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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43. 사라진 앞발과 길 위의 주검: 인도에서 생명의 무게에 대하여

by 인도 전문가 2025. 10. 12.

2002년 2월21일, 목요일, 델리, 맑음

 

43.1 불구(병신) 개(멍멍이)를 가슴 아프게 봤다.

내가 매일 걸어다니는 길이 있다. 학교에서 집까지 오늘 길인데, 가난한 집들도 모여있고, 소들도 많이 있고, 개새끼들도 무진장 많이 돌아다니는 지저분한 길이다. 처음에는 조금 무섭더만 2달 정도를  다니다 보니, 이제 편한길이 되었다.

거기에 항상 놀던 비교적 잘생긴 개가 있었는데, 오늘 보니, 앞다리 오른발이 없어졌다. 분명히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 잘생긴 개였다. 항상 있던 자리에 있는 놈이다. 그런데, 오른앞발이 으깨진 상태로 잘려나가 있었다. 피도 아직 완전히 안말라 있었고, 파리들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어제, 오늘쯤에 교통사고가 난 모양이다. 불쌍했다. 맨날 보던놈이라서 더욱 불쌍했다. 분명히 난폭운전하는 인도의 릭샤나, 자동차에 치이고 저렇게 된 것이다.

 

인도에서는 이상하게도 불구(병신)가 많다. 사람도 그렇고, 동물들도 불구가 무진장 많이 보인다. 처음에 인도에 와서는 그런 불구, 병신들의 모습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길거리에서 흔히, 다리하나 없는 불구들은 기본이고, 손가락이 잘린 불구. 손가락이 서로 붙어있는 불구, 팔없는 불구, 허리가 완전히 휜 불구, 수 많은 앉은뱅이들을 볼 수 있다. 상상이 안가는 불구들이 많이 있다. 너무 불구가 많아서, 심지어 나는 구걸할 때 불쌍하게 보이려구 일부러 병신이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한다. 설마 진짜 그랬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부러 되기 힘든 불구, , 손가락이 서로 붙은 장애는, 일부러 안되는 장애인데 잘 모르겠다. 직접 물어볼수도 없고, 나중에 알 기회가 있겠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불구가 많다. 기본적인게, 다리가 없는 동물들이다. 소는 비교적 상태가 괜찮은데, 개들이 문제가 많다. 아무래도 작으니깐 잘 안 보여서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인도의 불구거지도 불쌍하지만, 불구 동물들도 불쌍하다.

인도의 교통문화는 정말 지옥이다. 좁은 길을 써커스 하듯이 매우 빠른속도로 달린다. 양보라는 것은 찾아볼수가 없고, 서로 먼저 머리를 밀고 민다. 항상 시끄러운 크락션소리에, 도로는 동물과, 사람과, , 오토바이, 릭샤들로 항상 엉켜있다. 그러다보니, 교통사고도 많이 난다. 그리고, 대부분이 뺑소니를 친다.

지난주 토요일에 사케근처에 갔다가 돌아오다가 길거리에 자전거가 넘어져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그 옆에 어떤 아저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 아마 죽은 거 같았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마 금방 사고 난거 같다. 릭샤아저씨하고 그 옆을 지나가면서 계속 쳐다보고 지나갔다. 그리고 아무일 없듯이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그 날도 차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그 잘생긴 개가 불구가 된것을 보면서 또 길조심, 차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을 거듭 다시 했다.

이런 불구들도 많이 보면 익숙해져서 아무느낌이 안나게 되는데, 맨날 보던 그 개가 병신이 되니깐 기분이 안좋다. 불쌍하다. 나도 조심해야지.

인도에는 정말 많은 길강아지들이 있습니다. 자기네끼리는 많이 싸우는데 사람한테는 거의 대드는 일 없고 물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까이 가도 대체로 안전합니다.


부제: 2002년 2월, 한 마리 개가 나에게 던진 질문

 

20년이 훌쩍 넘은 낡은 일기장을 넘기다 보면, 잊고 있던 감정의 파편들이 날카롭게 가슴을 찌를 때가 있습니다. 2002년 2월 21일의 기록이 바로 그러네요.

"거기에 항상 놀던 비교적 잘생긴 개가 있었는데, 오늘 보니, 앞다리 오른발이 없어졌다... 으깨진 상태로 잘려나가 있었다. 피도 아직 완전히 안말라 있었고, 파리들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맨날 보던놈이라서 더욱 불쌍했다."

매일 학교를 오가며 눈인사를 나누던, 나름의 일면식이 있던 그 동네 터줏대감 개였습니다. 그날, 녀석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채, 익숙한 그 자리에 고통스럽게 누워있었습니다. 그 처참한 광경은 단순한 연민을 넘어, 인도에 온 지 두 달 남짓 된 이방인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 무뎌짐과의 싸움: 고통의 풍경

인도에 처음 오면 누구나 충격에 휩싸입니다. 일기장에 적었듯,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들의 고통에 마음이 아프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지만, 그 풍경이 일상이 되면 사람은 무서우리만치 빠르게 적응합니다. 나중에는 그들의 존재에 무감각해지고, 심지어 "구걸을 위해 일부러 불구를 만드는 갱단이 있다던데..." 하는 끔찍한 소문을 떠올리며 그들의 고통을 의심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날, 한쪽 다리를 잃은 개 앞에서 저의 무뎌졌던 감각은 다시 날카롭게 깨어났습니다. 익명의 장애인 무리가 아닌, 내가 '알고 있던' 존재의 고통은 외면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인도의 길 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비극의 축소판이었습니다.

2. 혼돈의 도로: 생존만이 규칙인 곳

그 비극의 주된 원인은 단연코 인도의 교통 문화입니다. 2002년의 델리 도로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습니다.

"좁은 길을 써커스 하듯이 매우 빠른속도로 달린다. 양보라는 것은 찾아볼수가 없고, 서로 먼저 머리를 밀고 민다... 도로는 동물과, 사람과, 차, 오토바이, 릭샤들로 항상 엉켜있다."

이 혼돈 속에서는 그 어떤 생명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소, 개, 사람, 자전거, 릭샤, 자동차가 동등한(?) 위험 속에서 오직 '내가 먼저 가야 한다'는 하나의 규칙만을 따릅니다. 경적 소리는 언어이고, 차선을 지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동물이 차에 치이는 것은 사고가 아닌 일상이며, 뺑소니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 잘생긴 개도 이 지옥 같은 도로의 또 다른 희생자였을 뿐입니다.

3. 무관심의 절정: 길 위의 죽음

개의 끔찍한 모습에 마음 아파하던 며칠 전, 저는 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었습니다.

"길거리에 자전거가 넘어져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그 옆에 어떤 아저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 아마 죽은 거 같았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릭샤를 타고 가던 저도, 릭샤 왈라도, 그리고 주변의 그 누구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잠시 쳐다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음 신호를 기다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서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이미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것은 거대한 인구와 끝없는 사건 사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터득하게 되는 일종의 '감정적 방어기제'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비극에 일일이 마음을 주다가는 나 자신이 먼저 무너져 내릴 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차단하고 무관심이라는 갑옷을 두릅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델리의 도로는 훨씬 넓어졌고 교통 시스템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 위에서의 생명의 가치는 위태롭고 많은 불구인 동물과 장애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인도에 나오시는 모든 한국인들이 경험하시고 느끼게 되실 주제입니다.

 

그날의 일기는 저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하나의 생명이 스러져가는 것을 보고도 무심하게 지나칠 수밖에 없는 사회, 그리고 그 무심함에 어느새 익숙해져 가는 나 자신.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2002년, 다리 잃은 개 한 마리가 남긴 질문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제 마음속에 무겁게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