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27일, 목요일, 아우랑가바드, 구름
오늘 아침 8시에 호텔에서 작정을 하고 나와서 강행군으로 많은 곳을 둘러봤다.
169.1 Daulatabad Fort
아침에 일찍 나와서 먼저 기차역을 찾아갔다. 대개 기차역 주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가까운 투어리스트 오피스를 잠시 들렸다가, 한참을 걸었다. 그 다음에 쉐어 짚을 타고 간 곳이 다우라타바드성이다. 이곳은 아우랑가바드에서 엘로라가 가는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어, 흔히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꼭 가볼 곳 중의 하나이다. (힌디어로 빨리 읽으면 돌라타바드로 들린다)
이 성은 5Km길이의 외곽 성곽에 한 가운데 200M높이의 산에 또 다른 작은 성을 지어 놓은 모습이다. 그 2개의 성 사이에는 절벽으로 가로 막혀 있고, 그 사이에는 물이 흐른다.(돌산을 중간을 잘라낸 만들어진 해자다.)

외곽성에서 가운데 성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절벽 중간 부분에 바위를 뚫어서 만들 통로가 있는데, 그곳으로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다. 그 통로는 아주 껌껌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전등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다. 거기에는 박쥐들이 엄청 많이 살고 있는데, 박쥐 똥 냄새 때문에 들어가는 순간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성은 1187년 야다바왕조의 비히람라자가 지어서 그때는 데오기리성이라 불리었으나, 후에 14세기(1326년) 모함메드투크락 황제에 의해서 이름이 현재의 다울라타바드성으로 바뀌었다. 그는 당시 델리를 대신할 새로운 수도로 이곳을 정하고, 델리의 모든 인구 이동계획을 진행시켰다. 하지만 17년 뒤에 그가 죽자 모두 델리로 돌아가는 등, 이곳의 인구는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 성을 돌아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성은 완벽한 요새로써 외곽성에서 중앙성까지 가는 길에도 무수히 많은 문과 방어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성곽은 매우 튼튼하게 지어져 있으며 문에도 코끼리의 공격에 대비하여 쇠침이 박혀 있다. 그리고 진입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소수의 인원으로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특히 외곽성에서 중앙성으로 진입을 위해서는 꼬불꼬불한 굴을 통과해야 하는데, 적이 들어왔을 때 유독성 석탄을 태워서 연기를 흘려보내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적재적소에 6m 캐논이 설치되어 있고, 다양한 입구를 만들어서 적으로 하여금 매우 혼돈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
정말로 보면 볼수록 완벽한 성이다. 우리나라 수원성이 그렇게 방어시설이 뛰어나다고 자랑하지만, 여기에 비하면 견줄바가 안된다.
가운데 뜰이 있는데, 그 옆에 물을 저장하는 엄청나게 큰 인공 탱크가 있으며, 뜰 뒤쪽에는 1435년에 지어진 60m높이의 승전탑이 있다. 이름하여 찬드미나르.
하지만 이 완벽한 성의 함락된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나도 허무하다.
정말로 너무나도 간단하게 문의 경비원들과 군사들에게 뇌물을 주고 간단하게 함락을 시켰다고 하니, 얼마나 어이가 없는가?
169.2 엘로라 석굴
인류의 위대한 유산 중의 하나의 엘로라 석굴과 아잔타 석굴.
그 중에 엘로라 석굴을 오늘 방문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약 26km정도 떨어져 있으며 데칸고원의 바위를 정과 끌, 망치로만 파서 만든 석굴이다.
이 엘로라 석굴과 아잔타 석굴의 다른 점. 아잔타 석굴을 모두 불교문화시절에 만들어져서 모두 부처와 그와 관련된 석굴만이 있는 반면, 엘로라 석굴은 불교, 힌두교, 자인교 석굴이 모두 사이좋게 같이 있다는 점이다.
1번~12번 석굴은 불교석굴, 13번~29번 석굴은 힌두석굴, 30번~34번까지가 자이나석굴이다.
일단 방문해 보면 알겠지만 그 규모가 엄청나다. 데칸고원의 바위산을 오직 수작업으로 깍아서 구멍을 파고 만든 것이라고는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이 모든 34개의 석굴을 완성하는데 무려 400년이 걸렸다고 한다. 특히 가장 크고 아름다운 16굴의 경우에는 그 것 하나에만 무려 7000명의 인부들이 150년에 걸쳐서 만들었다고 한다.
각 석굴마다 특징이 있다.
불교석굴에는 대개 가운데 커다란 부처님의 조각이 자리잡고 있고, 양쪽으로 수호신 마냥 다른 보살들이 있다. 그리고 조그마한 사각형으로 된 돌방들로 많이 있어 스님들이 수도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중간에 엄청나게 큰 법회 동굴도 있다.
힌두석굴은 여느 힌두 사원마냥 시바신이 가운데 있으며, 여기저기에 새겨진 조각들은 힌두교의 대서사시, 마나데비의 내용들을 나타내고 있다. 코끼리, 원숭이, 라마 등 각종 신들의 조각들이 구석구석 새겨져 있다.
169.3 Panchakki
판차키, 인도말로 물레방아(?)란다. 이것은 17세기에 지어진 것인데, 도시의 북쪽으로 6km떨어진 곳부터 지하수로를 만들어 물을 데고 있는 곳이다. 놀라운 것은 수위의 고저를 이용하여 365일 물레방아를 돌리고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잘 돌아가고 있는데, 그 당시의 기술력을 가늠해 보았을 때 정말 놀라운 기술력임을 알 수 있다.

그 바로 옆에 엄청나게 큰 나무가 한그루 있다.
169.4 아우랑가바드 석굴
오전에 엘로라 석굴을 갔다 와서 그런지, 웬지 초라한 석굴이다.
10개의 석굴이 있는데, 5개는 서쪽에, 5개는 동쪽에 있어서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각 그룹 사이를 이동하려면 걸어서는 멀고 뭔가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엘로라에 비하면 별로 볼 것 없는 석굴이지만 입장료는 비싸게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자들이 별로 없다.
AD 6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모두 미완성된 상태라고 한다. 5굴과 9굴, 10굴은 중간정도 파다가 만 상태이다. 잘 보면 깨다 만 돌도 있고, 정과 끌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169.5 비비카 막바라
가난한 사람의 타즈마할이라고 불려지는 데칸고원에서는 그래도 뛰어난 건물중의 하나라고 한다. 생긴 것은 꼭 타즈마할처럼 생겼다. 건물의 전체적인 모양이나, 세부 조각, 그리고 정원… 모든 것들이 타즈마할의 복사판이다.

다만 규모가 작고, 대리석이 일부만 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타즈마할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미니 타즈마할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그 정원을 걷노라면 나름대로의 평화로움과 아기자기한 즐거움들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참, 이것도 아우랑제브 황제가 그의 왕비인 라비아두라니을 위해서 1657년부터 1661년에 걸쳐서 지은 무덤이다.
169.6 리랄라 바자르
아우랑가바드의 압구정동인듯 하다.
여기에 오면 아우랑가바드의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현대식 건물에 현대식 식당, 가전대리점, 화려한 조명들, 우리나라 여관 같은 신식호텔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뒤쪽으로 더 나아가면 전통시장이 있다.
휴대폰을 파는 곳도 약 7개 정도가 한집건너 모여 있다.
젊은이들도 많아서 길거리가 활기에 차 있다. 가끔 외국 배낭여행자들도 보인다.
근처에 럭셔리버스스텐드도 있어서 이방인들에게도 접근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한번쯤 구경하고 올만한 편이다.
와우~ 하루 만에 이 모든 곳을 다 둘러보다니, 저의 2002년의 체력이 정말 대단했었네요. (지금은 절대 못합니다) 아우랑가바드의 핵심 명소들을 하루만데 완벽하게 다 돌고 이렇게 일기에 총정리해 놓은 당시의 강행군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위 리스트는 진짜 아우랑가바드의 To Visit 리스트로 쓰면 될것 같고, 오늘은 특별하게, 인류의 걸작 '엘로라 석굴(Ellora Caves)'에 대한 심층 가이드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특히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들을 위한 핵심 포인트와 꼭 필요한 가이드 투어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인도 아우랑가바드] 하루 만에 정복한 유네스코 유산의 도시, 그 하이라이트: 엘로라 석굴 심층 가이드
'2002년 6월 27일, 목요일, 아우랑가바드, 구름.'
아침 8시부터 시작된 강행군. 다울라타바드 성의 웅장함에 압도되고, 미니 타지마할의 아기자기함에 반했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인류 역사의 기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엘로라 석굴'이었습니다.
<2002년 6월27일의 일기>
데칸 고원의 바위산을 오직 수작업으로 깎아서 구멍을 파고 만든 것이라고는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이 모든 34개의 석굴을 완성하는데 무려 400년이 걸렸다고 한다.
거대한 돌산을 통째로 조각해 만든 이 경이로운 사원 앞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감동을 되살려 엘로라 석굴의 모든 것을 상세히 파헤쳐 봅니다.
1. 종교 간 화합의 상징: 세 가지 종교가 공존하는 성지
엘로라 석굴의 가장 큰 특징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라는 인도 3대 종교의 사원이 한 장소에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아잔타 석굴이 불교 일색인 것과 대조적이죠.
총 34개의 석굴은 시대순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2km에 걸쳐 뻗어 있습니다.
- 불교 석굴 (제1~12굴): 5~7세기에 가장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주로 승려들의 수행 공간(비하라)과 예배 공간(차이티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힌두교 석굴 (제13~29굴): 7~9세기에 만들어졌으며, 엘로라의 하이라이트인 카일라사 사원(제16굴)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힌두 신화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 자이나교 석굴 (제30~34굴): 9~11세기에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이 특징입니다.
2. 놓치면 후회할 핵심 석굴 BEST 5 (시간 없는 여행자 필독!)
34개를 다 보면 좋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 다섯 곳만은 반드시 봐야 합니다.
- [No.1] 제16굴: 카일라사 사원 (Kailasa Temple) - 인류 최대의 단일 암석 사원

카일라사 사원 (Kailasa Temple)
- 특징: 엘로라의 심장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8세기 라슈트라쿠타 왕조의 크리슈나 1세가 시바 신의 거처인 히말라야 카일라사 산을 지상에 재현하고자 만들었습니다.
- 경이로움: 거대한 화강암 돌산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파내려 가며 조각했습니다. 파낸 돌의 양만 20만 톤 이상, 무려 100년에 걸쳐 완성된 건축학적 기적입니다.
- 관전 포인트: 사원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코끼리 조각들, 벽면을 가득 채운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대서사시 부조, 30m 높이의 거대한 돌기둥 등 눈길 닿는 모든 곳이 예술입니다.
- [No.2] 제10굴: 비슈바카르마 굴 (Vishvakarma Cave) - 목조 건축을 돌로 재현하다

비슈바카르마 굴 (Vishvakarma Cave) - 특징: 불교 석굴 중 가장 아름다운 예배당(차이티야)입니다. '목수들의 굴'이라는 별명처럼, 천장의 둥근 아치와 서까래를 목조 건물처럼 정교하게 돌로 조각했습니다.
- 관전 포인트: 웅장한 설법인(說法印) 자세의 거대한 불상과 빛이 들어오는 창의 신비로운 분위기.
- [No.3] 제12굴: 틴 탈 (Tin Tal) - 거대한 3층 수도원

틴 탈 (Tin Tal) - 거대한 3층 수도원 - 특징: 3층 구조의 거대한 불교 수도원으로, 승려들이 생활하고 수행하던 공간입니다.
- 관전 포인트: 넓은 홀과 수많은 감실, 그리고 꼭대기 층의 부처상. 당시 불교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No.4] 제21굴: 라메슈와라 굴 (Rameshvara Cave) - 힌두 조각의 정수

라메슈와라 굴 (Rameshvara Cave) - 힌두 조각의 정수 - 특징: 가장 먼저 만들어진 힌두 석굴 중 하나로, 입구의 여신상과 기둥 조각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 관전 포인트: 시바 신과 파르바티 여신의 결혼 장면 등 생동감 넘치는 신화 조각들.
- [No.5] 제32굴: 인드라 사바 (Indra Sabha) - 섬세함의 극치, 자이나교 굴

인드라 사바 (Indra Sabha) - 섬세함의 극치, 자이나교 굴 - 특징: 자이나교 석굴 중 가장 크고 화려합니다.
- 관전 포인트: 천장의 정교한 연꽃 조각, 기둥의 섬세한 문양, 그리고 알몸의 티르탕카라(자이나교 성인) 상.
3. 엘로라 관광 꿀팁: 가이드, 선택이 아닌 필수!
- 가이드 투어 강력 추천: 엘로라는 아는 만큼 보입니다. 수많은 조각에 담긴 종교적 의미, 신화 속 이야기, 건축 기법 등을 모르고 보면 그저 거대한 돌덩이일 뿐입니다. 입구에서 공인 가이드를 고용하면 훨씬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2025년 기준 반일 투어 약 1,500~2,000루피 예상)
- 편한 신발과 물: 넓은 구역을 많이 걸어야 하므로 운동화는 필수입니다. 그늘이 적어 한낮에는 매우 더우니 물과 모자를 꼭 챙기세요.
- 방문 순서: 가장 중요한 제16굴 카일라사 사원부터 본 후, 불교 구역(남쪽)으로 이동했다가 셔틀버스를 타고 자이나교 구역(북쪽)으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 휴무일: 매주 화요일은 휴무이니 일정에 참고하세요.
마무리하며
하루 만에 다우라타바드 성의 철옹성 같은 위용, 미니 타지마할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엘로라 석굴의 신적인 웅장함까지 모두 경험한 2002년의 그날.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엘로라 석굴 앞에서, 저는 인류의 위대함과 동시에 그 속에 스며든 수많은 장인의 피땀 어린 노력을 느꼈습니다. 아우랑가바드에 오신다면, 이 경이로운 돌들의 대서사시를 절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