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21일 월요일, 델리, 맑음
아저씨가 지금도 내방에 있다. 뭐든지 간섭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도인의 전형상이다. 내가 처음에 “가족으로 지내기 위해서 온 것이지, 게스트하우스 마냥 먹고 자러 온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한 게 있기는 하지만 조금 너무하다. 요즘에는 괜한 말을 했나 보다라고 생각이 든다.
앗! 방금 아저씨 나갔다. 자기도 좀 그런가 보다. 내가 돌아 앉아서 말도 안 시키고 혼자서 뭔가 컴퓨터로 일하는 것 같으니깐 계속 앉아 있기가 그랬나 보다.
12.1 첫번째 아침 영어수업(사설학원)
오늘부터 아침 영어수업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6시반에 일어나서 정신없이 씻고, 응가하고 학원으로 갔다. 5분 늦었다. 이럴수가… 첫날 수업을 늦다니, 다행히 선생님은 10분 늦었다. 아무 문제 없었다.
10시까지 약 2시간 15분정도를 수업을 했다. 선생님들은 전부 인도인이라서 아무래도 발음에 조금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문법이나, 어휘력, 그리고 말하는 방법이라고 하나? 그 skill은 이미 정상급인 것 같다. 마구 뭔가 물어보는데, 나의 어휘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학생은 총 3명이다. 나, 인도아줌마, 그리고 마치 한국인처럼 생긴 나가랜드 여자애. 난 처음에 그 나가랜드 여자애가 한국인인줄 알았다. 진짜 한국인처럼 생겼다. 그래서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니깐, 나가랜드에서 왔단다. ??? 나가랜드가 뭐야?
지명 이름이란다. 그래서 너의 국적이 뭐냐? 물었더니, 인도라고 한다.
지도보고 찾아보았다. 나가랜드는 미얀마 위쪽에 있는 나라인데, 중국민족하고 태국민족들이 살고 있는 동네이다.
하여간에 그건 그렇고, 둘 다 영어는 왠만큼 하는 것 같다. 물론 영국문화원에 오는 인도인만큼은 아닌데, 나만큼은 하는 것 같다. 나가랜드 애는 발음이 인도발음이 아니라, 미국식 발음을 한다. 아무래도 나가랜드말이 힌디가 아니라, 중국어와 비슷해서 그런가 보다. 인도 아줌마는 언뜻 보기에는 20대 후반 아가씨로 보였는데, 자기소개 하는데서 애가 둘이고, 큰애가 10살이라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정말 인도인의 나이는 겉으로 봐서 알 수가 없다. 우리 집주인 아들놈도 겉보기에는 25살인데, 실제로 15살이니깐.
학생이 3명이다 보니, 오붓하고 말할 시간도 많고, 좀 못해도 덜 쪽팔리고, 좋은 점이 많다. 물론 영국문화원의 수업은 정말 좋다. 나름대로 서로 부족한 점을 보충할 수 있어서 잘 됐다.
12.2 선생들도 전부 지각을 한 오늘 힌디학교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힌디샨스탄으로 갔다. 탈 때는 사람 무진장 많아서 위험하게 탔으나, 내릴 때는 한산하게 내렸다. 오늘은 중간에 표검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남자, 여자 같이 앉는 장면을 많이 봤다. 어제는 같이 앉는 것을 무진장 피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2번이나 봤다. 비록 둘이 상당히 어색해하고 있다.
오늘 힌디샨스탄의 수업분위기는 안좋았다.
일단 학생들이 절반정도가 10분이상 지각을 했고, 선생님들도 모두 15분 뒤에 수업에 들어왔다. 그리고 오후 수업은 전부 취소됐다. 이유는 모르겠다.
물어봤더니, 원래 월요일은 그렇다고 한다. 원래 월요일이 그런게 있는데다가, 월요일은 100반이 수업이 없는 날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우리학교에는 100, 200, 300, 400, 500 반이 있는데, 각각 월요일~금요일까지 쉬는날이 있다. 즉 월요일은 100반이 쉬는날이다. 그런데, 100반의 학생이 제일 많다. 한국인도 100반에만 4명이 있다. 부부 2쌍. 그래서 월요일 수업분위기가 제일 안좋다고 한다.
12.3 오늘은 하루 종일 배를 안고 굶었다. 그리고 춥다.
또 문제가 있었다. 한국인 부부2쌍이 안오니, 있는 1쌍은 오후 수업이 없을 줄 알고 도시락을 안 싸왔고, 그냥 오전수업 끝나고 가더라. 결국, 나도 점심 걸렀다.
오늘 아침도 바빠서 못 먹었는데, 사실 점심을 무진장 기다렸었다. 이렇게 허탈할 수가…
혼자서 빈 강의실에서 공부하다가 도저히 배가 고파서 힘들었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조금 걸어가니깐, 길거리에서 짜파티를 파는 데가 있었다. 그래서 5루피 주고 짜파티 2장을 먹었다. 그거 먹으니깐 간신히 살 정도는 되었다. 다시 돌아와서 5시30분까지 공부했다. 정말, 힌디는 읽고 쓰기가 어렵다. 점점 복잡해진다. 글자끼리 합쳐져서 새로운 글자가 되기도 하고,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5시가 지나니깐 추워서 공부하기가 어렵다. 내일은 좀 더 옷을 껴입고 나와야 겠다.
돌아오는 길에 배고파서 길거리에서 오므릿을 사먹었다. 계란2개를 후라이해서 식빵2개 사이에 넣어주는 것인데,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그런데, 거기에 들어있는 고추가 있는데 정말 맵다. 입술이 얼얼했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이메일 확인하고 들어왔다.
오늘은 가급적 일찍 잠을 자야겠다. 내일은 아침7시30분부터 저녁9시까지 수업이 있는 정말 제일로 바쁜 요일이다.
참, 오늘부터 힌디어 개인교습도 시작했다. 하루에 1시간씩 힌디학교에서 수업끝나고 매일하기로 했다. 힌디어 선생님들이 영어로 힌디를 가리치기는 하지만 내가 중간에 상당히 못알아 듣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빨리 익히는 요령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300반에 다니는 한국인 아줌마한테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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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도인들의 지각에 대해서 좀 적어보겠습니다.
한참전에 이런 뉴스가 한국에 나왔더라구요.

공무원 뿐만 아니라 보통 인도 사기업들도 관리자급은 10시 근처가 되어야 출근하는게 보통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은행도 National Bank의 경우에는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제가 다닌 힌디 학교의 경우 첫날에 저렇게 늦게 오는것을 보고 놀랬는데, 앞으로도 쭈욱 선생님은 평균 10분씩 늦게 들어오고 학생들도 10분~15분 늦게 들어오는게 일상이었습니다.
늧는 것은 회사에 오는것만 그런것이 아닙니다. 기차도 제 시간에 오지 않고, 비행기도 당시에는 거의 모든 비행기가 딜레이가 되고(요새는 잘 지켜지려고 합니다만, Air India의 경우에는 역시 딜레이 엄청 많습니다), 개인간의 약속 시간도 지켜지는 경우 거의 없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딜러 미팅이나 행사를 많이 했는데, 예를 들어 메인 이벤트가 아침 9시 반부터 시작합니다 라고 공지를 여러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면 10시, 보통 한시간 딜레이된 10시반에야 시작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국인 주재원들이 인도에 와서는 그냥 인도인들 거짓말쟁이, 시간 약속 안지키는 나쁜놈들, 맨날 지각하는 직원들에 대한 불만으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저도 시간 잘 지키는게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데, 자 지금부터 저는 인도인 편에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인도인들의 시간 개념은 우리나 서구문화에서 생각하는 선형적이 아니라, 유동적이면서도 순환적으로 생각합니다. 어제와 내일은 같고 반복되며 순환되는 힌두교의 윤회사상과 같은 철학이 일반적인 시간 개념의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힌디어로 어제와 내일의 단어는 같은 단어입니다. '깔'(kkal) 입니다. 문맥을 보고 이게 어제를 말하는지 내일을 말하는지 알아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는 '그럴수도 있다', 힌디어로 '짤타헤~' 라는 것이 생활 전반에 있습니다. 이는 상호간에 반드시 몇시에 뭔가 해야 하는 그런 강박관념을 존재하지 않게 합니다.
예를 들어 10시에 아무리 약속을 해도 10시 반 정도면 짤따헤 이고, 회사 출근시간이 9시면 대충 9시반 이면 짤따헤~ 가 되는거지요.
아침 출근 시간이 늦는것은 그들이 게을러서가 결코 아닙니다.
제 일기에 등장하는 하숙집 아저씨도 회사는 맨날 9시 넘어서 출근길을 나서는데 아마 분명히 회사에 도착하면 10시 넘어서 일것입니다. 그 아저씨 일어나는 시간은 항상 아침 6시에, 늦어도 6시 반에 일어납니다.(주말빼고)
아침에 아줌마랑 산책하고, 강아지 산책시키고, 애들 학교가는 거 봐주고, 신문 보다가 그러고 출근합니다. 아주 부지런합니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기차도 자주 연착하고, 교통체증도 심한데, 그러니 더 빨리 집에서 나와야지 !! 는 우리내 생각이고,
기차가 연착하고, 교통체증도 심하니, 이 정도 지각은 짤따헤~ 가 그들의 생각입니다.
저는 약 100여명 규모 조직의 법인장을 10년간 했습니다. 저희 회사는 어떻게 관리 했냐구요?
여러 버젼이 있었지만, 최신버젼은 8시~5시 근무였는데, 8시 반 지각은 노터치, 그 이후는 중간 관리자에게 관리토록 했습니다. 중간관리자의 경우도 비슷하게 30분는 노터치를 했고, 1시간 이상 지각을 할경우 그 친구는 늦은 만큼 퇴근을 늦게 하는것으로 했습니다. 즉 6시 퇴근. 사실 서비스, 금융 업종이 아닌 이상, 8시부터 앉아서 일하나 8시반부터 앉아서 일하나 생산성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8시에 출근해서 나가서 짜이(차) 마시고 책상에서 졸면 일찍 오는게 무슨 소용입니까.
인도에서 30분 늦게 온다고 혼내지 마세요. 당신도 30분 늦게 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회사 망한다구요? 아니요 그래도 회사 잘 돌아갑니다.
저는 불모지 인도 땅에서 제로에서 시작해서 시장점유율 60%까지 만들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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