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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155. [인도 뭄바이 Part 7] "일단 맞고 시작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도의 경찰 공권력

by 인도 전문가 2026. 1. 15.

2002년 6월13일, 목요일, 뭄바이, 구름

 

155.1 뭄바이 의회 건물 근처에 데모가 있었고, 경찰들이 쫙 깔렸다.

오늘 에어인디아 건물을 구경가는데, 근처에 경찰들이 쫙 깔려서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래서 택시에서 내려서 의회근처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반대편쪽에서 경찰들이 막 달려 가는게 보였다. 달려가는 쪽을 얼렁 보니, 멀리서 돌을 던지며 데모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150여 명정도 모여서 돌을 던지며, 몽둥이를 휘두르며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 분위기는 생각만큼 살벌하지 않았고, 경찰들도 그냥 방치하는 듯하게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다 때려잡듯이 경찰들이 달려가는데, 그때는 나도 좀 무서웠다. 다 잡혀 갔다. 무진장 얻어맞는 듯하다.

 

155.2 한국인 배낭여행자를 만났다.

오늘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을 만나서 식사도 같이 하고 간단하게 맥주도 마셨다.

콜라바 쇼핑거리를 걷다가 한국인처럼 보이는 여행자 3명을 봤는데, 그냥 모른척 했다가 근처에 다시 가는데, 그쪽에서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길래 너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근처에서 음료수를 같이 먹고, 중국식당에서 같이 저녁식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인근에서 맥주까지 마셨다.

인도에 나온지 한달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못들었던 한국소식도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한국말을 많이 하니, 입이 아프다. 술을 먹어서 그런가?

하긴 한동안 입 아플 정도까지 말을 한적이 없으니 영어, 인도말만 하다보니, 자연히 말수가 적어졌다.

하여간에 내가 그동안 많이 심심했었나 보다. 너무 반갑게 이야기했고, 술도 맛있게 먹었다.

아쉽지만 내일 비행기로 한국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내일 들어가는 모두들이여 안녕


1년치 일기를 연재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루게 됩니다.
이 일기를 기반으로 인도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중인데, 드디어 오늘 이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네요. 

[인도 뭄바이] "일단 맞고 시작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도의 경찰 공권력

'2002년 6월 13일, 뭄바이. 구름.'

여행 한 달 만에 콜라바 거리에서 우연히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국어로 수다를 떨고 맥주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동안 저도 모르게 외로움이 쌓였었나 봅니다. 내일 떠난다는 그들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이 따뜻한 만남 이전에 목격한, 등골이 서늘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뭄바이 의회 근처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이었습니다.

<2002년 6월 13일의 일기>

약 150여 명 정도 모여서 돌을 던지며 데모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 분위기는 생각만큼 살벌하지 않았고, 경찰들도 그냥 방치하는 듯하게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다 때려잡듯이 경찰들이 달려가는데, 그때는 나도 좀 무서웠다. 다 잡혀갔다. 무진장 얻어맞는 듯하다.

방관하는 듯하다가 순식간에 돌변하여 몽둥이를 휘두르는 경찰들. 그것은 제가 알던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날 저는 인도 사회를 지탱하는 또 다른 이면, '무자비한 공권력'을 목격했습니다.

1. 인도의 만병통치약(?), 경찰 곤봉 '라티(Lathi)'

인도 경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요? 바로 그들이 항상 들고 다니는 기다란 대나무(혹은 플라스틱) 곤봉, '라티(Lathi)'입니다.

한국 경찰의 곤봉이 호신용이나 제압용이라면, 인도의 '라티'는 실질적인 '즉결 처벌 도구'에 가깝습니다. 2002년 제가 목격했던 시위 현장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7년간의 주재원 생활 동안, 이 '라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지 질리도록 목격했습니다.

인도에서는 "말보다 몽둥이가 빠르다"는 말이 농담이 아닙니다.

그냥 막 때립니다.
그냥 막 때립니다.

2. '보이는 곳'에서 때린다: 공포의 통치학

한국 같으면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인도 경찰의 폭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보이는 곳'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대낮에 보란 듯이 때립니다.

  • 음주 단속의 현장: 음주 의심 차량 운전자를 길가로 끌어내 '라티' 세례를 퍼붓습니다.
  • 교통사고 및 시비: 시끄럽게 싸우던 사람들도 경찰이 나타나 몽둥이를 꺼내 드는 순간, 마법처럼 조용해집니다.
  • 코로나19 봉쇄 당시: 봉쇄령을 어긴 시민들을 길바닥에서 공개적으로 구타하거나 모욕적인 얼차려를 주는 영상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죠.

그렇다면, 왜 그들은 이렇게 '공개적인 폭력'을 서슴지 않는 걸까요?

3. 13억 인구를 통제하는 슬픈 방식

제가 인도에서 17년간 살며 내린 결론은, 이것이 13억 거대 인구를 통제하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인도는 13억이 넘는 인구 중 수억 명이 집도 없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빈곤층입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거대한 인구가 불만을 품고 뭉치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경찰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는 것입니다. 대낮에 공개적으로 일부러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력은 보는 이들에게 원초적인 '두려움'과 '공포'를 심어줍니다. "공권력에 대항하면 저렇게 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여, 그들이 뭉치거나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죠.


'마무리하며'

2002년, 뭄바이 거리에서 목격했던 그날의 무자비한 진압은 단순한 과잉 진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거대하고 복잡한 인도 사회를 '공포'로 통제하려는 슬픈 시스템의 단면이었습니다.

물론 외국인에게는 조금 더 유연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원칙은 같습니다. 인도에서 경찰을 만나면 절대 맞서지 마십시오. 그들의 손에 들린 '라티'는 이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무섭고도 효율적인 도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