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elcome to India ^^
  • Welcome to India ^^
인도/인도 지역전문가

156. [인도 뭄바이 Part 8] 월드컵의 열기 속에 감춰진 인도 정치의 '막장 드라마': 합종연횡의 끝판왕

by 인도 전문가 2026. 1. 15.

2002년 6월14일, 금요일, 뭄바이, 비

 

156.1 어제 데모의 원인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어제 뭄바이 의회 근처의 데모에 대한 기사가 일면에 다루고 있었다.

어제 뭄바이의회에서는 뭄바이의 여당인 민주전진당의 신임 투표가 있었는데, 여당의 표로는 그 신임을 얻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오직 9석만 가지고 있는 소수야당인 농부와노동자당(해석하자면)이 여당측에 참가 함에 따라 그 신임투표를 통과 시킨 것이다. 여기에 야당은 그 투표가 탈당법에 의하여 여당측에 참여한 5명의 표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 지지자들이 데모를 벌인 것으로 기사화되고 있다.

인도의 정치는 우리나라 정치보다 훨씬 복잡하고 부패되어 있고, 엉망이다.

인도의 대부분 사람들은 그들의 정치를 경멸하고 있다.

 

156.2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꺾다.

오늘 저녁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을 텔레비전에서 봤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 것이다. 오늘 이 일로 이 호텔에서도 난리가 났다. 오늘 아침에 이 호텔 식당요리사하고 내기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저녁식사를 공짜로 했다.

인도에서는 Ten Sports 채널에서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고 있는데, 이곳에서의 방송에서도 모두들 난리다. 이변이다. 기적이다. 등등. 모두들 놀랜 모습이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다.

지금쯤 한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임이 틀림없겠지?

아쉽다. 이런 축제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혼자 이렇게 나와 있으니

언제 다시 이런 국민적인 축제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


오늘은 인도의 정체에 대해서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예전에 한번 다룬적 있습니다.

https://gshin.tistory.com/39

 

인도 정치 이해하기

인도의 정치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이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틀과 키워드를 이해하면 그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현재 제가 살고 있

gshin.tistory.com

정치 이야기는 워낙 복잡하고 민감한 사항이라 포스팅을 많이 할 생각은 없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으면 몰라도 일반적인 정치 이야기는 위 이야기에 한두번 정도 하는것으로 정리하려고 해요.

오늘은 인도 정치의 핵심 키워드인 '합종연횡(Coalition Politics)의 미학(혹은 막장 드라마)'에 대해 심층 분석합니다.


 

[인도 뭄바이] 월드컵의 열기 속에 감춰진 인도 정치의 '막장 드라마': 합종연횡의 끝판왕

'2002년 6월 14일, 뭄바이. 비.'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일 텐데, 저는 먼 이국땅 호텔에서 요리사와의 내기 승리로 그 기쁨을 대신했습니다. (덕분에 저녁은 공짜!)

축구는 기적을 만들었지만, 인도의 현실 정치는 여전히 혼돈 그 자체입니다. 이날 아침 신문 1면은 어제 목격했던 뭄바이 의회 앞 시위 기사로 도배되었습니다.

<2002년 6월 14일의 일기>

어제 뭄바이 의회에서는 여당인 민주전진당의 신임 투표가 있었는데, 오직 9석만 가지고 있는 소수 야당인 농부와노동자당이 여당 측에 참가함에 따라 그 신임투표를 통과시킨 것이다. 인도의 정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복잡하고 부패되어 있고, 엉망이다. 인도의 대부분 사람들은 그들의 정치를 경멸하고 있다.

단 9석의 소수 정당이 거대 여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 기묘한 상황. 이것이 바로 14억 인구의 '세계 최대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 '합종연횡(Coalition Politics)'입니다.

오늘은 2002년의 일기를 화두 삼아, 인도 정치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이 합종연횡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인도 정치의 핵심, '합종연횡'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어느 한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정당이 손을 잡고 연립 정부(Coalition Government)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도는 워낙 땅이 넓고, 언어, 종교, 카스트, 지역색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정당이 전국적인 지지를 받아 단독으로 집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최근 모디 총리의 BJP가 이례적인 경우이긴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거대한 '연합'입니다.

  • 'NDA (National Democratic Alliance)': 현재 집권당인 BJP(인도국민당)를 중심으로 한 보수 우파 연합입니다.
  • 'INDIA (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 제1야당인 INC(인도국민회의)를 중심으로 뭉친 야권 연합입니다.
    인도 정치의 합종연횡에 대한 논문도 많습니다.
    인도 정치의 합종연횡에 대한 논문도 많습니다.

2. 합종연횡의 막장 드라마 사례: 마하라슈트라주의 권력 게임

이 합종연횡이 얼마나 역동적인지(혹은 엉망인지)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가 바로 제가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뭄바이가 속한 '마하라슈트라주'의 정치입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통수의 통수'가 난무하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 같은 정치판입니다.

제가 주재원으로 있는 동안 목격한 기막힌 반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랜 동맹의 결별 (2019): 수십 년간 힌두 우파 동맹이었던 'BJP(인도국민당)'와 'Shiv Sena(시브 세나)'가 주 총리 자리를 놓고 싸우다 결별했습니다.
  2. 충격적인 야합 (2019): Shiv Sena는 권력을 잡기 위해 이념적으로 정반대인 세속주의 정당 'INC(콩그레스)', 'NCP(국민회의파)'와 손을 잡고 연립 정부를 구성했습니다. 말 그대로 권력을 위해 영혼을 판 셈입니다.
  3. 반전의 반란 (2022): 잘 굴러가는 듯했으나, Shiv Sena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반란파는 다시 옛 동지인 BJP와 손을 잡고 기존 주 정부를 무너뜨린 후, 자신들이 새로운 주 총리가 되었습니다.
  4. 끝나지 않은 막장 (2023): 이번에는 기존 연합의 한 축이었던 NCP가 쪼개졌습니다. 쪼개져 나온 세력은 또다시 현 집권 연합(BJP+반란파 Shiv Sena)에 합류하며 부총리 자리를 꿰찼습니다.

[요약] 2002년 제가 일기에 썼던 '소수 야당 9석의 반란'은 애교 수준입니다. 지금의 마하라슈트라주 정치는 누가 여당이고 야당인지 헷갈릴 정도로, 오직 '권력 분점'을 위해 어제의 적과 동침하고, 오늘의 동지 뒤통수를 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추가요약] 위 히스토리는 단지 마하라슈트라 주, 단 한개주의 최근 6~7년의 역사입니다. 이러한 합종연횡이 전국 모든 주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 결과를 기반으로 그 위에 전국단위 합종연횡이 또다시 일어납니다. 그러니 얼마나 복잡하겠습니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세력간에 여야가 엇갈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당수도 엄청 많고 지방으로 가면 피아식별이 어렵게 됩니다.
정당수도 엄청 많고 지방으로 가면 피아식별이 어렵게 됩니다.

3. 합종연횡의 빛과 그림자

이러한 인도식 연립 정치에는 분명한 명암이 존재합니다.

[빛: 다양성의 반영] 긍정적으로 보면, 거대 정당의 독주를 막고 다양한 지역과 소수 계층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은 정당도 '캐스팅 보트'를 쥐고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자: 부패와 정치 혐오의 온상]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곤 합니다.

  • 정치적 불안정: 언제든 연합이 깨질 수 있어 정국이 늘 불안합니다.
  • 매표 행위와 부패: 2002년 제 일기 속 상황처럼, 의원을 돈으로 매수하거나 장관직을 미끼로 빼어오는 '말 거래(Horse trading)'가 횡행합니다.
  • 정책 실종: 이념이나 정책보다 당장의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렵고 포퓰리즘이 남발됩니다.
  • 정치 혐오: 결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표가 정치인들의 권력 놀음에 이용당한다고 느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깊어집니다.

'마무리하며'

2002년, 월드컵 16강의 기적에 열광하던 그 순간에도 인도 정치판은 치열한 권력 투쟁 중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인도 정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복잡하고 부패되어 있다"고 일갈했던 그 현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권력을 향한 욕망과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이 복잡다단한 정치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