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19일, 금요일, 첸나이, 구름
191.1 첸나이의 가장 부촌인 보트클럽지역, 베산트나가르 방문
인도의 대도시에는 항상 부촌이 몇 군데 몰려있다.
첸나이도 마찬가지로 2~3개의 부촌이 있는데, 오늘 그 중에서 2곳에 가본 것이다.
한 곳은 보트클럽 지역인데, 이곳은 옛날 식민지 시절에 영국인들이 살던 곳으로써 구밤 강과 아드야 강 사이를 수로를 내어 영국인들이 그곳에서 보트를 즐기던 곳 주위에 형성되어 있는 마을이다.
마이라폴, 스리람콜로니, 아쉬라마푸르 등이 이곳에 있는 마을이름이다.
건물들은 조그만 정원밖에 없어서 그다지 커보이지는 않으나, 건물내 실평수는 아주 넓어 보인다. 그리고 관리를 잘 하고 있는 듯 보이며, 마을 전체가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고급차들만 몇 대 지나다니는 형편이다. 인근에 마켓이 있는데, 이곳의 마켓도 부자들을 겨냥해서인지 깨끗한 현대식 슈퍼와 고급스러운 식당, 고급스러운 이발소 등이 있다.
마침 머리가 지저분해서 거기 이발소에서 머리도 깎았다. 80루피 주고 깎았는데, 제법 깨끗하게 잘 깎았다. 전번에 망친 머리를 그래도 잘 정리해서 깎아 주었다.
머리를 깎고 나서, 다음 부촌인 베산트나가르로 갔다.
베산트나가르는 아드야강 아래쪽에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인들도 이곳에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오늘 만나지는 못했다.
이곳의 집들은 보트클럽지역과는 조금 다른데, 대부분 아주 넓은 정원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별장처럼 보이는 집들이 많다.
이곳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칼라카세트라콜로니가 나오는데, 이곳도 역시 부촌이다. 특히 여기에는 인도 전통무용 학교가 있어서 인도인은 물론 인도 전통무용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또 여기서 조금만 서쪽으로 가면 MGR 필름시티가 있다. 여기는 뭄바이의 필름시티처럼 영화를 제작하는 곳인데, 여기서도 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인도의 가장 대표적인 영화제작 도시로 뭄바이의 필름시티로 들 수 있지만 최근 첸나이의 MGR필름시티가 그 위상을 위협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또 MGR필름시티 바로 옆에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IIT) 캠퍼스가 있어 한국인 IT 유학생들이 여기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 첸나이] 20년 전 80루피 이발을 하던 청년, 첸나이의 진짜 부촌을 말하다
'2002년 7월 19일, 금요일, 첸나이, 구름.'
가끔 파키스탄이나 인도에 큰 사건 사고 뉴스가 날 때면, 한국의 지인들이 깜짝 놀라 안부 전화를 걸어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응~ 여기는 안전해, 걱정 마."
지역전문가 1년, 뭄바이 주재원 5년, 델리 법인장 11년까지 도합 17년을 넘게 인도에 살며 반쯤 인도인이 다 된 아저씨의 짬바이브레이션이랄까요. 인도의 어떤 대도시를 가더라도 철저하게 관리되는 안전한 부촌과 외국인 거주 구역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제 20년 전 2002년 일기장을 들춰보면, 첸나이 지리를 익히겠다며 무작정 최고급 부촌인 보트클럽 (Boat Club)과 베산트 나가르 (Besant Nagar)를 걸어 다녔던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일기에는 "부촌 상가에서 80루피를 주고 망쳤던 머리를 제법 깨끗하게 깎았다", "한국인이 많이 산다는데 길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만나지 못했다"라고 적어 놓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참 풋풋해서 웃음이 납니다.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우연히 마주치기를 기대했던 20년 전의 그 청년은 이제 은퇴를 했고, 첸나이는 거대한 글로벌 산업 도시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옛 일기장의 추억을 더듬어, 현재 기준 첸나이의 진짜 부촌과 한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의 생생한 생활 인프라를 전직 법인장의 시선으로 풀어보겠습니다.
1. 첸나이의 '넘사벽' 진짜 부촌: 보트클럽과 포에스 가든
2002년에 제가 80루피짜리 이발을 했던 보트클럽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첸나이, 아니 남인도 전체를 통틀어 최고급 부촌의 상징입니다. 과거 영국인들이 수로를 파고 보트를 즐기던 이 지역은, 영국인들이 떠난후 현재 인도의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과 정관계 고위층들 그리고 연애인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담장이 너무 높아 안이 보이지도 않는 으리으리한 저택들이 즐비하고, 길거리에는 사람 대신 고급 세단들만 조용히 미끄러져 다닙니다.
보트클럽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또 다른 최고급 부촌으로는 포에스 가든 (Poes Garden)이 있습니다. 유명 정치인들과 발리우드(콜리우드) 톱스타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하죠. 이런 지역들은 부동산에 돈을 싸 들고 가도 매물이 없어서 못 산다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여기는 결국은 월급쟁이인 한국인 주재원들도 들어가기 좀 그렇습니다. (갈 수도 없겠지만, 들어가도 불편할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P5zuT9q92Q
2. 현재 첸나이 한인들의 보금자리: 아디야르 & 베산트 나가르 (집값은 얼마?)
그렇다면 우리 한국 주재원들과 가족들은 주로 어디에 모여 살까요? 2002년 일기장에 '외국인들이 많이 산다더라'라고 적었던 베산트 나가르와 그 위쪽의 아디야르 (Adyar) 지역이 현재 첸나이 한인 사회의 핵심 거주지 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바닷가와 인접해 있어 환경이 쾌적하고, 마치 고급 별장 단지처럼 넓은 정원을 가진 깨끗한 주택과 고급 아파트들이 많습니다. 주거 환경이 훌륭한 만큼 렌트비도 꽤 높은 편인데요. 가족 단위 주재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3BHK (방 3개짜리) 고급 아파트 기준으로, 보통 월 7만 루피에서 15만 루피 (약 110만 원 ~ 250만 원) 선의 임대료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델리나 뭄바이에 비하면 아직 매우 저렴합니다.(이 부분은 상대적인 글이고, 지금의 부동산의 현재가격은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한인 가족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녀 교육 환경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 지역의 중심이 아파트단지가 모여 있는 OMR지역으로 많이 옮겨 갔습니다. 젊은 주재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단지가 있는 곳이죠(히라난다니, 퍼시피카 등).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수영장, 헬스장 그리고 클럽이 잘 되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최상위 경영진이나 바닷가 인근 조용한 독립가구나 고급 빌라를 선호하시는 분은 베산트나가르, 젊은 주재원이나 공단쪽 출퇴근이 용이하지만, 학교 통학이나 시내에 나오려면 교통지옥을 뚫어야 합니다.
3. 가족 단위 주재원을 위한 완벽한 외국인 인프라
첸나이는 수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만큼, 인도 내에서도 손꼽히는 훌륭한 외국인 인프라를 자랑합니다.
- 프리미엄 국제학교: 아디야르 인근에 위치한 미국계 국제학교 AISC (American International School Chennai)는 시설과 커리큘럼 면에서 인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한인 주재원 자녀들의 압도적인 비율이 이곳에 재학 중입니다. 연간 학비가 학년에 따라 80만 루피에서 140만 루피 이상 (약 1,300만 원 ~ 2,300만 원 이상)에 달하는 최고급 프리미엄 학교이지만, 그만큼 훌륭한 교육 환경과 대학 진학률을 제공합니다.
- 골프의 웃픈 현실: 주재원 아빠(그리고 엄마)들의 필수 코스인 골프! 하지만 첸나이 시내 골프 인프라는 전직 법인장의 눈으로 보면 헛웃음이 나오는 현실입니다. 시내에 유일하다시피 한 마드라스 짐카나 골프 클럽은 놀랍게도 경마장 트랙 안에 코스가 들어앉아 있는 '말도 안 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이런 식민지 시절 클럽들은 회원권 대기만 수십 년이고 가입비도 상상을 초월해,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정식으로 가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결국 비싼 비회원 그린피를 매번 내고 경마장 안에서 치거나, 제대로 된 라운딩을 즐기려면 주말 아침부터 차를 타고 시외곽으로 1시간 이상 뼈 빠지게 달려가야 하는 것이 진짜 현실입니다.
- 출퇴근의 현실: 현대자동차 공장 등이 위치한 첸나이 서쪽의 거대한 산업단지 스리페룸부두르 (Sriperumbudur)는 한인 거주지에서 서쪽으로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에 직장이 있는 주재원들은 매일 아침 회사 전용 차량을 타고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남짓한 출퇴근길에 오릅니다. 교통 체증은 인도의 숙명(?)이지만, 퇴근 후 안전하고 쾌적한 부촌의 집으로 돌아오면 금세 피로가 잊히죠.
- 한식당: 다음 글에 상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만, 맛있고 가성비 좋은 한식당 많습니다.
20년 전 지도를 펼쳐 들고 이방인의 눈으로 기웃거렸던 첸나이의 거리는, 이제 수많은 한국 기업인과 그 가족들이 든든하게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집값과 학비, 황당한 골프장 인프라와 매일 겪는 출퇴근의 수고로움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이 다이내믹한 인도 생활의 일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쟁과 폭탄 테러 뉴스로만 인도를 접하는 분들께, 치열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첸나이 한인 사회의 진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인도 > 인도 지역전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94. [인도 첸나이 6] 타지 생활의 베이스캠프: 한인 게스트하우스와 식당 심층 보고서 (1) | 2026.03.08 |
|---|---|
| 192. [인도 첸나이 5] 남인도관문 첸나이 관광가이드 (1) | 2026.03.08 |
| 189-190, 193, 195. [인도 첸나이 3] 휴대폰 블랙마켓의 중심지에서 글로벌 산업의 메카로 (1) | 2026.03.08 |
| 188. [인도 첸나이 2] 남인도의 심장, 마드라스: 드라비다 문화부터 '인도의 디트로이트'가 되기까지 (0) | 2026.03.08 |
| 187. [인도 첸나이 1] 확 바뀐 인도 국내선 항공 200% 활용법 (0) | 2026.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