나는 자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왼손으로 그걸 잡아서 쳐냈는데, 그 순간에 엄청난 고통이 왼손에 전해왔다. 순간적으로 너무 아파서 짧게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벌떡 일어나서 불을 켰다. 그리고 갑자기 땀이 나서 빵카(인도말:천정에 달린 선풍기)도 켰다.

손을 봤다. 왼손의 검지 손가락 끝부분이 뻘겋게 됐다. 뭔가가 물었던가 침을 쏜거 같다. 아픔을 참으면서 자세히 봤다. 손에 작은 빨간점이 찔린곳 같아 보인다.

나는 어떤 놈이 나를 이렇게 물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눈에 쌍불을 켜고 방을 뒤졌다. 그러나, 이 놈은 어디로 숨었는지, 무려 한시간이나 새벽에 나를 빤스바람에 생쑈를 하게 만들었다. 시계를 보니깐 새벽 4시반이다. 피곤했다. 하지만 또 물까봐, 겁이 나서, 신경 쓰여서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침대에 앉아서 손가락을 봤다. 부었다. 그리고 무진장 아직도 아펐다. 그런데, 이걸 그냥 두고, 그때까지 도대체 뭐에게 이렇게 당한 것인지도 확인을 못한 상태였으니, 어떻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겠는가!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거의 포기하기 직전쯤에 갑자기 전등에서 파라락 , 파리등의 날개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너 잘 걸렸다. 

후레쉬 켜고, 형광등 다마 빼서 손이 들어갈 공간 확보했다. 잡았다.

다시 형광들 끼고 잘 보니, 오 마이 갓 

“…이거 벌이네……..

, 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에서 놀이터에서 배추 흰나비 잡으려고 놀다가 나비를 잡는데, 잘못 잡아서 옆에 가만히 있던 벌을 건들어서 왼손 엄지손가락에 벌에 한번 물리고, 태어나서 2번째로 벌에 쏘인 거다.

근데 이번 벌은 꿀벌이 아니라, 좀 다른 벌이다. 크기는 꿀벌크기인데, 생긴거는 좀 말벌처럼 생긴거 같다. 정확하게 말벌도 아니고 꿀벌도 아니고, 그 중간정도 생긴거다. 근데, 정말 많이 아프다.

그래도 잡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침대에 누우니, 새벽 5시이다.

아침에 7시반에 일어났다.

그 여파로 지금 무진장 피곤하다. 얼렁 자야겠다. 근데, 아직도 쏘인데가 아프다.


23년 전의 이날의 기록은... 음, 좀 아픕니다. 새벽 3시에 자다가 눈두덩이에 앉은 무언가를 손으로 쳐냈는데, 그게 하필이면 '벌'이었던 날입니다.

<2002년 4월 11일의 일기>

92.1 자다가 벌에 쏘였다.- 아이~ 씨… 잠이 살짝 들었을 무렵, 뭔가 “파라락~”소리를 내며 내 오른쪽 눈에 앉았다... 그 순간에 엄청난 고통이 왼손에 전해왔다. 순간적으로 너무 아파서 짧게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나는 어떤 놈이 나를 이렇게 물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눈에 쌍불을 켜고 방을 뒤졌다. 그러나, 이 놈은 어디로 숨었는지, 무려 한시간이나 새벽에 나를 빤스바람에 생쑈를 하게 만들었다. (중략) 다시 형광들 끼고 잘 보니, 오 마이 갓… “…이거… 벌이네……쩝..”

집 안에 벌이라니?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인도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인도의 집들은 한국처럼 완벽하게 밀폐되지 않거든요. 문틈, 창문 틈, 환기구 등 '자연의 통로'가 참 많습니다.

17년간 인도에 살면서 저는 본의 아니게 수많은 생명체와 동거를 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인도 생활의 필수 상식, **'인도 집안의 야생 생태계와 대처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1. 벽 위의 룸메이트: 도마뱀 (Chipkali)

인도에 처음 오신 분들이 가장 기겁하는 존재입니다. 벽이나 천장에 붙어 있는 투명한 살색의 작은 도마뱀, 힌디어로 **'칩깔리(Chipkali)'**입니다.

귀여워요. 큰거는 손가락만하답니다.
귀여워요. 큰거는 손가락만하답니다.

  • 특징: 인도 집의 '기본 옵션'입니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한두 마리는 꼭 있습니다.
  • 대처법: 그냥 두세요. 사람을 물거나 해코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기나 파리 같은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에 가깝습니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들어온 곳으로 나갑니다. 저도 처음엔 징그러웠지만, 나중엔 이름도 지어줄 뻔했습니다. ㅎㅎ

2. 시즌을 타는 암살자: 모기 (Mosquito)

가장 조심해야 할 적입니다. 인도의 모기는 뎅기열, 말라리아, 치쿤구니야 같은 무서운 질병을 옮기기 때문입니다.

  • 특징: 신기하게도 **'시즌'**이 있습니다. 45도가 넘는 한여름 혹서기에는 모기도 더워서 다 죽습니다. 오히려 날씨가 선선해지는 **초겨울(10~11월)이나 비가 오는 몬순 시즌(7~9월)**에 기승을 부립니다.
  • 대처법:
    • 전기 모기채: 필수품입니다. 집에 최소 2개는 비치해 두세요. (충전식 추천)
    • 훈증기: 'Good Knight'나 'All Out' 같은 액체형 훈증기를 방마다 꽂아두는 게 국룰입니다.
    • 기피제: 야외나 야간 외출 시에는 'Odomos' 같은 바르는 모기약을 꼭 챙기세요.

3. 작지만 끈질긴 군대: 개미 (Ants)

한국 개미보다 좀 더 독합니다. 특히 붉은 개미에게 물리면 꽤 아픕니다.

  • 특징: 과자 부스러기 하나만 떨어져도 순식간에 새까맣게 몰려듭니다. 아주 작은 틈새로 줄지어 들어옵니다.
  • 대처법: 뿌리는 약보다는 **'개미용 젤(Ant Gel)'**이 직빵입니다. 아마존 인디아에서 'HIT Anti Roach Gel'이나 개미 전용 젤을 사서 개미가 다니는 길목에 한두 방울 찍어두면, 여왕개미까지 박멸되어 싹 사라집니다.

4. 기타 등등: 바퀴벌레, 파리, 그리고...

  • 바퀴벌레: 의외로 한국보다 집 안에 바퀴벌레는 적은 편입니다. (물론 하수구 근처엔 엄지손가락만한 놈들이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 파리: 덥고 습한 나라라 어쩔 수 없습니다. 전기 파리채 스매싱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요.
  • 벼룩/빈대: 정말 재수 없으면 겪게 됩니다. 저도 침구에서 벼룩이 발견되어 일주일 동안 매트리스를 뙤약볕에 말리고 소독하고 난리를 친 적이 있습니다. 인도의 강렬한 태양만이 답입니다.

5. 인도 주재원 17년 차의 '해충 생존 팁'

  1. 아마존은 다 알고 있다: 마트에서 헤매지 마시고 아마존 인디아(Amazon.in)에서 검색하세요. Ant killer, Cockroach gel, Mosquito racket 등 성능 좋은 제품들이 다음 날 배달됩니다.

  2. 문틈을 막아라: 현관문 아래 틈새(Door seal)를 막는 고무 패킹을 붙이면 기어 다니는 벌레의 침입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3. 공존의 미덕: 도마뱀 같은 친구들은 그냥 '인테리어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어차피 못 잡습니다.)

아마존에 왠만한 해출퇴치제 다 있어요.
아마존에 왠만한 해출퇴치제 다 있어요.

2002년 새벽, 벌침에 쏘여 퉁퉁 부은 손가락을 부여잡고 잠들었던 그날 밤. 그 고통은 저에게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항상 긴장하고 주변을 살피라"는 인도의 따끔한 조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오늘 밤 주무시기 전에 방충망은 잘 닫혀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