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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78. 인도의 전기사정: 전기는 4배 늘었는데, 왜 내집은 정전인가?

by 인도 전문가 2025. 11. 14.

2002년 3월28일, 목요일, 델리, 맑음

Electricity Crisis in India

78.1 전기 사정이 점점 나빠진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음에 따라, 가정이나 사무실의 전기사용이 늘어가고 있다.

요즘 들어 전기가 자주 나간다.

오늘 쉬는 날이고 해서 극장에 갔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무려 3번이나 전기가 나갔다. 나갈 때마다 발전기를 돌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상영되기를 반복했다.

처음에 인도에 왔을 때도 가끔씩 전기가 나갔으나, 일주일에 한번 정도였었으나, 요즘 들어서는 하루에 1번 이상씩 꼭 전기가 나간다.

다행이 우리 동네 사정은 조금 낫다. 비교적 잘 사는 동네는 전기가 잘 안 나가고 못사는 동네는 전기가 자주자주 나간다.

예를 들어, 파하르간지 같은 올드델리쪽은 하루에 수없이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 한다.

그 이유는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가 도시의 중간중간에 설치되어 있고, 또 그 변전소마다 각각 수 많은 작은 변압기 등이 각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전기를 공급하는 용량이 전부 다르다. 부자동네에 가는 라인은 비교적 풍부하게 전기가 공급되고 있는 반면에 가난한 동네는 전기가 부족하게 공급되고 있다. 그리고 부자동네는 집을 추가로 건설을 막고 있기 때문에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데 한몫하지만 역시 가난한 동네는 같은 전기라인으로 계속 추가로 집을 짓고 있고, 최근 가난한 동네에도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에어컨과 같은 전기사용이 늘어감에 따라 전기가 자주자주 나간다.

인도의 전체 전기 공급용량은 작년 기준으로 101,153메가와트로써 화력발전이71,906메가와트, 수력발전이 25,219메가와트, 원자력발전이2,758메가와트 그리고 풍력발전이 1,269메가와트이다.

그리고 올해의 증설계획은 4,764메가와트 이다.


부제: 2002년의 촛불 극장과 2025년의 제너레이터 소음

 

2002년 3월 28일, 제 낡은 일기장에는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찾아온 잦은 정전에 대한 불평이 적혀 있습니다.

"오늘 쉬는 날이고 해서 극장에 갔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무려 3번이나 전기가 나갔다... 요즘 들어서는 하루에 1번 이상씩 꼭 전기가 나간다... 다행이 우리 동네 사정은 조금 낫다... 못사는 동네는 전기가 자주자주 나간다."

20여 년 전, 영화 한 편을 보는 동안 세 번이나 발전기를 돌려야 했던 그 황당함.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전력 공급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그 불합리함. 그 모든 것은 2025년인 지금도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17년간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도의 전력 사정은 분명히 좋아졌습니다. 2002년 당시 제가 기록했던 인도의 총 발전 용량은 약 101,153MW였습니다. 2024-2025년 현재, 인도의 발전 용량은 440,000MW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20여 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한 것입니다. 예전처럼 전력 부족을 이유로 도시 전체가 몇 시간씩 암흑에 빠지는 일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었는가?"라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1. 2025년의 풍경: 배터리 방에서 제너레이터로

과거 2000년대 초반, 중산층 이상의 가정집 지하실이나 주차장에는 거대한 배터리 셀들로 가득 찬 '인버터 룸'이 필수였습니다. 2025년인 지금, 그 배터리 방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아파트 단지마다 거대한 **디젤 발전기(Generator, 'DG Set')**가 대신하고 있을 뿐입니다.

  • 중산층 이상: 구르가온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저에게 정전은 '찰나의 불편함'입니다. 전기가 나가면(Power Cut) 10초 안에 단지 전체에 제너레이터가 돌아가며 불이 켜집니다.
  • 서민층 이하: 하지만 발전기가 없는 대다수의 서민 주택가는, 전기가 나가면 그 순간 그대로 블랙아웃 상태에 빠집니다.

2002년에 제가 봤던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차이'는 2025년에도 여전히, 아니 더욱 극명하게 존재합니다.

인도 전력 구성 및 송전 Capacity
인도 전력 구성 및 송전 Capacity

2.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배송'이다: 4대 원인

인도의 전력 문제는 이제 '절대적인 생산량 부족'이라기보다는, 만들어진 전기를 집까지 제대로 '배송'하지 못하는 송배전 인프라의 문제입니다.

  1. 원인 1: 수요 폭증과 부하 (The Overload) 여름철 인도의 전력 수요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2024-2025년 인도의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사상 최고치인 250GW를 돌파했습니다.(참고로 한국의 역대 최대 전력수요는 104GW 였습니다. 2025년8월25일) 생산량이 이를 겨우 따라가도, 이 엄청난 전력을 감당해야 하는 낡은 변압기와 전선들은 버텨내지 못합니다. 제가 여름밤 길거리에서 듣는 '펑!' 하는 변압기 터지는 소리는 이 도시의 연례행사 같은 것입니다.
  2. 원인 2: 낡은 송전 시설 (The Aging Grid)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인도의 송배전(T&D) 인프라는 수십 년 된 낡은 시설이 많아 전기가 오는 도중에 사라져 버립니다. 이를 **'송배전 손실률'**이라고 하는데, 최신 통계(2022-23년)를 봐도 인도의 AT&C(총 기술적·상업적 손실) 손실률은 **약 15.41%**에 달합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약 8%**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전기 100을 만들면 15가 집까지 오지도 못하고 중간에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3. 원인 3: 전력 도둑 (The Power Theft) 저 15.41%의 '상업적 손실'에는 바로 사용자가 언급한 **'전력 도둑'**들의 사용까지 포함됩니다. 지금도 구시가지나 빈민가에서는 전선에 갈고리를 걸어 불법으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는 합법적으로 돈을 내는 사용자들에게 과부하를 전가시키고, 잦은 정전과 변압기 고장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4. 원인 4: 자연재해 (The Monsoon) 몬순 시기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됩니다. 부실하게 관리된 송전 시설과 변압기에 빗물이 들어가 합선되거나 고장 나면서 하루에도 5~6번씩 전기가 나가는 것은 일상다반사입니다.

3. 17년의 결론: '제너레이터 소리'는 인도의 현주소

결국 2025년 인도의 전력 사정은 '총량은 늘었지만, 품질은 여전한' 상태입니다. 20~30분 이내로 비교적 빨리 돌아오는 잦은 정전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제가 편안하게 TV를 보는 이 순간에도, 제 방 창문 밖에서는 거대한 디젤 발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제너레이터 소리'야말로 2025년 인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소리입니다. 겉보기에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불안정한 인프라와 그것을 민간의 비용으로 메우고 있는 기형적인 현실이 숨어있는 것이죠.

2002년,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다시 스크린이 켜지기를 기다렸던 그 막막함은, 2025년 발전기의 굉음 속에서 '이 소음은 언제쯤 멈출까'를 고민하는 지금의 저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