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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149. [인도 뭄바이 Part 1] 계획대로 안 돼서 만난 '인도의 자존심', 타지마할 호텔 (Taj Mahal Palace)과 2008년의 기억

by 인도 전문가 2026. 1. 12.

2002년 6월7일, 금요일, 뭄바이, 흐림

 

149.1 오늘 락샤드윕을 떠나 뭄바이로 돌아왔다.

오늘 뭄바이로 돌아왔다.

그동안 이곳저곳 등을 여행하면서 지역특색을 익히면서 여행을 즐긴 편이었다면 이제는 이곳 뭄바이에 좀 오래 머물면서, 인도의 최대의 상업도시인 만큼, 이곳을 좀 더 깊이 관찰하고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락샤드윕에서 호텔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호텔을 예약했었는데, 예약이 안되어 있었다. 몇군데 짐가방 들고 돌아댕기다가, 힘들어서 엣다 모르겠다 하고 그 유명한 뭄바이의 타즈마할 호텔에 하루 자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타즈마할 호텔에 머무르고 있으나, 내일이나 모래 쯤에 다른 숙박장소를 찾아서 저렴한 방으로 이사를 갈 것이다.

여기는 너무 비싸다. 밥값도 무진장 비싸다. 오늘 저녁 먹은 식사값만 1,300루피이다. 뭄바이는 전체적으로 비싼 동네이다. 돈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도시임이 분명하다.


2002년의 '객기'로 시작해 2007년의 비즈니스, 그리고 2008년의 위험했던 역사까지. 저의 인생과 함께한 뭄바이의 상징, 타지마할 호텔 이야기를 담아 <뭄바이 탐방기 제1탄: 인도의 자존심, 타지마할 팰리스> 포스팅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타즈마할 호텔입니다. 왼쪽이 팰리스, 오른쪽이 타워 입니다.
타즈마할 호텔입니다. 왼쪽이 팰리스, 오른쪽이 타워 입니다.


[인도 뭄바이] 계획대로 안 돼서 만난 '인도의 자존심', 타지마할 호텔 (Taj Mahal Palace)과 2008년의 기억

2002년 6월 7일, 뭄바이. 흐림.

낙원 같던 락샤드윕을 떠나 다시 '현실 인도'의 심장, 뭄바이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거립니다. 락샤드윕 호텔 매니저가 해준다던 예약이 안 되어 있네요. 짐 가방을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며 몇 군데를 돌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 비싼 '타지마할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2002년 6월 7일의 일기>

짐 가방 들고 돌아댕기다가, 힘들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 유명한 타지마할 호텔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밥값도 무진장 비싸다. 오늘 저녁 식사값만 1,300루피이다. 뭄바이는 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도시임이 분명하다.

23년 전, 하룻밤 객기로 묵었던 이 호텔. 사실 저는 그 이후로 이곳에서 투숙해 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비싸니까요! ㅎㅎ) 하지만 이곳은 저에게, 그리고 인도인들에게 단순한 호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소입니다.

오늘은 뭄바이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인도의 자존심이자 아픈 역사의 현장,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개와 인도인은 출입 금지' : 분노가 만든 걸작

타지마할 호텔은 1903년, 인도의 전설적인 기업가 '잠세지 타타(Jamsetji Tata)'에 의해 지어졌습니다. 이 화려한 호텔의 탄생 배경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당시 뭄바이 최고급 호텔이었던 '왓슨스 호텔'에 타타 회장이 들어가려 하자, 영국인 지배인이 그를 막아서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개와 인도인은 들어올 수 없소. (Dogs and Indians not allowed)"

이 모욕적인 말에 격분한 타타 회장은 "인도인도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호텔을 짓겠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타지마할 팰리스입니다.

  • '건축의 반전': 당시 대부분의 영국 건물이 내륙을 바라보고 지어진 것과 달리, 이 호텔은 '현관을 바다(아라비아해) 쪽으로 향하게 설계'했습니다. 이는 배를 타고 뭄바이로 들어오는 전 세계 사람들을 가장 먼저 환영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습니다.

2. 2008년 11월 26일, 그날 밤의 기억 (생사를 가른 보고서)

저에게 타지마할 호텔은 단순히 비싼 호텔이 아닙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서린 곳입니다.

2008년 11월 26일, 뭄바이 연쇄 테러가 발생했던 바로 그날, 저는 타지마할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경제인 모임'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서 마무리해야 할 급한 보고서가 있어서, 저녁 식사 전 얼굴만 비치고 초저녁에 행사장(호텔)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뉴스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 제가 서 있던 로비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당시 행사에 남아있던 교민들과 주재원분들은 테러범들을 피해 메인 빌딩에서 구관(Old Wing)과 신관(New Tower)을 잇는 통로로 숨어들었고, 서비스 계단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하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습니다.

새벽에 한국 본사에서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신 과장, 괜찮아? 거기 있는 거 아니야?" 만약 그날, 보고서가 없었다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테러의 표적이 될 만큼 이 호텔이 상징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겠지만, 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3. 과거와 현재의 공존: 팰리스(Palace)와 타워(Tower)

이 호텔은 크게 두 건물로 나뉩니다.

  • '팰리스 윙 (Old Wing)': 1903년에 지어진 본관입니다. 고풍스러운 돔과 복도, 박물관 같은 객실이 특징입니다. (가격이 엄청납니다.)
  • '타워 윙 (New Tower)': 수요가 늘어나면서 1973년에 옆에 높게 지어 올린 현대식 건물입니다.

2007년인가? LG전자 본사 사장님이 뭄바이 지사에 방문하셨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사장님을 신관이 아닌 바로 이 '팰리스 윙(본관)'에 모셨습니다. 역시 귀한 손님은 인도의 역사가 고스란히 깃든 본관으로 모시는 것이 최고의 예우였으니까요.

4. 호텔 주변 즐기기: 인도의 대문과 힙한 뒷골목

타지마할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이곳은 뭄바이 여행의 시작점입니다.

  •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Gateway of India)': 호텔 바로 맞은편에 서 있는 거대한 개선문입니다. 1911년 영국 왕 조지 5세의 방문을 기념해 지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1948년 영국군이 철수할 때 이 문을 통과해 인도를 떠났습니다. 식민지의 시작과 끝을 지켜본 문이죠.
  • '콜라바 코즈웨이 (Colaba Causeway)': 호텔 뒷골목으로 나가면 펼쳐지는 쇼핑 거리입니다.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답게 힙한 바(Bar), 카페(그 유명한 레오폴드 카페 등),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를 파는 노점상이 즐비합니다.
  • '엘리판타 섬 (Elephanta Island) 투어': 호텔 앞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약 1시간 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엘리판타 동굴'에 도착합니다.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뭄바이의 스카이라인과 거대한 시바 신 석굴 사원은 놓치면 안 될 볼거리입니다.

 

요렇게 생긴 배를 타고 엘리판타섬으로 갑니다. 선착장이 바로 앞에 있어요.
요렇게 생긴 배를 타고 엘리판타섬으로 갑니다. 선착장이 바로 앞에 있어요.


'마무리하며'

2002년, 배낭여행자 신분으로 하룻밤 호기를 부렸던 1,300루피짜리 저녁 식사. 그리고 2008년, 보고서 덕분에 화를 면했던 그날의 안도감.

어쨌든 타지마할 호텔은 저에게 '인도의 자존심'이자 '살아남은 자의 겸허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