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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104. 23년 전, 힌디 시험을 마친 31살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by 인도 전문가 2025. 12. 10.

2002년 4월23일, 화요일, 델리, 맑음

 

104.1 드디어 힌디 시험이 끝나다. 와우~..

오늘 회화시험을 끝으로 4일간의 기나긴 힌디시험이 끝났다.

먼저 오늘의 결과 그다지 잘 본 거 같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남들 평균이상은 한거 같다.

20분 정도 선생과 힌디로 이야기하는 것인데, 반 정도는 확실한 문장으로 힌디로 적절하게 대답한 거 같고, 반의 반은 대충 문법은 틀리지만, 뜻은 잘 전달한 거 같고 나머지 반의반은 좀 엉뚱한 대답 및 알아듣지 못한 거, 그런 것들이었다.

전체적으로 4일간의 시험을 보자면, 대충 평균이상은 점수가 나올 것 같다.

 

104.2 힌디학교도 이제 끝났네

오늘 시험을 끝으로 힌디학교가 끝났다.

이번 주 금요일 성적표와, 졸업장을 받으러 오면 된다.

그 동안 약 4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밤에 잠 안자고 공부했다.

남들은 원래 작년 8월에 시작한 공부, 난 올해 1월에 늦게 시작해서 처음 1달 반 동안에는 거의 수업시간에 무슨 소리 하는지 몰라서 공치고, 수업 끝나고 혼자서 그 2배, 3배의 시간을 공부해서 겨우겨우 수업에 쫓아 갔으니깐. 그렇게 3월까지 공부하면서 마지막 달인 4월에는 이제 수업시간에 하는 이야기를 전부 이해하면서 잘 따라갈 수 있었다.

힌디를 공부하면서 회사에서 특히 한국 주재원들... 참 많은 반대와 눈초리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가끔 일때문에 회사에 가는 날이라도 되면, 왜 남들 안 하는 공부를 혼자서 그렇게 하고 있는냐? 네 영어가 그렇게 자신 있냐? 왜 쓸데없는 공부를 하느냐? 등등

물론 나를 위하여 하는 충고라고 생각했지만 일부는 비꼬거나 너만 힌디 공부하면 우리는 뭐가 되냐? 라는 생각도 있는듯하다.

어쨌든 알게 모르게 힌디 공부를 하면서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이제 그 공부가 끝났으니, 한 짐을 덜은 느낌이다.

지금 난 힌디로 일상회화라고 까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하다. 집안에서, 가게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우체국, 은행 등 관공서에서, 어느 정도 큰 문제없이 힌디로 의사소통의 시작과 중간까지는 가능하다. (좀 복잡한 메인 대화는 불가능하다. 그때는 영어로 해야 한다.)

또 힌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힌디는 아마도 50%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인도에서 모든 영화는 힌디 및 영어로 제작되도록 되어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힌디로 제작할 경우,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된다. 정부의 힌디 장려정책이 있다는 말이다. 남부지방에도 학교에서 힌디를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부에 가면 힌디가, 일부를 제외하곤 안 통한다고 한다. 두어달 뒤에 방문계획이 있는데, 진짜 그런지 확인해보고 싶다.

이놈의 이상한 나라.

어쨌든, 나중에 내 힌디가 회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남들의 걱정(혹은 비아냥)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또 나 자신을 위해서 영어공부도 좀더 많이 해야겠다.

정말 인도인들의 영어는 쉽지않은 영어다.

그것들을 이해 하려면 영어공부를 더 해야 한다.


와우~ 드디어 힌디 시험이 끝난 모양이네요. 글을 보니 패스한 것 같구요. 네 맞습니다. 몇일뒤에 저는 Certificate을 자랑스럽게 받지요. 어쨌든 23년전 그날의 신성기에게 수고했다고 한마디 전해주고 싶네요. 가능하다면 말이죠.

 

힌디어 자격증 시험을 모두 마치고, 후련함과 동시에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던 31살의 신성기.

그래서 오늘의 포스팅은,
23년전 그날의 저에게 17년의 인도 생활을 지내고 2025년을 살고 있는 지금의 제가 편지를 띄우기로 했습니다.


To. 2002년 4월 23일, 델리의 작은 하숙방에 있는 31살 성기에게

안녕? 오늘 드디어 4일간의 지옥 같았던 힌디 시험이 끝났구나. 3시간 시험 시간을 꽉 채우고 나와서 "평균은 넘겠지?" 하며 안도하던 네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정말 수고했어.

 

남들은 8월부터 시작한 과정을 1월에 뒤늦게 합류해서, 수업 내용도 못 알아듣는 채로 맨땅에 헤딩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겨울에는 추위에 떨고 여름에는 더위에 시달리며, 밤잠 줄여가며 단어장을 씹어 먹듯 외우던 네 노력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일기에 보니 마음고생이 심했더구나. 회사 동료들이 그랬다지? "야, 영어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무슨 힌디냐?", "왜 사서 고생을 하냐?"

그 말이 가시처럼 박혀서, 시험이 끝난 오늘조차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이제 영어 공부나 빡세게 해야겠다"라며 스스로를 다잡는 네 모습이 참 짠하다.

 

하지만 성기야, 오늘 내가 미래에서 너에게 확실하게 말해줄게. 그때 네가 마음잡고 힌디어를 공부한 건, 네 인생 최고의 '신의 한 수'였어.

네가 지금 걱정하는 그 '쓸데없는 공부' 덕분에 앞으로 펼쳐질 17년의 인도 생활이 어떻게 바뀌는지 아니?

  1. 너는 '속지 않는' 법인장이 될 거야. 앞으로 너는 수많은 인도 상인, 직원, 공무원들을 만나게 돼. 그들이 자기들끼리 힌디어나 힝글리시로 속닥거리며 너를 속이려 할 때, 네가 알아듣고 씨익 웃으며 힌디로 한 마디 던지는 순간, 그들의 표정이 얼어붙는 짜릿함을 맛보게 될 거야.
  2. 직원들의 마음을 얻게 될 거야. 영어로 지시하는 똑똑한 보스는 많아. 하지만 공장 노동자, 운전기사, 하급 직원들에게 다가가 서툴더라도 그들의 언어인 힌디로 "케세 호?(잘 지내?)"라고 안부를 묻는 보스는 흔치 않아. 네 그 힌디 한 마디가 100마디의 유창한 영어보다 더 강력한 리더십이 되어줄 거야.
  3. 위기의 순간, 너를 구해줄 거야. 경찰에게 잡혔을 때, 관공서에서 일이 꼬였을 때, 네가 구사하는 그 '생활 힌디'가 꽉 막힌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줄 거야. 영어만 썼다면 절대 해결되지 않았을 문제들이 힌디라는 윤활유 덕분에 술술 풀리게 된단다.

그러니 동료들의 비아냥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려. 너는 지금 누구보다 올바른 길을 가고 있어. 남부 지방 가면 힌디 안 통한다고 걱정했지? 맞아, 안 통하는 곳 많아. 하지만 괜찮아. 인도라는 거대한 코끼리의 등에 올라타려면, 적어도 그 코끼리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네 그 태도가 가장 중요한 거니까.

이번 주 금요일에 받을 그 졸업장(Certificate), 아주 자랑스럽게 액자에 걸어둬도 좋아. 그것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앞으로 네가 인도에서 겪을 수많은 전투에서 너를 지켜줄 가장 강력한 무기니까.

31살의 신성기, 정말 고생 많았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아 줘서 정말 고맙다. 너에게 진짜 감사해.

 

2025년, 너의 든든한 미래로부터.

아마 이 편지가 과거로 갔다면, 이런 답장을 쓰고 있겠죠?
아마 이 편지가 과거로 갔다면, 이런 답장을 쓰고 있겠죠?

 


[추신] 일기에 "이제 영어 공부 빡세게 해야지"라고 썼더라? 그래, 그건 맞아. 영어 공부는 계속해야 해. 인도 애들 영어 만만치 않거든. ^^ 하지만 힌디와 영어를 둘 다 쥔 너는, 결국 그들을 이기게 될 거야. 오늘은 푹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