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20일, 토요일, 델리, 맑음
101.1 인도에도 복권이 있다.
오늘 인도에서 복권을 처음 사 보았다. 즉석식 복권인데, 10루피주고 샀다.
긁었다. 꽝이다. 에이~ 운이 없네… 쩝…
인도에도 복권이 있다. 복권이라는게 사람사는 곳에는 항상 있는 것 중의 하나인 듯하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특히 비교적 잘 못사는 동네에 가면 유난히 복권 장사들이 많이 보인다.
복권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이지만 실낱 같은 희망을 안겨준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기여하는 것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도 그 곳에서 복권장수를 10미터마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복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같은 이유로 가난한 나라에 복권이 많은 것 같다.
인도도 목돈을 만져보기가 힘든 사회이다 보니깐 자연히 복권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우리 집주인 아저씨 말로는 재산을 날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복권의 종류는 다양한데, 즉석복권에서 100만루피(10렉) 이상의 당첨금이 걸린 복권도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인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복권은 경품으로 오토바이가 걸려있는 복권이다.
인도인들은 유난히 오토바이를 좋아하는데 남자가 결혼할 때 신부측에 요구하는 것중에서 기본적으로 오토바이가 꼭 들어가 있을 정도이다.
규모가 작은 복권은 보통1루피짜리 복권부터 있고, 비싼 것은 100루피짜리도 있다. 물론 당첨금액과 당첨 확률은 금액이 높은게 당연히 높다.
제가 그날 인도 복권 한장을 산 모양이네요. (물론 그 이후에는 인도에서는 한번도 산적이 없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꽝'이었지만, 그 작은 종이 조각에 열광하는 수많은 인도인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2년 4월 20일의 일기>
101.1 인도에도 복권이 있다. 오늘 인도에서 복권을 처음 사 보았다. 즉석식 복권인데, 10루피주고 샀다. 긁었다. 꽝이다. 에이~ 운이 없네… 쩝… 인도도 목돈을 만져보기가 힘든 사회이다 보니깐 자연히 복권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중략) 이 중에서 인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복권은 경품으로 오토바이가 걸려있는 복권이다. 인도인들은 유난히 오토바이를 좋아하는데 남자가 결혼할 때 신부측에 요구하는 것중에서 기본적으로 오토바이가 꼭 들어가 있을 정도이다.
오늘은 일기 속에 등장한 '꽝' 된 복권 이야기를 계기로, 인도의 복권 시장과 그 속에 담긴 서민들의 애환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인도에도 '로또'나 '파워볼' 같은 대박이 있을까?
20년 전 일기에는 오토바이 경품이 최고인 것처럼 써놨지만, 사실 인도에도 인생 역전을 노릴 수 있는 거대 복권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파워볼처럼 단일 전국 복권은 없지만, 주(State)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들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인도에서 복권은 주 정부의 권한입니다. 현재 케랄라, 펀자브, 서벵골, 시킴 등 약 13개 주에서만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죠. (델리는 현재 금지되어 있습니다.)
특히 **'케랄라 주 복권'**과 **'펀자브 주 복권'**이 유명합니다. 평소에는 당첨금이 몇천만 원 수준이지만, 디왈리(Diwali)나 오남(Onam) 같은 큰 축제 기간에는 **'범퍼(Bumper) 복권'**이라는 걸 발행하는데, 1등 당첨금이 **1억~2억 루피(약 16억~32억 원)**에 달합니다. 한국 로또 못지않죠? 이때가 되면 전국이 들썩입니다.

2. 시장 바닥의 그 복권 장수들, 믿어도 될까?
인도 여행을 해보신 분이나 주재원분들은 시장 통이나 버스 터미널 구석에서 리어카나 바닥에 화려한 종이표를 쭉 깔아놓고 파는 사람들을 보셨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저거 문구점 장난감 돈 아냐? 진짜 당첨금은 주나?" 하고 의심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 합법입니다. 이들은 주 정부에서 정식으로 위탁받은 소매상들입니다. 그들이 파는 종이들은 정부 직인이 찍힌 정식 복권이고요.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이 틈에 섞여 있는 **'사타 마트카(Satta Matka)'**라는 불법 사설 도박입니다. 숫자 맞추기 게임인데, 겉보기엔 복권과 비슷해 보이지만 범죄 조직과 연루된 경우가 많고 당연히 법적 보호도 못 받습니다. 너무 허술해 보이거나 배당률이 비상식적으로 높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3. 오토바이의 꿈, 그리고 세금의 현실
일기에 제가 "인도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경품은 오토바이"라고 적어두었듯이, 2002년 당시 오토바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중산층으로 가는 티켓이자, 결혼 지참금(Dowry)의 필수 품목이었습니다. 차를 사기엔 너무 멀고, 자전거로는 부족했던 그 시절 서민들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었죠.
지금은 어떨까요? 당첨되면 세금은 얼마나 낼까요? 인도 정부는 불로소득에 꽤 가혹합니다. 당첨금이 1만 루피(약 16만 원)만 넘어가도 **30%의 세금(TDS)**을 원천징수합니다. 여기에 교육세 등 각종 부가세(Cess)가 붙으면 실수령액은 더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주 정부들이 복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막대한 세수 확보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을 담보로 주 재정을 채운다는 비판도 있지만, 당장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자나 릭샤 왈라들에게 10루피짜리 복권 한 장은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진통제이기도 합니다.
4. 2002년의 스크래치, 2025년의 온라인
제가 샀던 '긁는 복권(스크래치)'은 지금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제는 온라인 복권이나 디지털 추첨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네요.
23년 전 델리 길거리에서 동전으로 복권을 긁으며 잠시나마 부자가 된 상상을 했던 저처럼, 오늘도 수많은 인도 서민들은 10루피 지폐 한 장에 '내일은 좀 더 나아지겠지'라는 간절한 기도를 담고 있을 겁니다.
비록 '꽝'일지라도 그 순간의 희망만큼은 진짜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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