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15일, 금요일, 델리, 맑음
37.1 힌디학교에서 인도문화 강의가 있었다
오늘 힌디학교에서는 수업 대신에 외부 강사 초빙하여 인도의 문화에 대하여 폭넓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학생들은 모두 제일 넓은 강의실에 모여서, 무려 3시간동안이나 쉬지않고 강의에 참가하였다. 강의라기 보다는 질문과 답변 시간이었다.
우리 학교에는 정말 세계 각국에서 다 모인 학생들이 있다.
한국인, 일본인, 미국인, 독일인, 영국인, 인도네시아인, 우크라이나인, 중국인, 남아공화국인, 아랍애미레이트인, 프랑스인, 코스타리카 사람까지 정말 다양하다. 오늘 강의시간에는 서로 먼저 질문하고 대답하느라고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힌두교에서 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 신성시하는 이유, 인도의 선물문화에 대하여, 몸에는 온통 금으로 치장하지만 발에는 은으로 치장하는 이유, 이마에 찍는 점, 머리 가운데 가르마에 빨강줄의 의미, 손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 힌두교에서 다신의 각각의 의미, 힌두교도가 소고기는 안먹는 것은 이해하지만 왜 돼지고기도 안먹는지? 등등…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인도의 선물문화에 대하여서는 내가 질문한 것이었다. 왜냐면 현재 인도에서 무슨일을 할려고 하면 뇌물없이는 아무것도 진행이 안된다. 저 위에 높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 건물 출입구 지키는 수위에게까지도 뇌물을 줘야 할 지경이다. 이건 현실이다. 난 이런 인도의 뇌물문화가 인도의 선물문화에서 기인됐다고 본다. 인도의 선물은 실제로 선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비싸고 비용이 많이 든다. 전번에 로리데이(1월13일)에 우리집아저씨가 선물 받은 거라면서 자랑했던 목걸이도 완전히 순금으로 된 목걸이다. 족히 2냥은 되어보이는 금이다. 이게 보통이다. 생일날인 경우에는 정말 이정도 선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선물이 뇌물이 되는 게 이 나라에서는 당연시 되고 있는 현실이다.
나는 이런 인도의 선물문화가 어떤 인도문화와 혹은 어떤 역사적 배경과 연관 되어 있는지 궁금했었다.
오늘 수업 내용은 나중에 따로 기회를 만들어서 기술하겠다.
인도 문화를 감히 말합니다. 절대 충분할 수 없고 설명이 불가능한 방대한 인도 문화를 감히 말하다니,,,
인도에 도착한지 한달이 지나서 느끼기 시작하였고, 지난 17년간 인도에 살면서 뽑은 가장 중요한 인도 문화의 특징 혹은 인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선제 조건으로 저는 이것을 뽑습니다.
다양성입니다. 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인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14억의 인구, 수천 년의 역사가 뒤섞인 이 거대한 세계를 몇 마디 말로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임을 잘 압니다. 하지만 인도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고,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확신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전제 조건, 그것은 바로 '다양성(Diversity)'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인도는 이렇다'라고 정의하는 순간, 그 정의에서 벗어나는 수십, 수백 개의 인도가 존재하므로 그 정의는 틀린 정의가 됩니다.
(마치 슈레딩거의 고양이마냥, 죽었을수도 있고 살아있을 수도 있는 그러한 정의가 차라리 낫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17년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온 인도의 본질, 그 거대한 다양성에 대해 7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언어의 다양성: 100km마다 바뀌는 말
우리는 '인도어'라는 말을 쓰곤 하지만, 사실 '인도어'라는 단일 언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도의 10루피 지폐 뒷면을 보면, 지폐의 가치가 무려 15개의 다른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 헌법에서 인정한 공식 언어만 해도 22개이며, 방언까지 합치면 수백, 수천 개에 이릅니다.

이는 단순히 사투리의 차원이 아닙니다. 펀자브에서 온 동료와 타밀나두에서 온 동료는 각자의 모국어로는 전혀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그들은 공용어인 힌디어나 영어를 사용해야만 대화가 가능하죠. 인도 대륙을 여행하는 것은, 마치 여러 나라로 이루어진 유럽을 여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100km만 이동해도 간판의 글자가 바뀌고 사람들의 말이 달라지는 곳, 그곳이 바로 인도입니다.
2. 종교의 다양성: 삶의 모든 순간에 스며든 믿음
인도는 힌두교가 다수인 국가이지만, 그 안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억 7천만 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으며, 시크교, 기독교, 불교, 자이나교 등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가 공존합니다.
이 다양성은 단순히 다른 신을 믿고 다른 명절을 쇠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각 종교는 고유의 율법(결혼, 상속 등), 음식 문화(할랄, 채식 등),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나와는 전혀 다른 우주관과 생활 양식 속에서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인도의 일상입니다.
3. 지리와 인종의 다양성: 대륙을 압축한 땅
북쪽의 눈 덮인 히말라야부터 남쪽의 열대 해변까지, 서쪽의 타르 사막부터 동쪽의 정글까지. 인도는 하나의 나라가 아닌 '아대륙(Subcontinent)'이라 불리는 이유를 지형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양한 지형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품고 있습니다. 북인도 사람들의 아리안계 외모, 남인도 사람들의 드라비다계 외모, 그리고 동북부 지역 사람들의 동아시아계 외모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들은 수천 년간 각자의 지역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살아왔습니다. '전형적인 인도인'의 얼굴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4. 음식의 다양성: '인도 커리'라는 말은 없다
인도의 다양성을 가장 쉽고 명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바로 음식을 맛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인도 커리'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이는 '유럽 파스타'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한 표현입니다.
- 북인도: 밀이 주식이라 난, 로티, 차파티를 즐겨 먹고, 크림과 버터를 사용한 부드럽고 진한 그레이비가 특징입니다. (예: 버터 치킨, 파니르 마카니)
- 남인도: 쌀이 주식이라 도사, 이들리를 즐겨 먹고, 코코넛과 타마린드를 사용한 맵고 시큼한 맛의 음식이 많습니다. (예: 삼바르, 라삼)
- 동인도(벵골): 겨자유와 민물 생선을 활용한 요리가 발달했고, '로스굴라' 같은 달콤한 디저트가 유명합니다.
- 서인도(구자라트): 단맛이 가미된 채식 요리가 주를 이루는 '구자라티 탈리'가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각 지역의 음식은 완전히 다른 요리법과 맛의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5. 계급의 다양성: 보이지 않는 사회의 설계도, '카스트'
인도의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카스트(Caste)'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카스트는 여전히 인도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설계도이자, 사람들을 나누는 가장 근본적인 경계선입니다.
- 삶의 경로를 나누는 다양성: 카스트는 단순히 4개의 계급(브라만, 크샤트리아 등)으로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수천 개의 세부적인 '자티(Jati)'가 존재하며, 각 자티마다 고유의 관습, 직업, 그리고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됩니다. 누구와 결혼할 수 있는지, 누구와 식사를 할 수 있는지,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암묵적인 규칙이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 기회의 다양성: 이것은 곧 '기회의 다양성'으로 이어집니다. 상위 카스트는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된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를 누리는 반면, 하위 카스트, 특히 '달릿(Dalit)'으로 불리는 불가촉천민들은 교육과 취업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과 장벽에 부딪힙니다. 같은 교실에 앉아있어도, 두 학생의 미래는 태어난 카스트에 따라 전혀 다른 경로를 밟게 될 수 있습니다.
6. 삶의 다양성: 공존하는 두 개의 인도, '빈부 격차'
인도에 살면서 가장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다양성은 바로 극심한 '빈부 격차'에서 옵니다. 이것은 단순히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를 넘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가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삶의 방식'의 다양성을 의미합니다.
- 두 개의 다른 우주: 제가 예전에 쓴 글처럼, 최고급 쇼핑몰에서 수만 루피짜리 모자를 사는 사람들과, 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슬럼가에서 하루 한 끼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쪽에서는 자녀를 스위스 유학 보낼 계획을 세울 때,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를 학교 대신 일터로 보내야 하는 현실이 공존합니다.
- 경험의 다양성: 이들은 사용하는 교통수단, 이용하는 병원, 자녀가 다니는 학교, 즐기는 여가 문화, 심지어 사용하는 언어까지 모든 것이 다릅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SUV 안에서 겪는 교통체증과, 릭샤나 자전거 위에서 매연을 마시며 겪는 교통체증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이처럼 인도는 한 사람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같은 도시 안에서도 전혀 다른 현실을 경험하게 만드는 '다양한 삶의 층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7. 민주주의의 다양성: 혼돈 속의 질서, '정치'
인도의 다양성은 정치라는 용광로 속에서 가장 뜨겁게 폭발합니다. 인도의 민주주의는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가 아닌, 수많은 목소리들이 경쟁하고 타협하는 거대한 합창과 같습니다.
- 이념의 스펙트럼: 인도의 정당 지도는 세계의 모든 정치 이념을 모아놓은 축소판과 같습니다. 우파 힌두 민족주의 정당(BJP), 중도좌파 세속주의 정당(Congress) 같은 거대 정당은 물론, 케랄라 주에는 여전히 강력한 공산당이 존재하며, 각 주마다 사회주의, 지역주의, 특정 카스트 기반의 정당들이 활동합니다.
- 지역의 목소리: 인도 정치를 이해하는 핵심은 '지역 정당'의 힘입니다. 타밀나두의 정당은 타밀인의 정체성을, 펀자브의 정당은 시크교도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대변합니다. 이들은 중앙 정부의 향방을 결정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며, 인도의 권력이 한 곳으로만 집중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델리에서 통하는 정치 공식이 콜카타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 선택의 다양성: 인도 유권자의 한 표는 카스트, 종교, 언어, 지역, 경제적 이해관계 등 수많은 정체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입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혼돈이야말로, 인도의 수많은 공동체가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드는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입니다.
자, 이렇게 눈에 보이고 쉽게 잡히는 다양성에 대해서 7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무엇을 인도를 정의 하겠습니까? 못합니다.
그래서 '인도'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 모든 다름을 하나의 틀에 넣어 정리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인도는 모든 것이 섞여 하나가 되는 '용광로(Melting Pot)'가 아니라, 각자의 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하나의 접시에 담겨 조화를 이루는 '탈리(Thali, 남인도 음식)'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 '탈리'에는 언어와 음식 같은 달고 짠 맛뿐만 아니라, 카스트라는 쓴 맛과 빈부 격차라는 아픈 맛, 그리고 시끄럽지만 생동감 넘치는 정치라는 매운맛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볼 때, 비로소 인도의 복잡하고 거대한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17년을 살았지만, 저는 여전히 이 거대한 다양성의 극히 일부만을 경험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전부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다양성이야말로 인도를 지치지 않게 만들고, 끊임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게 하는 진짜 힘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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