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31일, 일요일, 델리, 맑음

81.1 인도에서는 개도 조심해야 한다.
인도에는 길거리에 소만 많은게 아니라, 개도 무진장 많다. 거의가 주인도 없이 길거리를 헤매는 개들인데 주로 소와 함께 쓰레기 더미를 뒤지면서 먹고 산다.
대부분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털이 많이 빠지고, 피부병에 대부분 걸려 있다. 그래서 계속 간지러운지 뒷발로 틈만 나면 몸을 긁는다. 그 다음으로 병신개들이 눈에 많이 띈다. 전에 적은 바가 있듯이 교통사고가 많이 나서 개들이 많이 다친다. 소와는 다르게 작아서 유별나게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인도개들이 세계에서 가장 눈치가 빠르면서도 느긋한거 같다.
이런 개들은 대부분 순하고 사람을 물지 않지만, 그래도 물리지 않게 괜히 신경을 건들면 안된다. 아직 여행자나 주위에서 개한테 물려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거의 대부분의 개들이 광견병이나, 기타 예방접종을 안한 것들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물리면 병원신세를 져야만 한다.
낮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밤에는 개들도 조금 공격성향을 띄기도 한다. 가끔씩 몰려다니는 개들이 있는데, 그때는 주위에 돌맹이나, 소리를 질러서 위협을 해서 쫓아 내는 방법을 취하는 편이 좋겠다.
부제: 2002년의 충격과 17년의 세월이 담긴 관찰기
2002년 3월 31일, 제 낡은 일기장에는 인도의 길거리가 소뿐만 아니라 개들로 가득 차 있다는 관찰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거의가 주인도 없이 길거리를 헤매는 개들인데 주로 소와 함께 쓰레기 더미를 뒤지면서 먹고 산다... 대부분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털이 많이 빠지고, 피부병에 대부분 걸려 있다... 밤에는 개들도 조금 공격성향을 띄기도 한다."
한국에서 개는 '반려동물'이지만, 인도에서 개는 수천 년 동안 길 위에서 스스로 생존해 온 '또 하나의 주민'입니다. 정부도, 경찰도, 그 누구도 이들을 신경 쓰지 않지만, 그들은 델리 국제공항에서 구르가온의 고급 아파트 지하 주차장, 심지어 골프장 안까지, 인도 도시 곳곳의 생태계를 지배하는 '길거리의 주인들'입니다.
1. '유기견'이 아닌 '야생 개': 그들의 생존 전략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이들이 우리가 아는 '유기견(버려진 개)'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자란 야생 개들로, 그 세대가 수십 차례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 놀라운 눈치와 지혜: 17년간의 관찰을 통해 저는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눈치가 빠르고 지혜로운 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도를 건널 때도 사람이 차를 피하듯 정확히 좌우를 살피고, 언제 사람에게 접근해야 먹이를 얻을 수 있는지, 언제 짖어야 위협이 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 공동체와의 공생: 인도인들은 의외로 동물에게 관대합니다. 이 개들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먹고 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모아 둔 잔반을 먹거나, 목마를까 봐 놓아둔 물을 마시며 살아갑니다. 이렇듯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개들은 최소한의 '관대함'을 바탕으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 단축된 수명: 하지만 늘 배고픈 상태이고, 영양실조와 피부병으로 인해 대부분 5~6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이 짧은 수명과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이들의 개체 수를 자연스럽게 조절하고 있는 셈입니다.

많은 개들이 이렇게 영양실조에 걸려있지요 
사람들이 저렇게 신문지에 음식을 주기도 합니다.
2. 인도의 어두운 현실: 교통사고와 질병
2002년 일기에 적었듯, 이들의 삶은 비극과 맞닿아 있습니다.
- 교통사고 희생자: 소에 비해 작아서 운전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개들은, 인도의 혼잡하고 무질서한 교통 문화 속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릅니다. 제가 운전하는 동안에도 다리를 절뚝이거나 다리 하나가 없는 개들을 수도 없이 보게 되고, 어제 멀쩡했던 개가 오늘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면 무덤덤해졌던 마음도 다시 아파옵니다.
- 공중 보건의 위협: 광견병 (Rabies): 인도 언론과 공중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전 세계 광견병 사망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길거리 개들입니다.
- 위험성: 이들은 예방 접종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만에 하나 물리면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즉시 광견병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2002년의 제가 느꼈던 그 경계심이 단순한 걱정이 아니었음을 통계가 증명합니다.
3. 미디어와 법률의 딜레마
인도의 미디어는 이 문제를 **'두 얼굴'**로 다룹니다.
- 동물 복지 vs 공중 보건: 한쪽에서는 동물 보호 단체(PETA India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개들을 인도적으로 대해야 하고 살처분(Culling)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인도 법은 길거리 개의 살처분을 금지하고, 대신 'ABC(Animal Birth Control, 동물 불임화) 및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 주민들의 분노: 다른 한쪽에서는 개들의 공격성, 위생 문제, 그리고 광견병 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의 분노와 두려움을 보도하며 지방 정부의 무능을 비판합니다.
이러한 법적, 사회적 갈등 때문에 지방 정부는 섣불리 개체수를 조절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20년이 지나도록 길거리 개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17년 거주자의 생존 팁:
- 불필요한 접촉 금지: 일기에 적었듯이, 대부분의 개는 순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만지거나 불필요하게 화를 돋우지 마세요.
- 야간 경계: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개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공격 성향을 띠기도 합니다. 이때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쳐서 위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사고 대비: 혹시라도 물리거나 긁혔다면, 지체 없이 큰 병원의 응급실로 가서 광견병 백신 접종 여부를 상담해야 합니다.
길거리 개들은 인도라는 나라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일상을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증거입니다. 그들의 처절한 생존 방식과 동시에 인간 사회와의 기묘한 공생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인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시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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