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15일, 월요일, 델리, 맑음

96.1 연일 40도를 넘는 폭염
아~ 정말 덥다.
사실 위 한 문장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무리해서 끝내도 충분한 거 같지만, 그래도 조금 더 쓰자면…
요즘 들어 델리의 최고 기온이 계속 40도를 넘어가고 있다. 보통 40~42도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고 새벽 최저기온은 보통 20~22도 사이이다. 하루의 기온차가 20도씩 차이가 나고 있다. 정말 심하다. 하지만 이게 델리의 평균 기온차이다. 일년 내내 밤낮의 기온차가 보통 20도씩 난다.
겨울에는 2~5도에서 22도~25도. 여름에는 25~28도에서 45~48도 정도라고 하니.
그럼 밤에는 시원하겠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늘 하루의 기온변화를 예를 들자면, ( 내가 느끼는 체감 온도 : 온도계가 없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약 23도정도. 하지만 아침 8시만 딱 넘어가면 갑자기 더워진다. 1시간에 3~4도씩 올라가서 10시반 정도만 지나면 30도가 훨씬 넘어가는 거 같다. 그게 11시가 넘어가면 35도가 넘어가는 거 같고. 그때부터 천천히 올라가다가 오후 3시쯤 되면 40도가 넘어간다. 그러다가 5시가 넘어가면 한시간에 1도씩 내려가서 오후 6시쯤 되면 다시 36~37도, 저녁 9시가 되면 32도 정도가 된다. 그러다가 밤 12시가 되어야, 27도정도 이하로 내려간다. 그게 아침까지 한시간에 1도씩 정도 떨어진다.
좀 복잡하다. 다시 시간대별로 정리하자면,
7시 : 22도
8시 : 25도
9시 : 28도
10시 : 30도
11시 : 33도
12시 : 35도
13시 : 37도
14시 : 39도
15시 : 42도
16시 : 40도
17시 : 38도
18시 : 37도
19시 : 35도
20시 : 33도
21시 : 31도
22시 : 29도
23시 : 27도
24시 : 25도
대충 이정도 보면 요즘의 델리의 기온 분포이다.
이런 더위가 4월말까지 지속하다가 5월이 되면 갑자기 더 더워진다고 한다.
최고 기온이 47~49도까지 올라가고 최저기온도 28도정도 된다고 한다.
지금 낮에 한참 더울 때 밖에는 감히 나가는 것이 두렵다. 일단 나가면 한증탕에 딱 들어가는 느낌이다. 에어컨 튼 자동차 옆에 걸어가면 차에서 더운 바람이 확~ 나오는 느낌 아는지 모르겠다. 딱 그런 느낌이다. 그런 바람이 얼굴에서 느껴진다.
밖에 기온이 사람체온보다 높을 때는 반팔보다는 얇은 긴 팔이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말을 빌리면 5월에는 밖에 나가면 어떤 느낌이 드느냐 하면,
헤어드라이 뜨겁게 해서 강풍으로 얼굴에 데고 있으면 느끼는 거랑 거의 똑같다고 한다. 어떤 정도 인지 대충 상상이 갈 것이다.
내 방에는 에어컨이 있긴 있는데, 고장이 나서 작동을 안 한다. 아저씨에게 고쳐달라고 했지만 안 고쳐 준다. 맨날 차일 피일 이런저런 핑계로 안 고쳐준다. 아마도 2가지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첫번째, 고치는데 돈이 든다.
두번째,. 고치고 나면, 에어컨 맨날 틀으니깐, 전기료 많이 나간다.
하여간에 그래서 정말 덥다.
밤에도 낮에 달구어진 건물 벽에서 열기가 계속 전해진다.
23년 전 4월의 중순, 저는 일기장에 시간대별 기온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7시 22도에서 시작해 오후 3시 42도까지 치솟는 숫자의 행렬.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다가오는 '진짜 여름'에 대한 공포의 카운트다운이었습니다.
<2002년 4월 15일의 일기>
96.1 연일 40도를 넘는 폭염 아~ 정말 덥다. 요즘 들어 델리의 최고 기온이 계속 40도를 넘어가고 있다. (중략) 지금 낮에 한참 더울 때 밖에는 감히 나가는 것이 두렵다. 일단 나가면 한증탕에 딱 들어가는 느낌이다. 에어컨 튼 자동차 옆에 걸어가면 차에서 더운 바람이 확~ 나오는 느낌... 헤어드라이 뜨겁게 해서 강풍으로 얼굴에 데고 있으면 느끼는 거랑 거의 똑같다고 한다.
내 방에는 에어컨이 있긴 있는데, 고장이 나서 작동을 안 한다. 아저씨에게 고쳐달라고 했지만 안 고쳐 준다... 하여간에 그래서 정말 덥다.
1. 31살 청년의 처절한 생존법: '물과 빵카(Pankha)'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집주인 아저씨가 참 야속합니다. 돈 든다고,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고장 난 에어컨을 5월 중순까지 방치했으니까요.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에어컨 없이 버틴다는 건, 말 그대로 생존 투쟁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개발한, 아니 본능적으로 터득한 생존법은 이랬습니다.
① 뜨거운 샤워와 '빵카(선풍기)'의 기화열 잘 시간이 되면 샤워를 합니다. 그런데 찬물이 안 나옵니다. 옥상의 물탱크가 하루 종일 40도의 태양 볕에 데워져서 밤에도 펄펄 끓는 물이 나오거든요. 그 뜨거운 물을 몸에 끼얹고 젖은 채로 천장에 달린 선풍기(인도 말로 '빵카') 아래 섭니다. 선풍기를 강풍으로 돌리면 인도의 건조한 열기가 순식간에 물기를 앗아갑니다. 이를 두번 세번 반복하면 기화열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온몸에 닭살이 돋을 만큼 오한이 듭니다. 바로 그때! 그 서늘함이 사라지기 전에 침대로 뛰어들어야 잠들 수 있습니다.
② 침대를 적셔라 그렇게 잠들어도 3시간이면 더워서 깹니다. 그러면 다시 샤워하고 말리기를 반복하죠. 나중엔 요령이 생겨 아예 침대 시트에 물을 뿌리고 잤습니다. 눅눅하지 않냐고요? 천만의 말씀. 당시 델리의 여름은 '사막형 더위'라 아침이면 시트가 바싹 말라 있었습니다.
이 처절한 사투 끝에 당시 69kg이었던 저는 한 달 만에 63kg가 되었습니다. 다이어트가 따로 필요 없는, 뼈와 근육만 남게 만드는 인도의 여름이었습니다.
2. 인도인들은 어떻게 버틸까? 그들만의 여름 나기
에어컨이 없는 서민들이 대다수인 인도에서, 그들은 수천 년간 내려온 지혜로 이 살인적인 더위를 견뎌냅니다.
- 맛까(Matka)의 마법: 인도 가정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흙항아리입니다. 옹기처럼 숨을 쉬기 때문에 물이 증발하며 열을 빼앗아가, 냉장고 없이도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는 천연 정수기이자 물냉장고입니다.
- 데저트 쿨러(Desert Cooler): 에어컨은 비싸고 전기세가 많이 나갑니다. 대신 철제 박스 3면에 지푸라기 패드를 대고 물을 흘려보낸 뒤 강력한 팬을 돌리는 '쿨러'를 씁니다. 물이 증발하며 찬 바람을 만드는 원리인데, 습도가 낮은 북인도 여름에는 에어컨 못지않게 시원합니다.
- 먹는 것으로 다스린다: 몸의 열을 내려주는 양파를 생으로 씹어 먹거나, 덜 익은 망고를 삶아 향신료를 섞은 음료 '암 빤나(Aam Panna)', 짭짤한 요구르트 음료 **'라씨(Lassi)'**를 수시로 마시며 탈수를 막습니다.
- 올빼미 생활: 낮에는 모든 활동을 최소화하고, 해가 진 뒤 밤늦게까지 활동하거나 지붕 위(Rooftop)에서 잠을 청하며 더위를 피합니다.
3. 2025년의 여름: 그래도 덥다
주재원으로 살며 에어컨 빵빵한 집에 사는 지금은 괜찮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한여름 밤에는 정전이 일상입니다. 아파트 발전기마저 과부하로 멈추면, 그 순간 집은 거대한 찜통으로 변합니다.
그럴 때 주재원 가장들이 하는 마지막 선택은? "온 가족을 데리고 차(Car)로 피신한다." 자동차 에어컨을 틀어놓고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쪽잠을 자는 것.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도의 여름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기장에 적힌 42도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47도, 48도의 기록들. 인도에서의 삶은 어쩌면 이 뜨거운 태양과 타협하고 공생하는 법을 배우는 긴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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