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14일, 화요일, 델리, 맑음

125.1 영국 문화원 수업을 끝내다. – 나 일등 했음…
오늘로써 4개월에 걸친 영국문화원 영어 수업을 끝냈다.
1월부터 시작한 영국문화원에서의 영어 공부를 지난주 금요일 시험을 끝으로 끝내고, 오늘 성적표를 받고 완전히 끝난 것이다.
결과 : 상당히 우수한 점수로 우리 반에서 1등을 차지함… 하하하.
그래서 오늘 내가 친구들에게 커피랑 음료수랑 과자랑 쐈다.
125.2 오늘 정말 더워서 죽는 줄 알았음
정말 덥다.
온몸에서 땀이 줄줄줄 센다. 땀이 나오는게 눈으로 보인다. 하루에 물을 도대체 몇 리터를 마셨는지 모르겠다. 음료수도 많이 사먹었고, 수박도 먹었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화장실을 안 갔다.
그 많은 물들이 다 땀으로 나온 것이다.
오늘 내가 인도에 와서 최고로 더운 날씨인 것 같다.
찜질방이 따로 없다. 델리 전체가 찜질방이다. 나가는 문이 없는 찜질방… 고문이다.
오늘 아침 11시부터 저녁때까지 전기가 나가서 하루종일 에어컨도 안됐다. 죽는 줄 알았음.
그나마 어젯밤에 잠을 푹자서 다행이지, 잠도 못잤다면 난 더워 죽었을지도 모름.
23년전 이날은 하루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그날의 롤러코스터 같았던 기록을 보게 되네요.
1. 천국의 문이 열리다: 영국문화원 1등! "내가 해냈다"
지난 4개월간, 낯선 땅 델리에서 언어의 장벽과 싸우며 영국문화원 수업을 들었습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고, 때로는 좌절했지만, 끝까지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결실을 보았습니다.
<2002년 5월 14일의 일기>
125.1 영국 문화원 수업을 끝내다. – 나 일등 했음… 결과: 상당히 우수한 점수로 우리 반에서 1등을 차지함… 하하하. 그래서 오늘 내가 친구들에게 커피랑 음료수랑 과자랑 쐈다.
성적표를 받아 든 순간, 보람차고 뿌뜻하고 기뻤지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 사이에서 한국인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 어깨가 으쓱했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지갑을 열고 반 친구들에게 한턱을 냈습니다. 시원한 콜라와 달콤한 과자를 나눠 먹으며 웃고 떠드는 그 순간만큼은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습니다.
2. 지옥의 문이 열리다: 문 없는 찜질방, 델리
하지만 천국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델리의 살인적인 더위였습니다.
<2002년 5월 14일의 일기>
125.2 오늘 정말 더워서 죽는 줄 알았음. 온몸에서 땀이 줄줄줄 센다. 땀이 나오는 게 눈으로 보인다. 하루에 물을 도대체 몇 리터를 마셨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화장실을 안 갔다. 델리 전체가 찜질방이다. 나가는 문이 없는 찜질방… 고문이다.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왔는데, 설상가상으로 아침 11시부터 전기가 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려 11시간 동안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45도가 넘는 방안에 갇혀 있었던 겁니다. 이건 그냥 더위가 아니라 '고문'이었습니다.
물이란 물은 다 마셨는데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갔다는 건, 그만큼 몸속 수분이 땀으로 다 빠져나갔다는 증거입니다. 정말이지 탈수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생지옥'을 경험했습니다.
3. 극과 극이 공존하는 나의 인도 생활
1등의 환희로 시작해서, 찜질방 더위의 고통으로 끝난 하루. 돌이켜보면, 이것이 바로 제가 17년간 겪어온 인도 생활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인도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양극단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 예측 불가능한 혼돈 속에서 뜻밖의 기회를 발견하기도 하고 (천국),
-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다가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지옥).
중요한 것은 이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입니다. 일기 마지막에 "그나마 어젯밤에 잠을 푹 자서 다행"이라고 썼듯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사할 작은 구석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인도에서 살아남는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4. 맺음말: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더위 이야기가 반복되어 죄송하지만, 그만큼 당시의 더위가 제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더위는 끔찍했지만, 1등의 성취감은 앞으로의 인도 생활을 버티게 해 줄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내일은 또 어떤 천국과 지옥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어떤 상황이 오든, 오늘처럼 땀 흘리며 시원하게 웃어넘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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