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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158. [인도 뭄바이 Part 10] 그들은 왜 유모에게 밥을 주지 않았을까?: 인도 슈퍼 리치들의 정신세계 심층 분석

by 인도 전문가 2026. 1. 17.

2002년 6월16일, 일요일, 뭄바이, 비

 

158.1 뭄바이 전자상가 방문

오늘은 뭄바이의 전자상가 중 기르가움근처에 있는 전자상가에 방문했다.

오늘 가서 안 사실인데, 오늘 일요일이라서 전부 문을 닫아서 제대로 구경은 못했고, 그곳의 점포 형성과 지역 구조를 파악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 파악과 매장의 형성 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도 만족스러울 만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위치는 그란트 로드와 닥터 바드캄로드가 만나는 곳에서 남쪽으로 차르니로드지하철역까지 왼쪽 지하철길 구역과 자간낫샨카르세트마르그까지 아주 넓게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용산 전자시장보다도 훨씬 넓다. 블록별로 오디오상가, 비디오상가, 컴퓨터상가, 공구상가, 식당구역 등으로 전문화되어 있는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밀집도는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휴대폰 가게도 보이긴 하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중간 중간에 계속 일반 주택도 있고, 옷가게도 있고, 사무실도 있고 그렇다.

근처에는 신발가게로 가득찬 시장 골목이 그란트로드 노벨티극장 맞은편에 있고, 그 아래쪽이 기르가움 지역이다.

닥터 바드캄로드 주위에는 LG전자 대리점과 삼성전자 대리점 등 주요 전자회사 대리점들이 자리잡고 있고, 도로 끝에는 AS센터들이 있다. 그리고 그 도로를 중심으로 주위로 난 많은 작은 도로에는 전자부품을 판매하는 소형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또 한쪽에는 오파상들의 사무실들도 많이 몰려 있다.

오늘 이곳에 찾아가는데 인도인들에게 물어 물어서 1시간이나 걸렸고, 그 곳에서 걷는데 3시간 이상 걸었다. 비가 계속 내려서 더 이상 걷기가 많이 힘들었다.

내일이나, 모래쯤에 다시 방문해서 시장조사를 진행해야겠다.

 

158.2 뭄바이의 가장 부자 동네인 말라바힐 방문

말라바힐, 뭄바이의 가장 비싼 땅값을 가진 거주지역이다. 고급빌라와 아파트로 잔뜩 들어차 있는 곳으로써 벡베이의 북서쪽에 위치한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이다.

원래 뭄바이가 간척사업이 진행되기 전부터 뭄바이로 불리우던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언덕지역으로 이곳에서 보는 벡베이와 그 건너로 보이는 뭄바이 전경, 그리고 아라비안해는 정말 보기 좋다.

건물들이 아주 깨끗하고, 거리 정리가 잘되어 있다. 거지도 별로 없다. 땅값이 너무 비싸서 일반적인 상업지역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주로 고급빌라와 아파트만 있는데, 약간 변두리쯤에 조그마한 마켓들이 위치하고 있다.

거리를 다니는 아이들도 테니스라켓을 들고 다니는가 하면, 고급 외제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가끔 고급 뿌띠끄도 있다.

오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는데,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조깅을 하면서 지나가곤 했다. 어쨌든 부자 동네인거 너무 확실해서, 반바지에 쓰레빠 끌고 다니는 내 모습이 조금 불편했었다.


2002년 6월 16일의 일기는 뭄바이의 가장 서민적이고 치열한 삶의 현장인 '전자상가'와, 가장 은밀하고 화려한 부자 동네 '말라바힐'을 하루에 모두 경험한 극적인 날이었네요.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부촌을 걸으며 느꼈던 그 묘한 위축감, 지금도 그 기분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의 17년 인도 생활의 통찰을 담아, 인도의 상상을 초월하는 '슈퍼 리치(Super Rich)'들의 삶과 그 이면에 숨겨진 '빈부격차와 카스트적 사고방식'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저 끝으로 갈수록 비싼 동네 여기가 말라바힐 뭄바이입니다.
저 끝으로 갈수록 비싼 동네 여기가 말라바힐 뭄바이입니다.


[인도 뭄바이] 뭄바이의 극과 극: 전자상가 뚜벅이와 말라바힐의 슈퍼 리치들

'2002년 6월 16일, 일요일, 뭄바이, 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저는 뭄바이의 '용산'이라 불리는 기르가움 전자상가를 헤매다, 호기심에 뭄바이 최고의 부촌이라는 '말라바힐'로 향했습니다.

<2002년 6월 16일의 일기>

말라바힐, 뭄바이의 가장 비싼 땅값을 가진 거주지역이다. 건물들이 아주 깨끗하고, 거리 정리가 잘되어 있다. 거지도 별로 없다. 거리를 다니는 아이들도 테니스라켓을 들고 다니는가 하면, 고급 외제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 반바지에 쓰레빠 끌고 다니는 내 모습이 조금 불편했었다.

거지가 없고, 아이들이 테니스를 치며, 고급 외제차가 즐비한 곳. 2002년의 제가 느꼈던 그 이질감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훗날 인도에서 17년을 살며 저는 이들이 사는 세상이 우리가 아는 '부자'의 개념을 넘어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인도의 '진짜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상상을 초월하는 인도의 슈퍼 리치(Super Rich)

일기에 나온 '말라바힐'은 지금도 뭄바이, 아니 인도 전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중 하나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이라는 무케시 암바니의 '안틸리아'도 이 근처에 있습니다.)

제가 인도에 살면서 놀란 것은, 인도의 부자들은 전 세계 웬만한 부자들보다 훨씬 더 부자라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부는 단순히 돈이 많은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제국'을 거느린 왕족에 가깝습니다.

  •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자수성가형도 있지만, 대다수는 대대로 내려오는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경우입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가문의 비즈니스와 토지를 기반으로,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부를 유지하고 증식시킵니다.
  • 그들만의 리그: 그들은 일반 인도인들과는 완전히 격리된 삶을 삽니다. 그들만의 학교, 그들만의 클럽, 그들만의 골프장. 제가 골프장에서 만난 수많은 인도 기업인과 부자 친구들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었습니다.
  • 식민지 시대의 유물, '짐카나 클럽(Gymkhana Club)': 델리나 뭄바이의 오래된 '짐카나 클럽'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못 들어갑니다. 심사 대기만 30년이 걸리고, 가문의 혈통을 따집니다. 충격적인 것은 과거 일부 클럽에 **'Ayahs and Maids not allowed (유모와 하녀 출입 금지)'**라는 규정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주인이 수영하고 밥 먹을 때, 하인들은 뙤약볕 아래 주차장이나 별도 구역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짐카나 클럽은 전에 한번 소개되었지요 https://gshin.tistory.com/77
  • 여름의 대이동: 인도의 5~6월, 살인적인 더위가 찾아오면 뭄바이와 델리의 부촌은 텅 빕니다. 모두 런던의 메이페어(Mayfair)나 스위스로 떠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런던은 외국이 아니라 '제2의 앞마당'입니다. 그 시기 런던의 백화점에 가면 힌디어만 써도 쇼핑이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61. 우리 동네 사랑방: 인도의 '커뮤니티 클럽' 문화를 말하다

2002년 3월11일, 월요일, 델리, 맑음, 30도61.1 드디어 우리동네 마을회관에 사이버카페가 생겼다.드디어 오늘 우리동네 마을회관에 싸이버카페가 오픈했다. 이번주 월요일에 이사해서 그 동안 이

gshin.tistory.com

 

2. 부의 이면: 이기심과 카스트적 사고방식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개인적으로 인도의 극상류층보다는 중산층을 더 좋아합니다. 중산층 친구들이 오히려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어울릴 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겪은 인도의 찐부자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무의식 중에 뿌리 깊은 '계급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느 날 고급 식당에 갔을 때였습니다. 한 부유한 가족이 식사를 하러 왔는데, 어린아이를 돌보는 유모(Nanny)를 대동했습니다. 가족들은 테이블에 앉아 비싼 요리를 시켜 웃으며 먹는데, 유모는 그 옆에 엉거주춤 앉거나 서서 아이 밥만 먹이고 있었습니다.

같은 사람인데, 냄새가 진동하는 그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유모에게는 물 한 잔, 빵 한 조각 권하지 않았습니다. 유모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고용인은 그저 '도구'일 뿐, 함께 식사를 나누는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인도 상류층 사회에서 너무나 흔하게,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목격됩니다. 카스트 제도는 법적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주인과 하인'의 구분이 명확합니다.

3. 왜 그들은 유모에게 밥을 권하지 않는가?: '마이-바프(Mai-Baap)' 문화와 비가시화

제가 위에 적은 '식당 유모 사건'의 심리적 기저에는 인도의 뿌리 깊은 '마이-바프(Mai-Baap)'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직역하면 '어머니-아버지'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주인님은 나의 모든 생사여탈권을 쥔 부모와 같다'는 봉건적 주종 관계를 의미합니다.

  • 사람이 아닌 '기능'으로 인식: 그들이 유모에게 밥을 주지 않은 건, 유모를 굶기려는 악의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충격적이게도 그들 눈에 유모는 '배고픔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기능(인프라)'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식당 의자가 배고플까 봐 걱정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 투명 인간 취급: 부자들의 파티나 모임에 가보면 수많은 웨이터와 하인이 오가지만, 주인들은 그들이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하인들 역시 그림자처럼 움직입니다. 이 철저한 '투명 인간화'가 그들의 편안한 삶을 지탱하는 원리입니다.

4. 그들의 사고방식이 형성되는 과정: 왕족으로 길러지는 아이들

인도의 찐부자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일반인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숨을 쉽니다.

  •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삶: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전담 유모(Ayah), 운전기사, 요리사, 청소부 등 수십 명의 고용인에게 둘러싸입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손으로 물 한 컵 떠 마시거나, 방문을 직접 열어본 적이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손만 뻗으면 누군가 해결해 주는 삶'이 그들의 DNA에 각인됩니다. 이는 타인의 노동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당연함'을 심어줍니다.
  • 그들만의 학교, 그들만의 리그: 많은 슈퍼 리치 자녀들은 '둔 스쿨(The Doon School)'이나 '마요 칼리지(Mayo College)' 같은 인도의 이튼 스쿨이라 불리는 기숙 학교에 진학합니다. 여기서 그들은 자신들과 똑같은 부류의 친구들만 사귑니다. 그 후엔 런던이나 미국 아이비리그로 유학을 떠납니다. 즉, 단 한 번도 평범한 인도 서민과 섞여본 경험이 없습니다. 서민은 그들에게 이웃이 아니라, 그저 '배경'이거나 '서비스 제공자'일 뿐입니다.
    제 인도 부자 친구들의 아이들은 전부(90프로 이상) 미국, 유럽, 영국에서 다 유학중이랍니다.

5.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두 개의 세상

말라바힐의 깨끗한 거리와 바로 그 언덕 아래 펼쳐진 거대한 슬럼가. 이것이 인도의 적나라한 현실입니다.

인도의 빈부격차는 단순히 경제적 차이를 넘어 '생존의 차이'입니다. 부자들은 1년 내내 에어컨이 나오는 집에서 수십 명의 하인을 부리며 살지만, 바로 담벼락 너머에는 하루 한 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수억 명입니다.

문제는 이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자들은 그들만의 네트워크와 자본으로 더 큰 부를 쌓고, 가난한 이들은 교육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가난을 대물림합니다. 제가 2002년에 봤던 말라바힐의 풍경과 2026년의 풍경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벽은 더 높아지고 견고해졌을 뿐입니다.

인도 대도시의 흔한 모습이랍니다.
인도 대도시의 흔한 모습이랍니다.

6. 카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본과 결합했을 뿐

결론적으로, 현대 인도의 슈퍼 리치들은 고대 카스트 제도의 '브라만/크샤트리아' 계급 의식에 '자본주의'라는 날개를 단 셈입니다.

"나는 전생에 좋은 업(Karma)을 쌓아서 부자로 태어났고, 너는 그렇지 못해서 하인으로 태어났다."

이 무의식적인 운명론적 사고가 그들이 빈곤을 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그리고 유모에게 빵 한 조각 권하지 않으면서도 태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일지도 모릅니다.


'마무리하며'

말라바힐의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 기막힌 두 세계의 공존. 인도 부자들의 세련된 매너와 유창한 영어 뒤에는,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수천 년의 계급 의식과 차가운 엘리트주의가 숨어 있습니다.

제가 인도의 중산층을 더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적어도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한 심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뭄바이의 비 내리는 일요일, 문득 20여 년 전 마주쳤던 그 화려한 저택들이 오늘은 조금 더 차갑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