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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122. 땀이 흐르지 않고 '소금'이 된다? 북인도 '건식 사우나' 체험 보고서

by 인도 전문가 2025. 12. 16.

2002년 5월11일, 토요일, 델리, 맑음

 

122.1 더위의 최고점을 지나지 않았나?

지난 달 말부터 이번주 초까지 정말 더웠다.

밖에 나가면 덥다기 보다도 뜨거웠다. 밖에 조금만 나가도 많은 땀을 흘려서 하루종일 화장실을 안가도 된다. 수박이랑 맥주를 마셔도 화장실을 안 간다. 그만큼 땀을 많이 흘렸다는 셈이다. 하지만 땀을 직접 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땀이 나오면서 말라버리기 때문에 만져보면 땀이 없다. 먼지 같은 것들이 앉아 있는데, 맛을 보면 소금이다.

얼굴에 들어오는 바람은 헤어드라이기 바람이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한증탕 느낌이 났다.

이런 더위가 그저께부터 조금씩 꺾이는 느낌이다.

최고 온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주춤하고 있다. , 최근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 남들에게 물어보니, 보통 5월 중순쯤 되면 최고점을 돌파하여 더위가 꺾인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덜 더웠고, 어쩌면 이미 더위가 꺾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예견을 해 볼 수도 있겠다.

요즘 낮 최고 기온은 보통 섭씨 43도이고, 최저 기온 섭씨 27도 정도이다.

CNN 뉴스 일기예보를 봐도, 사람 많이 사는 대도시 중에서, 델리가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 같다.


2002년 5월, 델리 생활 두 달 차의 저는 큰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43도를 찍던 온도계가 더 이상 오르지 않자 "아, 이제 더위의 고비를 넘겼구나"라고 안도했던 것이죠.

<2002년 5월의 일기>

122.1 더위의 최고점을 지나지 않았나? 어쩌면 이미 더위가 꺾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예견을 해 볼 수도 있겠다. 수박이랑 맥주를 마셔도 화장실을 안 간다... 땀이 나오면서 말라버리기 때문에 만져보면 땀이 없다. 맛을 보면 소금이다.

하지만 17년을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43도는 그저 예고편이었습니다. 델리의 진짜 여름은 47도, 48도까지 올라갑니다. 오늘은 한국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북인도의 **'건식(Dry) 더위'**와, 그 속에서 **'인간 소금'**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해 봅니다.

1. 땀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는 더위 (습식 vs 건식)

한국의 여름이 **'습식 사우나'**라면, 북인도의 여름은 **'헤어드라이어를 켜놓은 오븐'**입니다.

  • 한국: 습도가 높아서 땀이 나면 증발하지 않고 몸을 타고 줄줄 흐릅니다. 끈적거리고 불쾌하죠.
  • 인도 델리: 습도가 10~20%대로 극도로 낮습니다. 땀구멍에서 수분이 나오자마자 '치익-' 하는 느낌으로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옷이 젖을 새도 없이 땀이 마릅니다. 일기 속 "하루 종일 화장실을 안 가도 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수분이 전부 피부로 배출되어 증발했기 때문입니다.
  • 다만, 최근 1~2년 사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도 북인도의 여름이 건식여름에서 습식으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한여름에도 종종 비가 내립니다.

2. 골프장에서 겪는 '인체의 신비'

인도 주재원들의 주말 낙은 새벽 골프입니다. 한여름에도 이 열정을 막을 순 없는데요. 이때 인체의 신비를 경험하게 됩니다.

  • 준비물: 1리터짜리 꽁꽁 언 생수병 2개 (총 2리터).
  • 라운딩 중: 45도의 열기 속에서 4시간 동안 골프를 치며 얼음물을 계속 마십니다. 18홀이 끝날 때쯤이면 2리터를 다 마십니다.
  • 결과: 그런데 화장실을 한 번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많은 물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라운딩이 끝나고 팔뚝을 쓱 문질러보면 '까끌까끌한 모래' 같은 것이 만져집니다. 모래바람이 불어서 묻은 걸까요? 아닙니다. 혀를 대보면 짭짤합니다. 수분은 날아가고 내 몸에서 나온 미네랄과 염분만 하얗게 결정체로 남은 것, 즉 **'소금'**입니다.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소금 인형'이 되는 것이죠.

골프치고 나면 팔에 저렇게 하얗게 소금이 만져집니다.
골프치고 나면 팔에 저렇게 하얗게 소금이 만져집니다.

3. 생존 필수품: 맹물 말고 '일렉트랄(Electral)'

이런 건조한 더위에서 맹물만 마시면 위험합니다. 땀과 함께 염분이 다 빠져나갔는데 물만 부으면 체내 전해질 농도가 낮아져 **'저나트륨혈증'**으로 쓰러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 고수들은 여름 골프를 나갈 때, 물병에 반드시 **'일렉트랄(Electral)'**이라는 가루(ORS, 경구수액제)를 타서 얼립니다. 맛은 밍밍하고 짭짤해서 이상하지만, 이게 있어야 18홀을 돌고도 멀쩡히 걸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일기 속 2002년의 저는 맥주를 마셨다는데... 탈수의 지름길입니다. ^^;)

일렉트랄은 정말 인도 여름의 필수 아이탬이죠. https://gshin.tistory.com/129

 

113. 인도의 5월, "덥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내 몸이 무너지는 신호

2002년 5월2일, 목요일, 델리, 구름 113.1 체력저하를 느낀다.어제까지 4일에 걸쳐서 인도의 결혼식에 관련해서 일기를 적었다. 대충 적을 건 다 적은 거 같다. 그래서 결혼 이야기는 이제 끝내고…

gshin.tistory.com

 

4. 나우따빠(Nau-tapa)를 아시나요?

일기 속의 저는 "5월 중순이면 더위가 꺾인다"고 들었다지만, 사실 5월 25일경부터 약 9일간이 1년 중 가장 덥다는 '나우따빠(Nau-tapa)' 기간입니다. 태양이 지구에 가장 강하게 내리쬐는 시기죠. 이때는 아스팔트가 녹고, 새들이 날다가 떨어질 정도입니다.

5. 맺음말

23년 전 일기 속의 저는 43도 더위에 놀라 "소금이 만져진다"며 신기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압니다. 그 소금 결정체 하나하나가 낯선 땅에서 치열하게 버텨낸 훈장 같은 것이었다는 사실을요.

혹시 인도 여행 중 피부가 까칠하고 하얀 가루가 묻어난다면, 너무 놀라지 마세요. 당신이 이 뜨거운 땅에서 아주 열심히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