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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126. 2002년의 "속았다"던 IT 유학생들... 23년 후, 지금은 인도에 누가 공부하러 오는가?

by 인도 전문가 2025. 12. 17.

2002년 5월15일, 수요일, 델리, 맑음

126.1 델리의 한국 유학생들

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델리에 한국의 유학생들이 제법 많다.

델리 대학교에 약 30, 네루 대학교에 15, 각종 IT교육생들 100여명, 어리버리 어학연수 20여명.

그저께 델리대 유학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델리 대학교에서는 약 50%정도가 불교학을 공부하고 있고, 20%정도 언어학, 10%정도가 철학, 10%정도가 사회학을 공부한다고 한다. 숙소는 절반정도가 기숙사 생활을 하며 또 절반정도는 학교근처에서 건물을 빌려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에 네루 대학교에는 절반 이상이 힌디와 언어학을 배우고 있고, 사회학의 비중이 또 높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반은 기숙사, 반은 자취를 한다고 한다.

유학생끼리 별다른 유대관계는 없고, 특별히 마음 맞는 사람끼리 어울려 다니는 것 외에는 모임도 거의 없다고 한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그리고 IT교육생들과 어학연수생들.

대부분 한국에서 인도가면 둘 다 엄청나게 잘 배울 수 있다는 꼬심에 넘어가서 온 사람들이다. 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70%이상 속았다 라고 대답하고 있다.

중도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제법 있고, 계속 있는 사람들도 변변치 못한 교육과정에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인도에서 IT교육이라고 함은, 정규 IIT학교에서 공부하는게 절대 아니고,(여기는 정말 좋다고 하나, 가격이 정말 비싸다) 인도의 IT학원이나, 기업 같은데서 가르치는 과정을 수강하게 된다. 졸업을 해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은 쓸모없는 과정이다. 한국에서 2달이면 배울 수 있는 과정을 10개월을 가르친다고 한다.

언어소통문제도 쉽지 않고, 생활환경 또한 공부하는데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어학연수도 마찬가지, 인도에서 제대로 된 영어 배우기는 맨발로 밤 까먹기만큼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 이 놈의 인디아. 정말 덥다. 더우니깐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인디아를 사랑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쉽지 않네. 빨리 델리를 떠냐야지

덥다. 지금 저녁 1130분인데, 전기가 아직도 안 들어오고 있다. 당연히 에어컨 안 돌아간다. 환장하겠다.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일기네요. 어제는 낮에 전기가 나가더만 오늘은 밤에까지 전기가 안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찜통같은 하숙집에 살다가 에어컨 나오는 호텔에 왔다고 좋아했던 1주일 전과 대비되네요.

이날 일기는 인도에 이런저런 이유로 공부하러 온, 즉 인도 유학생에 대해 다루고 있네요. 그래서 오늘은 현재 기준으로 인도에 있는 한국 유학생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23년 이날은, 저는 찜통 같은 더위와 정전 속에서 델리의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단상을 적었습니다. 당시는 '인도 IT 붐'이 일어 너도나도 델리로 몰려오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실상은 참담했습니다.

<2002년 5월 15일의 일기>

IT 교육생들과 어학연수생들... 70% 이상이 "속았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졸업을 해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쓸모없는 과정이다. 인도에서 제대로 된 영어 배우기는 맨발로 밤 까먹기만큼 어렵다.

그렇다면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도의 한국 유학생 지형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과거의 '거품'은 사라지고, **'실속'**과 **'생존'**을 위한 유학으로 재편된 2025년의 현황을 분석해 봅니다.

1. "IT 배우러 인도 간다?" ← 옛말이 되다

2000년대 초반, 님 하우스(Neem House)나 그린 하우스 같은 하숙집에는 NIIT, APTECH 같은 컴퓨터 학원을 다니는 한국 청년들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순수 IT 기술 습득'을 위해 인도로 오는 유학생은 거의 전멸했습니다.

  • 이유: 한국의 코딩 교육 인프라가 훨씬 좋아졌고, 인도의 사설 학원(Academy) 수료증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 현재: 벵갈루루나 델리 IIT(인도공과대학) 정규 학위를 목표로 하는 극소수의 영재들이 있긴 하지만, 과거처럼 "학원 6개월 다니면 전문가 된다"는 식의 유학은 사라졌습니다.

2. 여전한 양대 산맥: 델리대(DU) vs 네루대(JNU)

일기에서 언급된 인문학 중심의 유학생들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다만 그 성격이 더 **'전문적'**으로 변했습니다.

  • 네루 대학교 (JNU):
    • 여전히 인도 최고의 명문 국립대이자, 한국 유학생들의 엘리트 코스입니다.
    • 전공: 힌디문학, 인도 정치, 경제, 역사를 깊이 파고드는 석/박사 과정생들이 주축입니다. 과거엔 단순히 언어를 배우러 왔다면, 지금은 **'지역 전문가'**로 성장해 기업이나 연구소로 진출하려는 목표가 뚜렷합니다.
  • 델리 대학교 (DU):
    • 일기 속 '불교학' 전공자들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불교학과는 스님들과 불교 연구자들의 필수 코스입니다.
    • 최근엔 델리대 경영대(FMS)나 경제학 쪽으로 문을 두드리는 학부생들도 늘고 있습니다.

3. 새로운 주류의 등장: 조기 유학생과 12년 특례

2002년과 가장 달라진 점은 대학생보다 **'초중고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 주재원 자녀 증가: 삼성, 현대, LG 등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가족 동반 주재원이 늘었습니다.
  • 국제학교 & 한인학교: 델리 NCR(구르가온)의 'AES(미국 국제학교)', 'British School', 'Pathways' 등 국제학교와 **'델리 한국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유학생 커뮤니티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 목표: 이들은 인도 대학 진학보다는 '12년 재외국민 특례' 등을 통해 한국 명문대나 서구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합니다.

4. 생활 환경의 변화: "맨발로 밤 까먹기"는 이제 그만

일기 속 2002년 유학생들은 "영어 배우기 어렵고 환경이 열악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 인프라 개선: 구르가온이나 남델리의 유학생들은 이제 정전 걱정 없는 아파트에서 살고, 메트로를 타고 통학하며, 스타벅스에서 과제를 합니다. (물론 45도의 더위는 여전합니다.)
  • 커뮤니티의 부재? 아니, 온라인 이동: 일기에서 "유대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인도 유학생 협회(ISAK)' 등을 통해 정보 공유가 활발합니다. 다만, 과거 하숙집에 모여 술 마시며 정을 나누던 '낭만'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5. 맺음말: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

2002년, "속았다"며 짐을 쌌던 많은 유학생을 뒤로하고, 묵묵히 버텨낸 사람들은 지금 삼성전자, 현대차 인도 법인의 임원이 되거나 대학 교수가 되어 '인도통'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중의 하나이기도 하구요.

지금 인도를 공부하는 후배 유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입니다. "인도는 더 이상 '가성비'로 오는 곳이 아니다. '대체 불가능한 희소성'을 키우러 오는 곳이다."

그 더위와 정전을 견뎌낸 2002년의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K-인도' 인맥이 만들어진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