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India ^^
  • Welcome to India ^^
인도/인도 지역전문가

44. 내 인생 최악의 야간 버스: 낭만 대신 '진짜 인도'를 만나다. 인도 여행이란...

by 인도 전문가 2025. 10. 12.

2002년 2월22일, 금요일, 델리, 구름

 

44.1 야간버스로 우타르프라데쉬 여행출발

오늘은 우타르프라데쉬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시외버스(고속버스), 기차 이용방법 사전 습득. (시외 야간버스를 타보고 싶었다.)

2. 우타르프라데쉬(주 이름)의 선거문화와 결과 조사. (사실 이건 회사에 비용을 청구하기 위한 실제 목적이 아닌 목적을 만든거다.)

3. 매년 2월에 열리는 인터네셔날 요가 페스티발 참가. (이것도 궁금했다)

4. 이게 진짜 목적인데, 지난번 스키타기에 실패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행이다. 여기 릭쉬케쉬를 경유하여 Auli로 갈 예정이다.

보통 일기는 그날 저녁에 써야 하는데, 사실 지금은 다음날 아침이다.

이미 릭쉬케쉬에 도착했다. 어제 밤에 일기 쓸 여유가 없었다.

어제 저녁에 야간 수업 마치고 델리에서 밤 9시에 출발하는 그 유명한 야간버스(?)를 타고, 오늘 아침 릭쉬케쉬에 630에 도착했다. 지금 여기는 릭쉬케쉬의 버스터미날 비슷한 곳에서 졸면서 글을 쓰고 있다.

 

44.2 너무나도 다이나믹한 야간 버스 

어제 저녁에 타고 온 야간버스는 말이 Express, 즉 고속버스이지, 우리나라 일반 좌석버스보다도 못한 버스다. 가격이 싸서 그런지 몰라도(150루피밖에 안하는 싸구려버스) 속도도 무진장 느리고, 있는 정거장 마다 다 섰다가 간다. 실제로 델리의 코넛플레이스에서 9시 출발한다는 버스가 930분에 와서 그거 타고 여기 저기 다 섰다가 결국에는 밤 12시가 넘어야 델리를 벗어난다.

처음에 9시에 버스를 기다리는 데로 갔더니, 다른 외국인들도 있었다. 일본인 남녀 1, 이스라엘 남자1. 처음에는 일본인 남자 혼자였는데, 95분쯤에 나머지 2명이 왔다. 첨에 일본인남자에게 말을 걸었는데, 무진장 무뚝뚝하다. 대답도 잘 안한다. 그러더니, 좀 있다가 일본인 여자 오니깐, 갑자기 엄청 말을 잘한다. 웃긴다. 버스를 탓는데, 아무도 없길래, 짐은 옆자리에 두고 넓게 혼자 앉았다. 비교적 편한 여행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착각이었다.

 

델리를 빙빙 돌더니, 계속 인도인을 태운다. 결국에 꽉 차버렸다. 그래서 우리들은 자리를 옮겨서 일본인남자애랑, 여자애랑 같이 앉고, 나랑 이스라엘 남자랑 같이 앉았다. 나머지 자리에는 다 인도인이 다 탔다. 나중에 가만히 보니깐, 이 버스는 고속버스를 빙자한 시외버스 였다. 그리고 인도인들은 125루피를 내고 릭쉬케쉬까지 가는거 같다. , 트레블러 에이전트가 버스타는데까지 안내해주고 150루피 받고, 25루피 중간에 띵겨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버스가 한참을 기다려도 출발하지 않고, 어떤 인도아줌마가 갑자기 나타나서 운전수랑 싸우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운전수가 나하고 이스라엘애하고 내리란다. 이유를 물으니, 이차가 오버부킹이 되어서 2자리가 부족하다는데, 다른사람들을 모두 왕복표를 끊어서 우선권이 있고, 나랑 이스라엘놈은 편도이기 때문에 후순위이라고 한다. 그리고, 30분뒤에 뒤에 차가 오니깐 그거 타면 된다고 한다고 한다. 이럴수가! 말도 안된다. 분명히 일본인들도 편도인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고 물었더니, 여자가 있어서 양보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 황당하다.

그리고 솔직히 다른 모든 인도인이 왕복표라는 사실도 믿을 수가 없다. 시외버스에 무슨 왕복표가 있느냐고 따졌더니, 잔말말고 내리란다. 결국에 나랑 이스라엘놈하고 같이 내렸다. 이스라엘친구랑 둘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차를 마시면서 이게 인도구나 라고 서로 웃어버렸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요즘 이스라엘의 나이든 사람들은 부시를 좋아하는데, 젊은이들 중에도 부시(미국대통령)를 싫어하는 부류와 좋아하는 부류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이스라엘사람은 미국과 부시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스라엘의 모국어인 히브리어도 조금 배웠다. 인사말정도, 그런데, 다 까먹었다.

그리고 그 나라 책도 봤는데, 내 인생 처음으로 히브리어 문자를 처음으로 봤다. 정말 신기하다. 무슨 외계인문자 같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45분 정도 지나니깐, 버스가 온다. 그때 시각이 벌써 밤 12시가 다 됐다.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자리가 여유가 있어서 각자 편하게 앉았다. 그런데, 이 버스는 완전히 완행이다. 중간에 꽉 차서 다시 불편하게 가다가, 다시 사람 많이 내리면 다시 편하게 가다가, 다시 2명이 앉았다가 1명이 앉기를 릭쉬케쉬까지 3,4차례를 했다.

, 중간에 휴식시간이라면서 30분씩 차가 안가고 섰다가 간다. 그리고, 차가 쿠션이 너무 꾸져서, 릭쉬케쉬까지 거의 잠을 못잤다.

거기에 중간에 하리드와(릭쉬케쉬 30km정도 못간 곳)에 갑자기 버스가 정차를 하더니, 이 버스는 더 이상 안 간다면서 다 내리란다. 이유를 물었더니, 사람이 너무 적다나? 그러더니, 여기서 릭쉬케쉬 가는 차가 많으니깐, 차를 잡아 줄테니깐, 갈아 타란다. 밖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데, 정말 황당했다. 또 이스라엘놈하고 나하고 또 내렸다. 비가 온다. 춥다. 옷을 꺼내 입었다. 하늘을 보니, 시꺼멓다.

 

20분을 기다렸다. 겨우 시내버스 같은 걸 타게 됐다. 릭쉬케쉬까지 약 1시간정도 걸렸다.

처음부터 계획이 틀려버렸다. 원래 야간 버스에서 낭만 좀 느끼다가 버스에서 푹 자고, 다음날 릭쉬케쉬의 아침을 상쾌하게 맞이하는 계획이었는데, 오늘 릭쉬케쉬의 아침은 이스라엘 놈하고 나랑 둘이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버스에서 내렸다.

 

하늘이 퍼렇게 밝아 온다. 이스라엘 친구하고 잘 가라는 인사하고 헤어졌다.

요새 야간버스는 좋습니다. 옛날 버스 사진 찾아보려 했는데 없네요.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도의 교통 인프라는 놀랍도록 발전했습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쾌적하고 정확한 볼보 버스가 주요 도시를 잇고, 온라인으로 쉽게 예약할 수 있게 되었죠.

제가 최근까지 일했던 회사의 지방영업, 서비스 조직의 주요 이동 수단이 이 야간버스이니까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편하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인도 어딘가의 로컬 버스에서는 여전히 2002년의 제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요 ^^

 

그날 밤의 경험은 저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인도에서 여행이란, 내가 세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사건들의 흐름에 나를 맡기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불편하고 황당한 순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짧은 인연이야말로, 진짜 인도를 느끼게 해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만약, 정말 계획대로 잘 갔다면 이스라엘 친구와의 인연도 없었을테고, 이름 모를 버스터미날의 짜이 맛을 몰랐을 터이고, 새벽의 천둥비 내리는 버스정거장의 색다른 경험할 수 없었을테니까 말이지요.

그날 밤, 저는 낭만적인 여행 대신 진짜 '인도'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것이야말로 훨씬 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