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3일, 수요일, 델리, 흐림

84.1 인력거에 대하여 어떻게 볼 것인가?
인도의 운송수단으로써 인력거라는 것이 있다.
옛날 영화를 보면 일제시대쯤에 혹은 일본영화에 자주 나오는데, 바퀴가 2개 달린 의자에 앞에 사람이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서 달리는 장면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인력거다.
그 인력거가 아직 인도에는 남아있다.
인도 헌법 제12조에서 35조에 걸쳐서, 인도의 모든 국민은 성, 종교, 카스트, 지역, 민족등을 초월하여 동등한 모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에 따라서,
인도 정부도 인력거에 대하여 인간존엄성차원에서 없애기로 했으나, 일부 주에서는 아직도 운행되고있는 실정이다. 특히 켈커타 지역에 아직도 많다고 한다. 물론 수도인 델리에서는 인력거는 불법이다. 심지어 싸이클릭샤 조차도 뉴델리 주요지역에는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싸이클 릭샤 역시 몸으로 땜빵하는 무진장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력거를 오늘 올드델리에서 처음 봤다.
올드델리는 상당히 지저분하고 사람도 많고, 치안상태도 별로 좋지 않은 동네인데, 오늘 거기에 중고책을 좀 보러 갔다가 사람을 태우고 그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 떨어진 쓰레빠 신고 달려가는 인력거를 본 것이다.
인력거에 대하여 현지인이나, 여행자들의 보는 시각이 다르다.
어떤이들은 “같은 사람으로써 탈수가 없다” 라고 하는 의견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진정 그들을 도와주는 것은 타는 것이다”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것이 맞는 것일까?
부제: 2002년 올드델리에서 2025년 콜카타까지, 끝나지 않은 질문
2002년 4월 3일, 델리의 흐린 날씨만큼이나 제 마음을 무겁게 했던 장면이 낡은 일기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헌책방을 찾아갔던 올드델리의 골목에서, 저는 처음으로 '인력거'를 보았습니다.
"사람을 태우고 그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 떨어진 쓰레빠 신고 달려가는 인력거를 본 것이다... 어떤이들은 '같은 사람으로써 탈수가 없다' 라고 하는 의견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진정 그들을 도와주는 것은 타는 것이다'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것이 맞는 것일까?"
당시 젊은 이방인이었던 저는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짐승도 아닌 같은 인간이, 낡은 슬리퍼 한 짝에 의지해 타인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질문은 여전히 인도의 길 위에서 저를 멈춰 서게 만듭니다.

1. 사라지는,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인력거의 현황
인력거(Hand-pulled Rickshaw)는 식민지 시대의 잔재이자 비인도적인 노동이라는 이유로 인도 정부에 의해 꾸준히 금지되어 왔습니다.
- 금지와 현실의 괴리: 델리와 같은 수도권에서는 인력거는 물론, 자전거 릭샤(Cycle Rickshaw)조차 주요 도로 진입이 통제되는 등 엄격히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콜카타(Kolkata)'는 다릅니다. 이곳은 인도에서 유일하게, 아니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여전히 인력거가 합법적으로(혹은 암묵적으로) 운행되는 도시입니다.
- 왜 콜카타인가?: 좁고 미로 같은 골목길, 그리고 몬순 때마다 침수되는 도로 사정 때문에 자동차나 오토 릭샤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을 인력거만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약 6,000여 대의 인력거가 여전히 콜카타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습니다.
2. "타는 것이 돕는 것이다" vs "비인간적인 착취다"
제가 가족들과 콜카타를 여행했을 때, 결국 우리는 인력거를 탔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 뒤에는 17년 동안 고민해 온 저만의 아픈 결론이 있었습니다.
많은 인권 단체와 정치인들은 "인간이 인간을 짐승처럼 끄는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극히 타당한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인력거꾼들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이것을 금지하면 우리는 굶어 죽는다"**는 것입니다.
- 생존의 문제: 그들은 대부분 노인이나 허약한 빈민층입니다. 정부는 금지만 외칠 뿐, 그들에게 다른 직업 훈련을 시키거나 생계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인력거는 존엄성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저녁 가족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수단'입니다.
- 직업 선택의 자유: 이것은 길거리 신호등마다 서 있는 거지들도 비슷한 맥락의 문제입니다. 그들에게 적선을 할지 안할지 과연 그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참 알수가 없습니다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구걸하는 것 역시 그들에게는 목숨을 건 노동입니다. 노동의 댓가가 적선을 받는 것이지요. 우리가 적선을 거부한다고 해서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딜레마. 인력거를 타지 않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일까요?
3. 인도 사회의 시선: 동정과 비판 사이
인도 내부에서도 이 논쟁은 치열합니다.
- 정치권과 미디어: 주로 '근대화'와 '국가 이미지'를 위해 인력거를 철폐하려는 입장이 강합니다. 특히 서방 언론에 비치는 '가난한 인도'의 상징을 지우고 싶어 합니다. 2006년 서벵골 주 정부가 인력거 전면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야만적인 관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 시민 사회와 노조: 하지만 인력거 노조와 시민 단체들은 "대안 없는 금지는 빈민 말살 정책"이라며 강력히 저항했고, 결국 법안의 시행은 유보되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여전히 좁은 골목길이나 비 오는 날, 인력거를 가장 믿음직한 교통수단으로 여깁니다.
2002년의 저는 슬리퍼를 신은 인력거꾼을 보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2025년의 저는 여전히 그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이제는 그들의 땀방울이 가진 치열한 생존의 무게를 이해합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사회 계급이 생긴 이래,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해 힘든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력거는 그 구조가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다음에 인도를 여행하시다 인력거를 마주친다면, 혹은 신호 대기 중 창문을 두드리는 걸인을 만난다면, 너무 쉽게 외면하거나 비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10루피, 20루피는 단순한 적선이 아니라, 그 치열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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