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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86. 인도 음력!! 두 개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 서양의 직선, 인도의 순환

by 인도 전문가 2025. 11. 25.

2002년 4월5일, 금요일, 델리, 가끔 구름

인도 달력이에요.
인도 달력이에요.

86.1 오늘 식목일 이구나!

오늘 한국의 식목일임을 일기 쓰면서 알았다. 그것도 한국에서 가져온 다이어리 보고서 알았다.

오늘 금요일이니깐, 한국에는 황금연휴를 한참 즐기고 있겠구나.

어느새 부터인가 한국날짜 개념이 거의 없어졌다. 이제 인도 날짜 개념으로 살고 있다.

참고로 인도에는 식목일 같은 것이 없다. 인도인들은 별로 자연보호에 관심이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인도 헌법의 61A항에 보면 국민의 의무로써 분명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참고로 난 최근 인도헌법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라기 보다는 주요 항목들에 대해 읽어보는 수준이다. 그래도 꽤 많다.

 

86.2 인도의 달력

우리나라에 양력과 음력이 있는 것처럼 인도에도 서양력과 인도전통력이 있다.

서양력은 일반 세계공통 달력하고 똑같고, 인도 전통력은 413일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서양력은 1월1일이 시작이고, 서양력의 4월13일 인도력의 1월1일이다. 일단 시작이 다르고, 음력과 비슷하게 월 주기를 따르면서 또 우리나라의 24절기 처럼 태양의 위치를 따르는 것도 있고, 좀 복잡한 듯 하다. 

 

인도는 강력한 농업국가였고(사실 지금도 인도 농업은 국가의 매우 중요한 기간산업이다.) 인도력은 아무래도 인도의 기후에 따라서 농사를 짖기 쉽도록 기준을 제공해주는것 같다. 

 

여름이 너무 덥다 보니깐, 학교도 인도력의 시작일 즈음에 대부분 방학을 시작한다. 그리고 1~2달 뒤에 새로운 학년으로 시작한다. 그 밖에 기관들도 한해의 시작과 끝을 인도력으로 맞추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맞추면 자연스럽게 한여름은 방학이 되어버린다.

참고로, 서양력을 인도말로 ~스비~  이라고 하고,

인도력을 인도말로 비크러미~ 산바뜨 라고 한다.


오늘도 23년 전, 델리에서 썼던 다이어리를 펼쳐봅니다. 4월 5일, 한국은 식목일이라 묘목을 심느라 분주했을 그날, 'LG전자 지역전문가'로 파견 나와 있던 청년 신성기는 인도에는 왜 식목일이 없는지, 그리고 이들의 시간은 도대체 어떻게 흐르는지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2002년 4월 5일의 일기>

86.1 오늘 식목일 이구나! 오늘이 한국의 식목일임을 일기 쓰면서 알았다. 그것도 한국에서 가져온 다이어리 보고서 알았다. 오늘 금요일이니깐, 한국에는 황금연휴를 한참 즐기고 있겠구나. 어느새 부터인가 한국날짜 개념이 거의 없어졌다. 이제 인도 날짜 개념으로 살고 있다.

참고로 인도에는 식목일 같은 것이 없다. 인도인들은 별로 자연보호에 관심이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인도 헌법의 61조 A항에 보면 국민의 의무로써 분명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중략)

86.2 인도의 달력 우리나라에 양력과 음력이 있는 것처럼 인도에도 서양력과 인도전통력이 있다. 서양력은 일반 세계공통 달력하고 똑같고, 인도 전통력은 4월13일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서양력은 1월1일이 시작이고, 서양력의 4월13일 인도력의 1월1일이다. 일단 시작이 다르고, 음력과 비슷하게 월 주기를 따르면서 또 우리나라의 24절기 처럼 태양의 위치를 따르는 것도 있고, 좀 복잡한 듯 하다.

1. "이~스비~ 산"과 "비크러미~ 산바뜨"

일기 속의 저는 "인도 날짜 개념으로 산다"고 적었지만, 사실 그때는 막연한 감이었던 것 같아요. 20년 넘게 인도를 겪어보니 비로소 알겠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정말로 두 개의 시계를 차고 산다는 것을요.

인도에는 우리가 쓰는 서양력인 **'이~스비~ 산(Isvi San)'**과, 기원전부터 내려온 전통력인 **'비크러미~ 산바뜨(Vikrami Samvat)'**가 공존합니다.

이 비크러미 산바뜨(인도력)은 태음태양력(Lunisolar Calender)이라고 하는 복잡하고 졍교한 역법체계입니다.

인도의 태음태양력은 단순히 날짜를 세는 도구가 아닙니다. 이는 해와 달의 숨박꼭질을 기록한 천문학 보고서입니다. 인도력은 달이 차고 기움을 따르는 음력을 기본으로 하되,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태양의 위치를 반영한 태음태양력인 것입니다.

 

지금도 'Times of India' 같은 영자 신문의 날짜 란을 자세히 보시면, 서양력 날짜 옆에 'Saka 1946' 혹은 'Vikram Samvat 2081' 같은 생소한 연도가 적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1957년 인도 정부가 국가 표준으로 제정한 '사카 달력(Saka Samvat)'과 민간에서 널리 쓰이는 '비크러미 달력'이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증거죠.

2. 농사가 결정한 새해: 왜 4월일까?

일기에 적힌 대로 인도의 전통 새해는 1월 1일이 아닙니다. 태양이 양자리(Mesha)에 들어서는 **4월 중순(보통 13~14일)**이 되어야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도가 거대한 농업 국가였기 때문입니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시기를 알기 위해서는 달의 모양(날짜)보다 태양의 위치(계절)가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인도력은 달을 따르는 '태음력'을 기본으로 하되, 태양의 주기를 합쳐 계절의 오차를 보정하는 정교한 '태음태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4월 중순의 '바이사키(Vaisakhi)' 축제가 바로 추수를 시작하며 풍요를 기원하는 진짜 새해입니다. 인도 학교들이 4월 즈음 새 학년을 시작하고, 정부 회계연도가 4월 1일에 시작하는 것도 영국의 제도와 인도의 농경 시계가 절묘하게 타협한 결과랍니다.

3. 부처님 오신 날이 한국보다 '일주일' 늦은 이유

살다 보면 참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국과 인도가 똑같이 음력 기반의 불교 명절을 쇠는데, 석가탄신일(Buddha Jayanti) 날짜가 다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국의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나고 정확히 일주일 뒤에야 인도에서는 석가탄신일 행사가 열립니다. 왜 그럴까요?

  • 한국/중국: 달이 차오르기 시작해서 **8일째 되는 날(초파일)**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 인도: 달이 가장 꽉 찬 **보름달(Purnima)**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반달에서 보름달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 '일주일'의 시차가 바로 두 문화권이 달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인 셈이죠.

4. 태양과 달의 춤: 복잡하지만 정교한 시스템

그래서 인도 주재원 생활을 하려면, 연초에 달력을 꼼꼼히 공부해야 합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 헷갈리기 쉽거든요.

  • 디왈리(Diwali), 홀리(Holi): 철저하게 **달의 주기(음력)**를 따릅니다. 그래서 매년 양력 날짜가 크게 바뀝니다.
  • 마카르 산크란티(Makar Sankranti): 드물게 태양의 주기를 따르는 명절입니다. 태양이 염소자리(Makar)에 들어가는 날을 기념하므로 매년 양력 1월 14일 혹은 15일로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농사(태양)와 직결된 날이기 때문이죠.
  • 이드(Eid): 무슬림 명절은 윤달 보정이 없는 순수 태음력을 따르기 때문에, 매년 양력 기준으로 약 11일씩 계속 앞당겨지며 계절을 순환합니다.

우리나라도 매년 초 올해 달력을 보며 올해 설날은 언제지? 추석 연휴는 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하듯이, 인도에서도 매년 초 올해의 디왈리는 언제야? 올해의 홀리는 언제냐? 연휴가 몇일이 되는거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인도 달력은 숫자를 세로로 쓰기도 합니다.
인도 달력은 숫자를 세로로 쓰기도 합니다.

5. 두 개의 시간을 사는 지혜

오늘날 인도 사회에서 양력은 **'돈을 버는 시간(Money Time)'**이고, 인도력은 **'신을 만나고 가족을 만나는 시간(God's Time)'**입니다.

결혼식이 평일 새벽 2시에 열려서 거기 참가하고 다음 날 출근이 곤란했던 경험, 인도 주재원이라면 한 번쯤 있으시죠? 그것은 그들이 '출근'이라는 양력의 기준이 아니라, 별들이 점지해 준 가장 완벽한 '길일(Muhurat)'이라는 인도력의 시간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23년 전, 식목일이 없다며 투덜대던 젊은 지역전문가 신성기는 몰랐을 겁니다. 이들은 날짜를 박제해서 나무를 심는 대신, 해와 달의 흐름에 온몸을 맡긴 채 거대한 자연의 주기 속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인도에서의 삶, 저희는 매일 이 서양의 직선 시간과 인도의 순환 시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사는, 시간 여행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