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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71. 인도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음료, '짜이(Chai)'에 대하여

by 인도 전문가 2025. 11. 5.

2002년 3월21일, 목요일, 델리, 흐림, 돌풍, 35도

71.1 인도에서의 짜이(, tea)

인도에 여행을 오는 사람이나, 일하러 오는 사람이나, 누구나 마시게 되는 것이 인도의 짜이이다.

정확한 힌디 발음은 - 인데, 를 조금 길게, 를 아주 짧게 발음 하다 보니, -, 혹은 짜-이 로 들린다.

짜이는 이 나라의 전통적인 차로써, 인도에서 차가 싸기 때문에 모든 이가 즐긴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차의 원산지로 대항해시대 이전부터 고가로 해외에 수출된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인도의 차는 동양의 차와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마시는 맑고 향기로운 차가 아니다.

인도의 차는 우유 듬뿍, 아주 달고, 상당한 열량을 가지고 있다.

차잎과 우유 그리고 설탕을 넣고 함께 끓이며, 부드럽고, 달고, 향기롭다. 간혹 어떤 이들은 설탕을 안넣고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부 넣고 마신다. 약간의 각성효과가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마시게 되면, 생활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생활을 짜이와 함께 시작한다. 부자나, 가난한 길거리 거지나, 아침에 일어나면 짜이를 만들어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짜이를 만들어 먹는 일이다.

나도 이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데, 식사는 제공되고 있지 않으나, 아침 저녁으로 짜이를 한잔씩 아줌마가 공짜로 주고 있다. 그 만큼 짜이는 필수라고 생각을 한다.

어디를 초대되던지, 미팅에서도 짜이는 역시 필수이다. 이를 거절하면 호의를 거절한 것으로 되어 조금 무례를 범하는 꼴이 된다.

물건을 사다가 가격흥정을 하면서도 ''짜이 한잔 할래?'' 라고 묻는일이 자주 있고, 함께 짜이를 마시면서 다시 가격네고를 재개한다.

 

밖에 나가더라도 언제 어디서든지 짜이를 마실 수 있다. 모든 음식점에서 짜이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으며, 길거리에서도 조금만 둘러보면 짜이를 파는 곳이 있으며, 기차역, 버스휴게소, 학교, 쇼핑센터, 시장골목 어디를 가도 짜이 파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길거리에서는 3루피 정도 하며, 식당에서 마셔도 10루피 정도 밖에 안한다. 물론 배달료 포함이다.

웃긴 건 거지들도 짜이를 구걸해서 얻어먹기도 하지만, 때로는 구걸해서 모은 돈으로 3루피주고, 짜이를 사먹는다. 거지들에게도 짜이는 무척이나 중요한 것 같다. 열량이 높아서 그들에게 짜이 한잔과 비스켓 몇개는 한끼 식사로 충분할 정도이다.

인도에서 여름에 길거리에서 길거리음료를 함부로 마시는 것은 위험한 일이나, 짜이는 비교적 안전한 음료이다. 한번 끓인 후에 만들기 때문에, 안전하다.

 

참고로, 인도인들은 이렇듯 짜이를 많이 마시다 보니, 커피를 별로 안마신다. 하지만 요즘 들어, 외국인들이 많은 곳이나, 일부 상류층에는 짜이 대신 커피를 권하거나 마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 나라의 커피도 짜이랑 똑같이 만들어서 맛이 거의 짜이랑 같다. (우유맛, 설탕맛이 강해 커피향인지 짜이향인지 구분이 어렵다)

하지만 별5개짜리 호텔에 가면 진짜 커피 같은 커피를 마실 수도 있지만 거의 보기 힘들다.


2002년 3월 21일, 제 낡은 일기장에는 인도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 나라의 진정한 '소울 푸드'인 '짜이'에 대한 제법 상세한 관찰기가 적혀 있습니다.

"인도에 여행을 오는 사람이나, 일하러 오는 사람이나, 누구나 마시게 되는 것이 인도의 “짜이”이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생활을 짜이와 함께 시작한다. 부자나, 가난한 길거리 거지나, 아침에 일어나면 짜이를 만들어 먹는다... 웃긴 건 거지들도... 구걸해서 모은 돈으로 3루피주고, 짜이를 사먹는다. 거지들에게도 짜이는 무척이나 중요한 것 같다."

20여 년 전, 저는 델리의 길거리에서 이 작은 음료 하나가 어떻게 계급과 신분을 초월하여 모든 인도인을 하나로 묶는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침을 깨우는 활력소이자, 미팅을 여는 필수 코스, 심지어 가격 흥정 중에도 "짜이 한잔 할래?"라며 관계를 트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은 20여 년이 지난 2025년 오늘에도 변함없는 인도의 일상입니다.

일기장에는 짜이가 "우유 듬뿍, 아주 달고, 상당한 열량을 가지고 있다"며 그 제조법까지 정확히 적혀있네요. 끓여서 만들기 때문에 길거리 음료 중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까지, 2002년의 제가 상당히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짜이의 다양한 세계

하지만 그때의 저는 '짜이'라는 하나의 이름 뒤에 숨겨진 수많은 세계를 알지 못했습니다. 17년간 이곳에 살면서 비로소 알게 된, 상황과 지역, 기분에 따라 골라 마시는 짜이의 종류들을 여기에 보충해 봅니다.

  • 마살라 짜이 (Masala Chai): 우리가 가장 흔히 '인도식 밀크티'라고 부르는 것. 카다멈(Elaichi), 정향(Clove), 계피(Cinnamon), 생강(Adrak), 후추 등을 찻잎, 우유, 설탕과 함께 끓여낸, 향신료의 풍미가 폭발하는 짜이의 왕입니다. 별도로 말하지 않으면 마살라 짜이입니다. 즉, 짜이의 기본입니다. 
  • 아드락 짜이 (Adrak Chai): '아드락'은 생강을 뜻합니다. 다른 향신료 없이 오직 생강의 알싸하고 개운한 맛을 강조한 짜이로, 특히 비가 오거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인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약'과도 같은 차입니다. 단어가 기억안나면 '진저티' 달라고 하면 되고 '진저' 많이 넣어줘~ 하면 초기 감기에 정말 좋습니다. 저도 감기기운이 있을때 항상 사무실에서 이 아드락짜이를 두시간마다 한번씩 마셨습니다.
  • 엘라이치 짜이 (Elaichi Chai): '엘라이치'는 카다멈입니다. 생강의 알싸함 대신 카다멈의 향긋함을 극대화한 짜이로, 좀 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향을 즐기고 싶을 때 좋습니다. 
  • 커팅 짜이 (Cutting Chai): 뭄바이에서 유래한 독특한 문화입니다. "Cutting"은 '자른다'는 뜻이 아니라, 일반 찻잔의 절반(Half)만 담아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하게 끓여낸 짜이를 작은 유리잔에 담아, 바쁜 일상 속에서 동료와 잠시 서서 나눠 마시는 뭄바이 특유의 속도감과 정(情)이 담긴 문화입니다.
  • 탄두리 짜이 (Tandoori Chai):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하기 시작한 신개념 짜이입니다. 뜨겁게 달군 흙으로 만든 컵(Kulhad)에 끓인 짜이를 부어, '치이익-' 소리와 함께 끓어오르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흙의 스모키한 향이 짜이에 배어들어 아주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 이밖에도 지방마다의 특색을 갖춘 다양한 짜이가 있습니다. 정말 짜이는 지방마다 심지어 만드는 짜이왈라마다 맛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 맛의 차이를 느끼는것도 상당한 즐거움입니다. 저는 지방에 출장이 많았는데 다닐때마다 공항에서의 짜이 한잔은 '아~ 이 도시에 다시왔구나' 를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지방 특색 짜이,,, 많죠? 보기만해도 군침이 돕니다. 저도 아직 전부는 못먹어봤어요.

 

2025년의 변화: '짜이 같은 커피'에서 '스타벅스'까지

2002년의 일기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커피를 별로 안마신다. 그런데, 이 나라의 커피도 짜이랑 똑같이 만들어서 맛이 거의 짜이랑 같다. (우유맛, 설탕맛이 강해 커피향인지 짜이향인지 구분이 어렵다)"

이 부분이야말로 20여 년간 인도가 겪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를 보여줍니다. 2002년 당시에는 '커피'라고 해봐야 인스턴트 커피에 우유와 설탕을 잔뜩 넣어 끓인 '짜이식 커피'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델리와 구르가온을 비롯한 인도의 대도시는 그야말로 '커피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 글로벌 체인의 공습: '스타벅스(Starbucks)'는 인도 타타(TATA) 그룹과 손잡고 인도 전역의 주요 상권에 자리 잡았습니다.
  • 로컬 스페셜티 커피의 폭발: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블루 토카이(Blue Tokai)', '써드 웨이브 커피 로스터스(Third Wave)', '슬리피 아울(Sleepy Owl)' 등 인도 고유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의 눈부신 성장입니다. 이들은 인도 각지에서 생산된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수준 높은 커피를 제공하며, 도시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인도에서도 '진짜 커피 같은 커피', 즉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콜드 브루를 마시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짜이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커피가 도시인들의 세련된 '선택'이라면, 짜이는 여전히 모든 인도인의 삶을 지탱하는 '필수'입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짜이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는 짜이로 목을 가다듬습니다.

커피숍은 많아졌지만, 길거리의 '짜이 왈라(Chai Wallah)'는 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20년이 더 지나도, 인도인들의 삶을 위로하고, 대화를 이어주며, 흥정을 성사시키는 이 따뜻하고 달콤한 음료는 인도의 심장을 계속 뛰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