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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 지역전문가

49. 화려함 뒤에 숨겨진 눈물: 인도 결혼 문화의 두 얼굴

by 인도 전문가 2025. 10. 14.

2002년 2월27일, 수요일, 델리, 맑음

인도 결혼식 정말 화려하다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의 상상 이상입니다.

49.1 다시 은행계좌 만들기에 도전

어제 여행에서 돌아와서 이것 저것 정리를 하다가보니 새벽 2시간 넘어서 잠이 들 었다. 그래서 오늘아침에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학원을 못갔다. 그래서 이왕에 그렇게 된거 하루를 제끼기로 하고 전번에 못했던 은행계좌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어제, 그제 만난 록그노지점장 명함도 있겠다 해서 자신있게 사우스 익스텐션에 있는 스테이트뱅크어브인디아에 갔다. 역시나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도 불친절하다. 또다시 역시나 다른 곳으로 가란다. 어디로 가냐 물었더니, 내가 처음에 간 코넛플레이스에 있는 메인본사로 가란다. 여기서 외국인계좌는 못만든다나? 그래서 어제 거기에 갔다가 왔고, 거기서 여기로 와라고 해서 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만, 오늘은 바쁘니 내일 오란다. 정말 웃긴 은행이다. 그래서 나의 비장의 카드 어제 받은 록크노지점장 명함을 썼다.

내 친구인데, 계좌 만들다가 어려우면 전화하라고 했다면서, 전화 좀 쓰자고 했더니, 명함 보더만 갑자기 난리가 나면서 여기저기 물어 보더만 2층으로 올라가서 누구를 만나라고 한다. 2층에 갔다. 명함 다시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어떻게 이 명함을 갖게 되었냐? 어떻게 아는 사이냐?를 계속 물어본다. 그래서 우리는 스키도 같이 타고, 잠도 같이 자고, 차도 같이 타면서 서로 아주 친한 사이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차를 갖다 주고 친절하게 해준다. 그러더니, 양식 작성하라면서 종이도 준다. 정말 웃긴다. 안된다고 안된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만, 된다.

그때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었는데, 시간이 다 됐다면서 오늘은 더 하고 싶어도 못하고 내일 다시 해야 하니깐 내일 다니오면 그때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오늘 결국 실패는 했지만 내일은 정말 될거 같다.

역시 인도에서는 인맥과 뇌물의 힘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또 느꼈다.

 

49.2 결혼파티에 가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갑자기 결혼파티가 있다면서 8시반에 나가자고 한다.

처음 같은 마음이었으면 기쁜 마음으로 갔을 텐데, 이 집에 대하여 나의 마음은 실망과 짜증으로 이미 벽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서 그리 달갑지 않았다.

아직도 이번달 초에 아저씨한테 빌려준 2,000루피도 못 받았다. 그전에 일기에는 안적었는데, 일주일 뒤에 준다는 돈이, 친구가 돈을 안줘서, 현금이 막 떨어져서, 등등, 정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데면서 차일 피일 미룬다. 그렇다보니, 아저씨하고 이야기도 하기 싫은 상태이다.

8시반에 간다던 파티를 930분쯤에 출발했다. 그 덕분에 또 나는 아무 할일없이 한시간을 멍청하게 기다렸다.

결혼파티는 전번에도 한번 봤고, 길거리에서도 자주 보던 바라 별로 새로움이 없었다. 역시 이번에도 엄청나게 큰 파티를 벌이고 있었고, 한쪽에는 부페식당을 채려놓고 한쪽에는 춤을 추기도 하고, 신랑신부는 멍청하게 한쪽 의자에 앉아서 계속 사진만 찍고 있다. 이 모든 경비를 모두 신부측에서 부담한다는 것이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다. 정말 한 두푼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천만원 가까이 드는 비용이다. 그것을 하룻밤에 파티에 다 써버린다. 참 낭비다.

이런 생각을 아들놈에게 말했더니, 그 놈이 하는말이 당연하다고 하면서 자기도 나중에 결혼할 때, 이런 파티를 받게 될꺼란다.

인도의 사고 방식이다. 이제 이런 사고 방식을 알고 이해는 하지만 절대로 동감하고 싶지 않다. 나중에 내 딸이 인도인이랑 결혼한다고 하면 여권 뺏아서 찢어버리고 한국으로 데리고 가고 싶다. 분명이 그 애도 이런 파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고, 난 해줄 생각 없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봤는데, 올드델리에서 결혼한지 3년된 한 인도여자가 남편한테 매맞다가 결국 어제 불에 탄 채로 죽었다고 한다. 남편이 용의자인데, 아직도 구속은 안하고, 조사하다가 집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가정사라나? 말도 안된다.

이유인즉, 결혼할때 혼수를 너무 적게 해와서 시댁에서 계속 구박받고 맞았왔다고 하는데, 정말 우리나라도 조금 그런게 있지만 너무 하다.

인도의 결혼문화를 밖에서만 보면 아름답고, 화려하기 그지 없지만, 그 안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부제: 2002년, 어느 결혼식에서 내가 느꼈던 불편함의 정체

2002년 2월 27일, 제 낡은 일기장에는 그날 저녁 참석했던 어느 결혼 파티에 대한 짧은 감상이 적혀 있습니다.

"신랑신부는 멍청하게 한쪽 의자에 앉아서 계속 사진만 찍고 있다. 이 모든 경비를 모두 신부측에서 부담한다는 것이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다... 참 낭비다... 인도의 결혼문화를 밖에서만 보면 아름답고, 화려하기 그지 없지만, 그 안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수백 명의 하객, 밤새 울려 퍼지는 음악,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 20여 년 전, 처음 인도의 결혼식을 경험했을 때, 그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함에 압도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의 이면에서 저는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과 의문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17년이라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저는 그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1. 모든 비용은 신부 측의 몫: 축제인가, 빚잔치인가

그날 저를 가장 이해하기 힘들게 했던 것은 이 엄청난 비용을 모두 신부 측에서 부담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웬만한 집안의 몇 년 치 소득에 해당하는, 때로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이 하룻밤 파티를 위해 쓰입니다. 많은 중산층 가정에서는 딸의 결혼식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쏟아붓거나, 심지어 감당 못 할 빚을 지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손님을 잘 대접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혼식의 규모와 화려함은 신부 집안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척도이자, 신랑 측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여겨집니다. 이 때문에 많은 가정이 무리를 해서라도 '남들만큼' 혹은 '남들보다 더' 화려한 결혼식을 치르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아무리 가난하게 살아도 동네에서 소문나게 행사를 치르고, 좀 산다고 하는 집들은 5성급 호텔을 몇일을 통채로 빌려서 쓰기도 하고, 정말 부자들은 뉴스에 나올 정도로 행사를 진행합니다. 전부다 신부가 비용을 부담합니다.
(그거 아세요? 보통 인도 결혼식은 5일간 진행됩니다. 그 비용 대부분 신부가 냅니다)

제가 방문한 어느 부잣집 결혼파티 스테이지입니다.

2. 법으로 금지된 그림자, '다헤지(Dahej)' 또는 '다우리(Dowry)'

결혼식 비용보다 더 깊고 어두운 관습이 바로 '다헤지', 즉 지참금(혼수) 문화입니다.

  • 다헤지란 무엇인가? 법적으로는 1961년에 이미 금지된 악습이지만, 여전히 인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신부가 가져가는 혼수 차원에서의 살림살이가 아니라, 신랑 측이 신부를 '받아주는' 대가로 현금, 자동차, 부동산, 금 등 엄청난 가치의 재산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문제 입니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인도의 가족 개념은 기본적으로 사촌 정도는 무조건 진짜 가족이고, 그보다 더 넓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딸만 셋이다. 이런 경우는 가족(4촌 이상의 대가족)들이 돈을 모아서 제게 줍니다. 딸 시집보내라고. 반면 내가 아들이 셋이고 내 형님이 딸이 둘이다 이런 경우는 제가 돈을 받아 형님에게 드려야 합니다. 
  • 왜 사라지지 않는가? '다헤지'는 딸에게 주는 상속분의 일부라는 전통적인 인식, 그리고 아들을 키우는 데 들어간 비용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많은 지참금을 가져간 며느리가 시댁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악습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신랑의 학력과 직업이 좋을수록 요구하는 다헤지의 액수는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그리고 위에 설명했듯이 대가족의 금전이 엮여 있는터라, 내가 깨어있다고 해서 내 결혼식에는 안받을거에요! 라고 감히 말할 수가 없습니다. 매우 큰 가족의 금전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인도 중매결혼의 가장 중요한 협상 내용 인도는 아직까지도 중매결혼이 대부분입니다. 연애결혼이 지난 10년 크게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도 중매결혼이 대세입니다. 그리고 여기 중매를 볼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카스트와 이 다헤지(혹은 다우리) 입니다.
    연애결혼이라고 해도 나중에 부모님들이 따로 만나서 위 두가지를 협의할 정도입니다.

3. 축제가 비극으로 변할 때: 다헤지 살인

그렇다 보니, 이 끔찍한 관습이 가장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 바로 '다헤지 살인(Dowry Death)'입니다. 약속한 지참금이 부족하거나, 결혼 후 추가적인 금품 요구에 응하지 못할 경우, 며느리가 시댁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심지어 살해당하는 사건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인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2002년의 제 일기장에도, 다헤지 문제로 남편에게 맞아오던 한 여성이 불에 탄 채 발견되었다는 신문 기사에 대한 분노가 적혀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남편이 용의자임에도 '가정사'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회적 현실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한 중앙정부 장관의 아들이 다헤지 문제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인도 사회 전체가 떠들썩했던 적도 있습니다. 이는 다헤지 문제가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인도의 최상류층까지 만연한 사회 전체의 암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모든 인도의 결혼이 이렇지는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아름다운 결혼식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화려한 '바라트(Baarat, 신랑의 행진)'의 음악 소리와 휘황찬란한 조명 뒤에,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평생을 바친 한 가족의 희생과, 여전히 수많은 여성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여 년 전, "내 딸이 인도인이랑 결혼한다고 하면 여권을 찢어서라도 데려가고 싶다"고 적었던 저의 극단적인 분노는, 바로 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솔직한 반응이었습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이 문제에 관한 한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입니다.

정말 이 관습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