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2002년7월10일, 수요일, 뿌네, 가끔 구름
182.1 보이스 엔 스피치
오늘 뿌네의 마지막 일정으로 보이스 엔 스피치 명상을 했다.
아침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이 되었는데, 끝나고 나니 목이 쉬어 버렸다. 그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침묵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다시 침묵을 했다.
입으로 의사 전달을 하는 방법으로 언어가 있지만, 언어적 의미를 제거한 목소리, 그리고 침묵 또한 의사 전달의 유용한 수단임을 깨달았다.
또 전에는 나의 목소리에 대하여 자신이 없었는데, 이 과정을 통하여 자신감을 가졌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긴장을 덜 할 수 있게 되었다.
182.2 뿌네의 마지막 밤
내일 방갈로로 간다. 오늘 뿌네에서의 마지막 밤. 그래서 떠나기 전 이곳 명상센터의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들과 헤어짐 파티를 했다.
그동안 여기에 있으면서 몇 명의 한국인을 만났고, 많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는데, 내일 내가 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파티라도 하자고 해서 오늘 모인 것이다. (참고로 대부분 여기에 오래있는 친구들이다,, 게들은 안간다)
저녁을 먹고, 맥주랑 과일 등을 먹고, 음악 틀고 춤도 추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버스타고 도착한 도시, 첨에는 뭐 별거 있겠어? 생각했었던 도시,, 그런데 계획했던 일정보다 훨씬 오래, 12일간 머무르면서, 의외로 많은 것을 나에게 준 도시가 되었다.

[인도 뿌네] 12일간의 뜻밖의 여정, 그 마지막 페이지: '목소리'를 찾고 '히피'들과 작별하다
'2002년 7월 10일, 수요일, 뿌네, 가끔 구름.'
아우랑가바드에서 버스를 타고 스치듯 지나갈 줄 알았던 도시 뿌네.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계획보다 훨씬 긴 12일을 머물렀습니다. 중간에 아팠던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곳 코레가온 파크(Koregaon Park)의 독특한 공기와 오쇼 아쉬람이 주는 강렬한 체험들이 발길을 붙잡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습니다.
내 안의 '목소리'를 해방시키다: Voice and Speech 명상
뿌네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Voice and Speech (V&S)' 명상 코스에 참여했습니다.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진 이 강행군은 저에게 쉰 목소리와 함께 깊은 깨달음을 선물했습니다.
<2002년 7월 10일의 일기>
끝나고 나니 목이 쉬어 버렸다. 그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침묵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다시 침묵을 했다. 입으로 의사 전달을 하는 방법으로 언어가 있지만, 언어적 의미를 제거한 목소리, 그리고 침묵 또한 의사 전달의 유용한 수단임을 깨달았다. 또 전에는 나의 목소리에 대하여 자신이 없었는데, 이 과정을 통하여 자신감을 가졌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긴장을 덜 할 수 있게 되었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장면들은 뇌리에 선명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명상이 아니라, 스피치 훈련이자 내면의 장벽을 허무는 치열한 과정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기이하고도 강력했던 훈련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철저한 침묵으로 소통하기, 그다음엔 언어를 배제한 채 의미 없는 소리로 즉, 동물 울음소리 같은 괴상한 소리(Gibberish)만으로 대화하기. 놀랍게도 의미 없는 소리 속에서도 의사가 전달되는 신비한 경험을 했습니다. 또 외국인끼리 각자의 모국어로만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말이 안되는 말이죠. ㅎㅎ
가장 어려웠던 건 바디랭귀지를 전혀 쓰지 않고 말하기(손발이 묶인 듯 어색했죠.) 반대로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하며 상대를 속여보는 훈련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 끝에 얻은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소통에 있어 언어는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말에 '마음'과 '진심'을 담는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몸으로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굿바이 코레가온 파크, 굿바이 나의 히피 친구들
<2002년 7월 10일의 일기>
오늘 뿌네에서의 마지막 밤. 그래서 떠나기 전 이곳 명상센터의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들과 헤어짐 파티를 했다. 저녁을 먹고, 맥주랑 과일 등을 먹고, 음악 틀고 춤도 추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계획했던 일정보다 훨씬 오래, 12일간 머무르면서, 의외로 많은 것을 나에게 준 도시가 되었다.
저녁에는 그동안 아쉬람에서 동고동락했던 장기 체류자 친구들이 송별 파티를 열어주었습니다. 맥주와 음악, 춤이 어우러진 밤이었습니다.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단순히 도시를 떠나는 아쉬움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이면 프랑스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과 커피로 하루를 열고, 긴 머리와 수염을 기른 자유로운 영혼의 외국인들 틈에 섞여 명상하고, 밤이면 그들과 삶과 철학을 논하던 코레가온 파크만의 그 자유로운 '히피'스러운 분위기. 그 삶의 방식과 이별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그로부터 23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이후 인도에서 17년을 주재원과 법인장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책임지고 수많은 직원을 이끄는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2002년 여름 뿌네에서 누렸던 것과 같은 자유로운 '일탈'은 다시는 꿈꾸기 어려웠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어렵겠지요.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으니까요.(너무 많이 늙었죠?) 그래서일까요? 쉰 목소리로 진심을 배우고, 낯선 이방인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던 그 12일간의 뜨거웠던 젊은날이,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그립고, 가슴 한구석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